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2017년 12월 31일에 옆집 아이들과 함께
Cowabunga's라는 실내 놀이터에 갔더니
뉴욕타임스퀘어의 볼드랍 행사같은 걸
낮 12시에 했습니다.
아이들은 모자 쓰고 저런 안경 끼고, 나팔을 휙휙 불면서 쏟아지는 색종이를 맞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그날 밤 자정까지 버텨서 티비에서 하는 타임 스퀘어 볼드랍 보고 저랑 키스를 하고 바로 잤습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정까지 버티는 걸 되게 자랑을 하더라구요. 마치 인생의 큰 도전을 한 듯한...
<화요일 학교 첫날 2 Hour 딜레이>
12월 절반 이상이 영하 10도 이하로 날씨를 기록하더니
올 겨울 동부 날씨가 북극보다 춥다네 어쩌네 할 정도로 한달째 얼어붙고 있습니다. 새해 월요일이 New Year's Day여서 화요일부터 학교를 갔는데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주차해둔 스쿨버스에 시동이 안 걸릴 것을 대비해서 2시간 늦게 학교가 시작했습니다.
일명 "2 hour delay"를 하면 학교는 10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에 여유가 있어서 아이를 좀 이른 시간인 9시 25분쯤 데려다 줬는데 보통 아이들을 받아주는 선생님이 입구에 안나와있더라구요. Dropoff 라인에 주차된 차들이 죽 서있길래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일단 서있는데, 제 뒤에 오던 차가 차선을 바꿔서 앞으로 죽가더니 입구에 아이를 내려다주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앞에 기다리는 차는 다른 시간에 시작하는 프리스쿨 애들 차인가보다 하고 저도 그 차를 따라 차선을 바꿔서 앞으로 슈웅~ 가서 아이를 내려줬죠. 아이는, 이래도 되는 거 맞냐고 의아해하면서 내려서 입구로 들어가고, 저는 차를 끌고 나오다가 생각하니까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찜찜해서 얼른 구석에 주차를 하고 따라들어가봤더니 역시나, 학교가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로비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직 잠겨있고, 입구에 있는 차들은 유치원생 차가 아니고 30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차였던 겁니다. 이 학교 다닌지 5년째인데 한번도 시작 30분 이전에 간 적이 없어서 여지껏 몰랐던 겁니다.
아이는 태연하게 로비에 앉아있는데 되게 미안하더라구요. 이런 불성실한 부모가 다 있나,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 상황이 된건데, 태연한 척 아이 옆에 가서 "아직 못 들어가나봐..."하면서 능청을 떨며 기다렸습니다. 9시 30분이 되자 아이들 받으러 가는 선생님이 나오길래 이제 들어가도 되냐고 하니까 된다고 해서 인수인계를 하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삽질.
<수요일 - 학교 둘쨋날, 지각>
학교 두번째 날인 수요일에는 제 시간인 8시까지 학교에 가야했는데, 연휴 내내 늦게 자고 아침 9시 넘어서 일어나던 우리 식구들, 전날 딜레이로 인해 휴대폰 알람을 꺼놓은 걸 모르고 쿨쿨 자다가 눈을 떠보니 7시 50분, 순간 '오늘이 무슨 날이지?' 했습니다. 집에서 학교는 차로 15분 거리, 아이를 옷만 입히고 8시에 출발해서 15분 지각을 했습니다. 지각을 하면 차에서 아이만 내려줄 수 없기 때문에 주차를 하고 아이랑 같이 들어가서 입구에 있는 지각생 종이(Tardy list)에다가 이름 적고 들어갔습니다.
<목요일 - 셋쨋날, 학교 휴교>
그리고 목요일에는 동부 최대의 눈폭풍이 오는 날,
30센티 정도의 눈이 내리는데,
강풍을 동반하며 영하 20도의 낮최고기온이 예상되기 때문에 모두가 비상입니다.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을 뿐 아니라 일년에 며칠 안닫는 마트도 문을 닫을 정도로 거대한 폭탄 폭풍 예보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학교도 닫아서 집에서 복작거리며 놀았습니다.
뉴스에 나온 피해 상황들입니다. 바다쪽의 Bomb Cyclone 과 북쪽의 Polar Vortex가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일대)에서 동시에 만나서 30센티 이상의 눈, 100키로 정도의 바람, 영하 20도의 온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보스톤과 그 북쪽의 바닷가 마을은 강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가 마을로 넘어와 바닷물에 집이 잠기면서 얼음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했습니다.
뉴스를 보거나 밖에 날씨를 쳐다보고 있으면 걱정만 되기 때문에 저는 간만에 순두부 양념도 만들어두고 비프 스튜도 만들고 했죠.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만든 비프 스튜를 저녁으로 우아하게 먹고 있는데 역시나, 그냥 지나갈리가 없습니다. 전기가 확 나갔습니다. 어둠 속에서 바로 플래쉬라이트를 켜고 마저 식사를 하고 초를 가져와서 켜두고, 벽난로를 켰습니다.
아이는 아주 태연하게 헤드라잇을 쓰고 벽난로 앞에 누워서 책을 읽었고, 저는 괜히 걱정하면서 밖에서 부는 어마어마한(시속 50마일 즉 시속 80킬로) 바람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려고 노력만 했습니다. 종일 내리던 눈은 그쳤는데 바람이 너무 불었습니다.
전기가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것이 가장 답답한 일입니다. 가장 불편한 건 전기펌프를 이용한 우물물 집이기 때문에 화장실 갈때 물을 내릴수가 없다는 것, 날씨가 영하 20도인데 난방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전기 스위치 없이 작동이 가능한 나무나 펠레 스토브 난방장치가 있는 집은 이럴때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욕조에 물을 받아뒀어야 했는데 그것도 안해뒀거든요. 밥만 열심히 해뒀죠.
어쨌든 우리 자가 발전기는 '쉐드'에 있는데, 쉐드에서 끌고 나오려면 쉐드 앞에 주차한 차를 빼야하고, 차를 빼려면 눈을 치워야하고...바람은 미친듯 부는데 이 과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전기회사 홈페이지를 보니 전기 나가는 집이 지난 번처럼 마구 늘어나지는 않아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나하고 페이스북을 체크해보니 우리 길 아래에 사는 친구가 마침 자기네 집 나무가 쓰러져서 정전을 일으켰다고 미안하다며, 지금 고치러 전기회사에서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들어올 것을 기대하며 벽난로 앞에 누워서 기다렸습니다.
전기가 나간지 두시간 반 후,
집에 전기가 들어와서 환해지는 순간,
행복이 마구 밀려들어왔습니다.
춥지 않게 잘 수 있겠다!
강풍에 눈이 많이 온 상태라 전선 고치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어쨌든 따스히 잘 수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지난 번 3일간 정전때는 그래도 안추워서 견딜만 했거든요.
2017/11/04 - [뉴햄프셔 일상] - 바람, 나무, 정전
생각해보면 지난 할로윈때 불었던 강풍 덕분에 부러질 나무는 다 부러져서 이번 바람에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땐 안추워서 버틸만했는데 이 추위에 3일간 정전이 이어진다면 아니 눈이 쌓였을때 그 상황이라면 작업이 늦어지니 열흘은 정전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난 번 정전에 감사해야 하는 겁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북쪽에 위치한 워싱턴 산은 화씨 영하 36도 (섭씨 영하 38도) 에 시속 100마일 (시속 160킬로미터)의 바람이 불어서 체감 온도 기준으로 화씨 영하 94도 (섭씨 영하 70도) 를 기록했습니다. 이 순간에 워싱턴 산이 지구상에서 두번째로 추운 온도였다고 하더군요.
한국 뉴스에도 나왔는지 친구들이 괜찮냐고 연락이 막 오네요. 한국 뉴스에 뉴햄프셔 주가 나오는 경우는 미국 대통령 선거때뿐인데 말입니다. 흑흑 안괜찮아, 너무 춥다고...
이 상황에 아이스 캐슬 오픈, 렛잇고 렛잇고~~
뉴잉글랜드에서 과연 누가 한달째 이어지는 영하 20도 추위를 겪고 아이스캐슬에 가고 싶겠습니까? 뒷마당만 돌아봐도 다 아이스캐슬인데 말입니다.
플로리다 주도 때아닌 추위에 카멜레온이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춥다는 게 대체 몇도인가 하고 봤더니 화씨 40도 (섭씨 4도)입니다. 흠 여긴 "화씨 영하 4도"만 되도 따뜻하다고 사람들이 반바지를 입고다니는뎅...
서쪽 산호세쪽은 지진이 좀 났다던데...지구상에 따뜻하게 편히 살만한 곳은 어디인지, 매년 겨울마다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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