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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스키장에 안가져간 것은...

by 마미베이 2017. 2. 1.

제가 어쩌다가 스케줄이 꼬여서 월요일이 상상 초월로 바쁜 날이 되었습니다.


오전에 저의 Lady 스키레슨,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스낵을 먹이고 아이 피아노 레슨,

끝나고 바로 YMCA로 이동해서 아이와 저의 테니스 레슨이 있습니다.

4주 정도 일정이 겹치는데 아이는 괜찮은데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극기훈련처럼 운동 클래스를 듣게 된겁니다.



젊었던(?) 시절, 무모하게 보드를 타면서 계속 넘어지고 무릎이 아파서

나이든 기념으로 스키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이가 지난 연말에 스키 레슨을 받는 동안 저는 혼자서 연습을 했는데

남편에게 말로 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넘어지지 않고 산을 내려오기만 하면 만족하는 수준이었는데

마침 월요일마다 여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레슨이 5주간 있는 걸 보고 등록을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가면 스키장은 텅 비어었습니다.

눈을 새로 곱게 갈아놓은 아무도 없는 스키장을 아줌마들이 차지하게 되는것입니다.

운동으로 바쁜 날이므로 나름 정신을 챙기고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스키, 스키폴, 스키부츠, 헬멧, 장갑, 목워머까지 잘 챙겨서 스키자켓을 입고 도착했습니다.

일찍 온 아줌마들의 수다 속에서 혼자 조용히 스키 부츠를 신는데

제 쫄바지가 보입니다.

뭔가 허전한데...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겁니다.

아, 스키 바지를 안입고 간겁니다!


집에 다녀오기엔 늦었고 직원에게 스키 바지 렌탈이 되냐고 물어보니까

씩 웃으면서 분실물 보관소(Lost and Found)에 가서 한번 찾아보랍니다.



당황스럽지만 그게 최선이므로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어른이 스키바지를 잃어버리고 다니겠습니까?

다행히도 빅키즈 사이즈의 검정 스키바지가 하나 있고 제가 입어도 딱 맞더라구요.

그거 벗어놓고 그냥 간 아이에게 감사하고 미안해하며 일단 입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는 그걸 찾으러 올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러고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저와 같은 반인 브랜디라는 아줌마 한명이 오길래

"Good morning! How are you?" 하고 의례적인 인사를 했더니

오늘 정말 힘든 날이라며 스키 자켓을 안 입고 긴 패딩 파카를 입고 그냥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너도 Lost and found에 가보라고 하며 제 키즈 사이즈 바지를 보여주며 위로를 해줬죠....

월요일 아침 아줌마 클래스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 되겠습니다.








(스키 참고 동영상)




스키강사는 할머니인데 스키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서

두 시간 강의 동안 설명을 한 시간 반은 하는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분입니다.

스키 리프트도 혼자 타지 말고 둘이 타는 연습을 하라고 남아도는 리프트에 둘씩 타게 되는데

강사와 같이 타게 되어서 심심하길래 언제부터 스키를 탔냐는 질문을 했더니

스무살 때 처음 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레슨을 받은 게 아니라서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매 주 여기 이 스키장에 와서(제가 레슨 받는 곳은 백년 정도 되어 가는 스키 교육 전문 장소입니다.)

클럽에 가입해서 열심히 배웠답니다.

그리고 나서 여기 스키장에서 강사를 한지는 25년 정도 되었고, 지금은 70세라네요.

아, 일흔살 할머니였다니,

이 분 스키장에서 두 시간동안 날라다니거든요.

누가 넘어지면 성큼 성큼 산을 걸어올라가서 도와주고 다시 내려오시기도 하고요.

리프트에서 내리고 수강생 다섯명이 기다리고 있는 정상에 올라가자

열정 넘치는 70세 할머니의 자랑스러운 스키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분이 스키를 배운 시기는 1960년대가 되겠네요.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신여성이신 듯.



스키는 스노우보드에 비해 안정감 있어서 거의 넘어지지 않고 신발을 신고 벗고를 안해서 너무 좋긴 한데,

사실...스노우보드 타는 거 보면 너무 재밌어보여서 "나도 스노우보드 타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해서 들긴 합니다....

같은 시간에 아줌마들 세 명 정도가 스노우 보드 강습을 받는데 이 분들 정말 멋지게 잘 타는데 스노우 보드 강사도 할아버지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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