본문 바로가기
뉴햄프셔 일상

이방인 추가족네 배추가 안 절여진 이유

by 마미베이 2018. 2. 5.





이방인에서 추가족네 김치 담그는 걸 보다보니,

늘 김치를 담아먹는 제가 김치 담그는 법을 좀 적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김치를 가져다 먹을테니 김치를 담아먹을 기회가 보통 없고 미국에서도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은 맛있는 김치를 골라서 사먹을 수 있으니 안 담아먹겠지만 저처럼 미국 외딴 시골에 사는 경우는 김치를 사러 먼 거리의 한인 마트에 가느니, 배추에 고춧가루만 뿌려도 맛있기 때문에 담아먹습니다.


이방인에서 하여사가 김치 담그는데 배추가 안절여지는 걸 보며 나름 분석을 해보니 소금 뿌린 배추를 일단 체에 받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소금에 절인 배추에서는 물이 나와서 아래에 물이 생기고 그 소금물에 또 배추가 더 절여지고, 그래서 몇시간 지나서 위아래를 바꿔주면 최장 5시간 이내에 절여지는 게 보통인데, 체에 받혀졌기 때문에 물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서 24시간이 지나도록 안 절여진 게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두번째는 소금양이 너무 적어보였습니다. 저는 그 양의 서너배를 뿌리거든요. 체에 받히지 않고 소금을 많이 뿌리고 그릇의 1/3정도 물을 넣어두면 서너시간 내에 배추가 다 절여집니다.


즉, 배추를 절일 때 소금과 시간은 반비례하는거죠.

배추의 양, 온도, 소금, 시간 이 네가지를 다 똑같이 맞추면서 배추를 절이는 기준이 있다면 그건 김치 공장입니다. 특히 배추 한포기에 소금 얼만큼, 몇시간 절이세요, 이러면 배추가 어떤 건 작고 어떤 건 두 배 크기인데...

그러니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를수밖에 없죠.


제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김치를 절이고 순식간에 담그기로 유명한데(남편에게), 초간단으로 담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맛있어서 금방 없어진다는....사실 남편과 저의 입맛에만 맞는 것입니다.ㅋ


1. 배추 절이기



배추의 겉에 초록색 부분은 다 뜯어낸 것으로 사용합니다. 미국 마트에서는 그렇게 판매하는데 제가 초록잎 부분을 좋아하지 않고 배추 속 하얀부분으로만 이용하면 배추 자체가 시원달콤하고 맛있습니다. 사진의 가운데 옆으로 누워있는 세 포기의 배추 저런겁니다. 보기에도 고소할 것 같이 싱싱해보이죠. 큰 건 한포기에 7-8천원에 사니까 비싸긴 하지만요.



어떤 날은 이렇게 파란 부분이 많은 날도 있긴합니다.(뉍, 울 동네 미국 마트에 순창고추장도 팝니다. 거의 안사먹지만 농심라면도 있고요.)


배추 큰 것(4파운드 정도, 1.8키로) 한 포기에 소금 한 컵-한컵 반(200미리컵)으로 대충 생각하면 되고, 맛김치로 하고 싶으면 배추를 김치모양으로 조각조각 내고, 포기로 담그고 싶으면 4조각-8조각으로 잘라서 사이 사이에 소금을 마구 뿌립니다. 커다란 다라이에 배추를 넣고 절입니다. 이때 아래에 물을 조금 넣어주면 조금 더 빨리 절여집니다. 여름에는 3시간, 겨울에는 5시간까지 절여도 되고 중간에 봐서 배추숨이 죽어서 부피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있으면 한번 위아래를 뒤집어주면 더 좋습니다. 나가야되서 못뒤집는 경우 마지막에 뒤집고 30분만 두어도 상관없고요.  절이는 시간은 소금양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배추의 밑둥 두꺼운 부분을 구부렸을때 부드럽게 구부러지면 잘 절여진 겁니다. 이건 두어번만 해보면 감이 오기 때문에 두려워말고 그냥 절이면 됩니다.


소금은 굵은 소금을 쓰는 게 좋은데 저의 경우 굵은 소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피클 담그는 코셔 소금으로 절일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굵은 소금과 가는 코셔 소금을 섞어서 쓰고 있는데 잘 절여지더라구요. 많이만 뿌리면 잘 절여져서 배추 부피를 절반으로 줄이고 다음 단계에서 소금은 다 씻어내면 됩니다.


2. 절인 배추 씻기


소금이 그득한 상태의 배추를 이제 씻으면 됩니다. 이 단계에서 팍팍 씻을 것이기 때문에, 절이기 전단계에 마트에서 막 사온 배추는 겉에만 살짝 씻어도 되고 깨끗해보이면 꼭 씻지 않아도 되는겁니다. 소금에 절여진 배추는 물에 담가서 씻어내는데 최소 세 번, 저는 네 다섯번 씻습니다. 소금을 다 씻어내야 합니다. 김치의 짠맛을 원하면 나중에 김치 양념의 짠맛으로 조절하면 되기 때문에 절이는 과정의 소금은 다 씻는다고 생각하면 절이는 과정에서 소금이 얼마나 들어갔든 배추 숨만 죽게 하는 것이 되므로 부담이 적이집니다.


그리고 나서 꽤 중요한 부분인데, 물기가 쫙 빠지도록 체에 받혀둡니다. 물기를 잘 안빼면 나중에 양념도 잘 안묻고 추후에 물이 너무 많이 나오게 되고 맛도 덜하게 됩니다. 손이나 짤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그냥 체에 30분 이상 받혀두면 됩니다. 물기 빼기! 중요합니다.



3. 김치 양념 만들기

 


저희 시어머님이 요리솜씨가 좋으신데, 제가 만든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양념을 너무 최소로 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칭찬받아야 하나....그래서 비법이 뭘까 고민을 해봤는데 두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두 가지 비법 공개!


첫번째는 겉에 초록 부분 없이 하얀 배추속으로만 담근 것,


하얀 배추속은 사람들이 그냥 쌈으로 먹을 정도로 원래 맛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김치가 맛있어질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성격상, 배추 겉의 초록잎을 아까워서 절대 버리지 못할 것이 확실하고, 저희 동네 미국마트처럼 겉은 다 잘라버리고 배추 속만 무게를 재서 파는 곳이 없을 것이므로 배추 속으로만 김치를 담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닐 겁니다. 아니면 뜯어서 국 끓여먹거나 따로 담아도 되겠네요. 


두번째가 사용한 액젓입니다.


한국에 액젓이 많고 다양하지만, 이 액젓은 불행히도 한국에서 구매가 불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시어머님이 너무 아쉬워하셨지요. 그 액젓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이에서 너무 유명한 삼게액젓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 삼게액젓에 감칠맛이 들어가있지 않을까 하는데... 홍콩 제품이며 성분표를 보니 멸치추출물, 소금, 물, Fructose(과당) & Hydrolysed Vegetable Protein(가수 분해된 단백질)입니다. 어쨌든 게세마리 그림이 그려진 삼게액젓이 제일 맛있습니다.


김치양념은 배추 두 포기 기준으로


마늘 1/3컵, 새우젓 4T, 액젓 6T, 설탕 1T, 배즙, 고춧가루 12T,  양파 반개, 생강 손톱만큼, 무채


생강, 양파는 옵션,

무채, 배즙도 옵션이지만 시원한 맛을 더해주고요. (이건 이방인 하여사의 비법이었죠)

고춧가루를 제외하고 이 양념을 넣고 갈아줍니다.


무를 채썰어서 한컵만 넣어주고, 배즙을 넣으면 훨씬 맛있어집니다. 하지만 없다고 해서 김치가 안되지는 않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찹쌀풀은 고소한 맛이 나고, 양념이 더 잘 달라붙게 만들어주는 효과인데 물 한컵에 찹쌀가루 한스푼 넣고 끓어오르면 불끄고 식혀서 준비한 양념을 섞어서 쓰면 됩니다. 저는 찹쌀풀을 한두 번 정도 만들어봤지만 결과물에 별 차이가 없고 설겆이만 늘어서 넣지 않고 있습니다. 간소화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4. 배추에 양념 묻히기


우선 배추에 고춧가루만 묻혀서 색이 나도록 합니다. 미리 묻혀서 색내는 고춧가루는 대략 한포기당 두 스푼 정도 사용하는데, 이 단계에서 고춧가루를 많이 쓰면 더 빨간색 김치가 되는 거고, 이걸 하지 않으면 더 허여멀건 김치가 되는 것입니다. 저희집의 경우 허여멀건 김치, 즉 고춧가루 살짝 묻힌듯한 김치도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의 고춧가루를 사용해서 김치색을 내고, 만들어둔 양념을 슥슥 대충 묻혀주기만 하면 김치가 완성되는 겁니다.




다 만들고 나면 김치통에 담아서 하루를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김치담그기 끝.


저는 늘 이렇게 배추 두세포기만 담그기 때문에 저녁 먹고 설겆이 하다가 슥 담가놓고 해서 김장하듯 힘들지 않은데 이게 가끔 두 배가 되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긴 하더라구요.


제가 집에서 만들어먹는 거 예찬하고 그러지는 않는데 어쩌다 시골 오지에 살아서 김치까지 담아 먹고 사니 오래 살고 볼일입니다.


'뉴햄프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살 생일 파티  (0) 2018.07.25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0) 2018.07.05
안개  (0) 2018.01.13
동부 역대급 눈폭풍  (0) 2018.01.05
2017 화이트, 아이스 크리스마스  (0)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