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아직은 믿는 (듯한) 3학년 아이,
남편은 그걸 믿냐고 저를 비웃습니다.
선물을 받기 위해서 "믿는 척"하는 거랍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아직 진짜로 믿고 있다, 고 믿습니다.
아이는 Tooth Fairy나 레프리칸 같은 것은 다 믿지 않고
산타만 믿는다고 했습니다.
할일을 미뤄서 자기 전에 후다닥 숙제를 해야하는 아이에게
침대에 누워서 얘길했죠.
너 자꾸 숙제 안하면
태권도 마스터 앤디한테 얘기할거고 그러면 이번주에 있는 테스트 못받을지도 몰라,
여기서 아이는 조용해지고, 심각해집니다.
뭔가 먹히는 것 같아서 신난 저는 한술 더 떠서
25일이면 크리스마스인데 산타한테도 전화할꺼야!
이건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진지했던 아이표정이 썩소로 변하는 걸 봤습니다.
이 아이는 정말 믿는 '척' 하고 있었던 걸까요?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하려고 산타에게 전화한다는 협박을 하지, 흐흐흐."
이러는 겁니다.
일단 저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너 그럼 산타가 너한테 선물을 줄 것 같애? 그랬더니 자기는 이미 'Nice List'에 들어가 있다네요.
그럼 엄마가 크리스마스 날 산타가 못들어오게 집 문을 다 잠그고 벽난로도 다 닫아버릴꺼야, 라고 했더니
"산타는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어."
그럼 경찰이 와야되지 않을까,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 조심스레 애쓰는 엄마.
경찰은 산타를 다 알아. 엄마가 신경쓰지 않아도 엘프온더쉘프*가 나는 Nice하다고 산타한테 다 알려줬어.
이거 참, 아직 믿는 거 같긴 한데
선물을 받기 위해서 절대로 안믿으면 안된다는 강한 신념을 기반으로 자신을 속이는 믿음인 것 같습니다.
만 8살 반, 아직도 믿다니...
(워터 파크에 가는 짐가방에 들어간 엘프 온 더 쉐프)
*Elf on the Shelf
2005년 출간된 The Elf on the Shelf: A Christmas Tradition 책으로, 최근 십년 사이에 유행하는 크리스마스 놀이입니다. 직장에서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다들 이 놀이를 하는데 엘프 인형이 매일 다른 곳에 가있는겁니다. 아이네 학교도 점심시간에 카페테리아에서 늘 엘프를 찾는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냅킨통에 들어가있어서 아이들이 난리가 났었다고 하고, 한 친구는 엘프가 혼자 움직이는 걸 봤다고 해서 좀 무섭긴한데 자기도 엘프를 갖고 싶다고 해서 아마존에서 인형만 하나 샀습니다. 정품은 책이랑 같이 판매하는 것 같고, 엘프 걸과 엘프 보이 인형이 눈 색별로 있습니다.
아이의가 지은 엘프 이름은 "앰버(Amber)", 앰버는 이제 매일 밤 산타에게 가서 '착한'아이라고 보고를 하고 옵니다. 북극에 다녀온 엘프 인형은 사람들이 자는 밤동안에 위치를 옮겨다닙니다. 매일 집안 구석 구석에 숨겨두고 다음날 아이가 찾는 것이고, 늘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죠. 원래는 아이들은 이 인형을 건드리면 안된다고 합니다.
엘프 놀이 설명은 이 블로그에 너무 잘 씌여있어서 링크합니다. (이 분 블로그 너무 재밌음..)
http://smileellie.tistory.com/481
http://smileellie.tistory.com/568?category=365889
주의, 이 놀이는 매일 밤에 엘프 위치를 옮겨 놓아야 하는 엄마가 무지 힘듭니다.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갑자기 아이가 묻습니다.
"그런데 앰버(엘프)는 요즘 왜 안보이지?
"엘프는 산타가 있는 북극으로 갔겠지, 내년에 다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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