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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학교 댄스 파티와 지렁이

by 마미베이 2017. 5. 6.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댄스파티가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세 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다른 학교들은 매년 아빠와 딸 혹은 엄마와 아들 댄스 행사를 해오고 있었죠. 이걸 부러워한 우리 학교의 학부모들, 정확히는 우리 옆집 아줌마가 교장에게 건의를 해서 올해 처음으로 우리도 댄스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름은 Tall and Small 댄스로, 엄마든 아빠든 아무나 어른 한명과 이 학교 재학생 한명이 오면 되고 옷도 캐쥬얼로 그냥 즐기기가 테마였죠.


그래서 아빠와 아이를 신청을 했는데 옆집 아줌마가 저보고 발런티어를 해달라고 몇 번 얘길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발런티어로 가서 일을 도와주면서 구경을 해봤습니다. 올해 처음 행사라 다들 어리버리했는데 200명이나 참석을 했고, 신나는 팝음악을 틀고 어두운 조명으로 해놓고 아이들이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춤추며 한시간을 넘게 놀았습니다.


1학년 이하 유치원생들은 창피함을 모르고 막춤을 추고

2학년만 되도 좀 부끄러운지 그냥 몰려다니고

좀 노는 남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힙합을 추며 뽐내고

어른들은 모두 한쪽 팔을 높이 올려 휴대폰으로 촬영을.




춤 잘 안추는 어른으로서 뻘쭘하기도 했고

처음엔 안가겠다던 아이는 한번 놀아보더니

매일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고 초흥분을 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나는 공간에 한 시간 반을 있다가 나오니 무지 피곤하더라구요.

근데 댄스파티를 한 공간은 바로 학교 맞은편 교회 건물입니다.

교회에서 댄스 파티라...


간만에 남편과

대학때 클럽 좀 다녀봤느냐는 질문을 서로 해봤습니다.

친.구.따.라.서 갔던 나이트 클럽 생각도 나고요.




댄스 파티가 끝나고 집에 왔는데

비가 엄청 쏟아져서 드라이브웨이 아스팔트에 지렁이가 엄청 많이 나와있었습니다.

아이는 지렁이 구하기 작전에 돌입,

맨 손으로 지렁이들을 잔디밭으로 옮겨주겠다고 해서

아부지는 우산으로 아이를 받쳐주러 나가는 중입니다.


예전에 옆집 언니가 손으로 지렁이 들고 다니는 걸 보더니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입니다.

처음엔 본능적으로 징그러워했는데, 제가 지렁이는 깨끗한 곳에 산다고 잘 보라고 했더니 그 뒤로 좀 관찰을 하다가 나중에는 밟지 말고 조심히 다니라거나, 정원 흙 파헤쳐서 나오면 그늘 만들어주라고 잔소리를 엄청 하더군요.


드라이브 웨이에 수십마리 있었는데 네 마리 정도만 구해줬다네요.

다음 날 나가보니 말라비틀어진 게 별로 없는 걸로 봐서 나머지 애들은 알아서 잘 이동을 한 모양입니다.


들어오자마자 엄마아빠는 "비누로 손씻어~~~~박박!" 이러고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씻고 저녁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