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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또 눈!

by 마미베이 2017. 3. 15.



사람들은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주로 얘기하는 것 같아,

라는 주제로 남편과 떠들다가 대뜸 남편이 저에게 저는 눈 치우는 얘기가 제일 많다는 겁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올 겨울 눈이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고

눈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저의 상식으로 3월이면 새롭게 학교도 시작하고 봄도 오고 그래야 하는데, 

여기는 한창 겨울이니까 5월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아니 삽자루를 놓을 수 없는 겁니다.


이 동영상을 본 친구는 움직임을 빨리 돌려서 너무 웃기다면서 

샤벌샤벌(shovel shovel)이라고 제목을 붙여줬습니다.



결국 같은 이야기이고 같은 풍경이지만 그것이 일상이고 일년의 절반이나 차지하므로

그래도 또 눈 얘기 합니다.

(5월 되면 또 정원 관리 얘기 시작할 듯..)

한국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미동부에 스노우 블리자드가 강타했지 않습니까.


어제는 원래 선생님들 워크샵 데이라서 학교가 쉬는 날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워크샵도 못할 정도로 모든 곳이 다 닫았습니다. 학교에서 "티쳐스 워크샵 데이 == 학생들 휴교일 --> 그런데 스노우 데이 스쿨 클로징"으로 기막히게 잘 잡은 겁니다. 

날씨가 괜찮으면 아이 데리고 스키장에 가려고 했으나 여행 금지(travel ban)가 뜰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의 눈이 하루 종일 오는데다, 거리의 눈을 바로 치우지 않기 때문에 아예 길에 나서지 말아야하는 겁니다.



이런 날, 주부인 친구들은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하루 종일 밥 차려야 되는 날"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고 남편이 출근을 못하니까요. 

어젠 온 가족이 종일 집안에서 복작거리다가 한번쯤은 밖에 나가줘야 하니까 덱에 눈을 치워줄 겸 아이랑 나가서 놀았습니다. 아니 저는 삽질을 한거죠. 처음엔 삽에 관심을 보이던 아이는 이젠 아예 도와주지도 않습니다. 눈 위에서 뒹굴거나 자기한테 눈을 뿌리거나 눈사람을 만드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전혀 뭉쳐지지 않기에 어제는 요새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치우는 동안에 한쪽에 눈을 쌓더니 그 뒤로 들어가서 방어막에 숨어서 저한테 눈을 던지는 겁니다. 



오늘 새벽 5시 반에 전화가 울리는데 학교 시작 시간을 두 시간 늦춘답니다. 스쿨 버스가 나오려면 눈을 치워야하고, 거리에 눈도 치울 시간이 있어야 하니까 버스가 두 시간 늦게 오는 겁니다. 안그래도 지난 일요일에 데이 라잇 세이빙(Day light saving), 즉 서머타임이 시작되어서 시차가 안맞아서 피곤했는데 덕분에 너무 행복하게 늦잠을 잤습니다. 아이도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남편도 앞집도 옆집도 다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눈 치우는 기계 소리가 온 동네에 울러퍼지는 아침,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눈이 와서 그런지 건조한 눈이 깨끗하게 치워지지 않습니다.  이웃 아줌마의 차가 눈길에 미끄러워서 턴을 잘 못합니다.  길에 소금을 거의 안뿌리는 동네여서 스노우 타이어를 쓰지 않으면 이런 날 운전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들어와서 우체통 앞과 덱에 삽질을 더 했습니다. 어제 아이가 만든 요새는 아침에 제가 바로 치워버렸습니다. 그대로 두면 얼어버리니까요. 아마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자기 요새가 없어졌다고 난리를 칠텐데 낮에 해가 좋아서 다 녹았다고 얘기해야겠다는 변명도 만들어두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확인하더니 "다 녹았네..."하고 안물어보네요. 흐흐)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은 이 동네 모든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데 스노우팬츠, 스노우부츠, 장갑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서 시작하기 전까지 교실에 들어갈 수 없고 밖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아야 하는데 추우니까 스노우팬츠를 입고 장화신고 장갑을 끼고 가야하고요.

교실은 더우니까 이걸 벗어두었다가 중간에 놀이터 나가는 시간에 다시 입는 겁니다.

이 동네 아이들에겐 이 스노우백이 필수품이고 겨울 내내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이죠.



여전히 스노우백을 들고 있는 이 날은 Comfy day 라고 가장 편한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입니다. 일명 파자마 데이여서 내복 입고 학교에 가는 겁니다.

내복을 입고 학교에 가다니, 민망한데 선생님들도 입고 오십니다.



옷도 같고 눈도 같지만 모두 올 겨울의 다른 날입니다.

올해는 눈이 많이 왔어도 삼한 사온처럼 따뜻했다 추웠다 해서 눈이 다 녹고 다시 쌓이고를 반복했습니다.



삽질을 잘하는 시골 아이



현관쪽을 치우는 때도 있지만

기계로 치울 수가 없는 계단이어서

겨울이 끝나갈수록

포기합니다.





창틀에 이렇게 쌓인 눈을 보면 너무 예쁘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춥지만 포근한 느낌.



옆집 아이들이랑 놀기



땅굴 파며 올라가서



옆집 친구랑 썰매로 스노우보드 연습



우리집 아저씨도 스노우보드 연습...




스노우 블로워로 눈이 날라가는 모습을 본 아이는

옐로우스톤 국립 공원에서 본 가이저가 솟아오른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눈이 너무 뜨겁다는 헛소리를 막 지껄이고...



이유없이 눈 속에 머리를 처박아보는 것일 뿐.



***



사실

2월 말에 이러고 돌아다녔습니다.

섭씨로 20도가 넘었었거든요.

3월 중순인 요 며칠은 영하 10도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