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올해 할로윈 용품을 사는데 740억 달러,
그러니까 74조원을 쓴다고 한다.
모든 미국인이 한 명당 23불을 쓴다는 것.
9월은 back to school로 쇼핑(미국은 9월이 새로운 학년이 시작하는 달임)
10월은 할로윈 쇼핑
11월은 땡스기빙 다음 날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12월은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
물론 1월부터 8월까지 상반기에도 쉴새없는 할인 이벤트를 하며 사람들을 즉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쇼핑을 하도록 하는 자본주의 사회라 자칫 혼이 빠지기 쉽다.
그래서 할로윈을 왜 즐기는 거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은 나중으로 미뤄지고
장식품을 사고 코스튬 사는 데 정신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할로윈에 대해서 좀 찾아보았다. 귀찮지만...
여기 저기서 본 얘기, 들은 얘기를 추려보면
해마다 10월 31일 할로윈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맞이로 가축과 농작물을 거둬들이던 날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내세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간 세계를 찾는 날이다.
산 자는 무서운 분장을 하여 그들의 일부로 여겨 해치지 않게 하며
무서운 장식을 하여 그 집을 그냥 지나치도록 하는 풍습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호박을 장식하여 잭코랜턴(jack-o'-lanterns)을 만들어 불을 밝히는 것도
악령이 아, 이 집은 이미 귀신이 있구나 하며 그 집을 그냥 지나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는 특별히 아이를 위해 할일이 많지는 않은데
할로윈은 아이들을 위한 명절이라고 봐야한다.
코스툼을 마련해야 하고(아이디어를 내고 만드는 사람도 많다)
추운 날씨에 불편한 코스튬도 입혀야 한다.
어두운 저녁에 트릭커트리팅(Trick-or-treating)도 나가야 하니
야광봉도 챙겨주고, 손 꼭 잡고 다녀야 한다.
우리 동네 같이 인도가 없고 불빛이 없는 곳은 더더욱 위험하므로
코스튬을 입힐때 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하고, 그룹을 지어 함께 다니라고들 한다.
그래서 동네별로 트리커트리팅 시간을 정해주는데 우리 동네는 6시에서 8시이다.
즉 8시 이후에는 캔디를 얻으러 돌아다니면 안된다.
올해도 역시 할로윈이 지나자, 마치 해야 할 프로젝트를 마친 것처럼 피로가 몰려온다.
아이를 위해 할로윈을 보내고 난 저녁,
트릭커트리팅으로 채워온 바구니에서 먹을만한 쵸컬릿만 골라두고 나머지는 미안하지만 쓰레기통으로 보낸다.
뉴스에서도 나올 정도의 주의할 사항은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온 캔디류가 아닌 홈메이드 캔디는 먹지 말아야 한다.
그 안에 뭘 넣을지 모르기 때문인데 실제로 우리 동네도 작년에 한 집에서 알약을 넣어서 쵸컬릿 포장을 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할로윈 장식>
할로윈 장식으로 작년에 쓰던 것에다가 올해는 우체통에 해골을 씌워놓았다.
잭코랜턴을 재미삼아 만들어보았는데 나는 속만 좀 파주고
남편이 엘사를 조각해주었다.
<타운 할로윈 파티>
할로윈 전주 주말에 어린 아이들을 위해 동네 공원에서 할로윈 파티를 해주었다.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와서 한 시간동안 음악 틀어주고 노래하고 춤추고 논다.
입장료는 캔디 한봉지,
각종 과자와 음료수, 장난감을 나눠주고
끝날때 즈음 캔디를 잔디에 뿌려두고 바구니에 담아가는 캔디헌팅을 하였다.
친구네 한 살 된 아가 데리고 같이 오라고 했는데 음악에 맞추어 박수치고 돌아다니고 해서 너무 귀여웠다.
우리 딸은 작년에 이어 엄마 신경 안쓰고 친구랑 손잡고 돌고 돌며 춤추느라 난리였다.
작년엔 딸이 그러고 노는게 너무 신기하고 섭섭하기까지 했는데
이젠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걸 보니
그 사이 딸도 나도 많이 컸나보다.
기억에 남는 코스튬, 허수아비.
지푸라기를 옷에다가 잔뜩 붙이고 머리에까지 붙여서 묶어준 아이.
가운데 보이는 탈을 쓴 아이는
얼핏 봤을때 장식품인 줄 알았다.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저러고 같은 자세로 앉아있었는데 오싹했음.
끝날때 캔디 헌팅을 열심히 하는 걸로 보아
장식품이 아니라 혼자서 폼잡으며 고독을 즐기는 사춘기 소년이었던 것 같다.
<유치원 할로윈 파티>
공립학교에 딸린 병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는
학교에서 마술사 코스튬이 재미가 없었는지 작년에 입었던 마녀 코스튬을 또 입고 파티를 즐겼다.
엄마반장 이라고 해야 되나, 반 행사를 준비해주는 룸맘 Roommom 이라고 불리는 네 명의 엄마들이
파티 준비를 해오고 세 명의 선생님들까지 다 코스튬을 입고 이것 저것 파티를 해주었다.
여자 아이들은 공주 아니면 마녀(Witch),
남자아이들은 해리포터를 비롯한 스파이더 맨, 수퍼맨 등의 수 많은 영웅들.
올해는 프린세스 엘사, 안나와 울라프까지 더해졌다.
보조 선생님 한 분은 게이샤 분장을 하고 오셨는데
서양인들에게 게이샤는 닌자처럼 뭔지 모를 기품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렌지를 이렇게 파내서 호박처럼 만든 아이디어와 정성이 꽤 감탄스러웠음.
다른 반 선생님인데 네이티브 어메리칸으로 분장했다.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학년이 높은 반의 엄마인 것 같은데
허수아비 분장을 하고 우유 페트 병으로 만든 해골을 들고 가는 모습.
타운 할로윈 파티에서도 봤는데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분장하는 거 너무 맘에 든다.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이웃 동네 할로윈 트릭커트리팅>
여기서 말하는 이웃 동네는 몬버논(Mont Vernon)이라는 작은 마을인데
이 마을에서 올해 아메리칸 아이돌 top 3까지 올라갔던 알렉스 프리스톤(Alex Preston)이라는 사람이 나온 곳이다.
http://www.americanidol.com/contestants/alex-preston
이 주소로 들어가면 Mont Vernon, NH라고 설명이 나온다.
절친언니가 살고 있는 곳인데
이 마을은 다운타운에 있는 집들이 할로윈 장식을 너무 재밌게 하고 미리 동네 사람들에게서 사탕을 모아서 사탕을 나눠준다.
이번에 지루하게 집에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이동을 했다.
이 마을에 가기로 미리 계획을 했기 때문에 이 마을 가게에 캔디 두 봉지를 갖다 주었다.
상해에 사는 딩스뚱스 웹툰 작가 딩스가 마침 보스턴으로 출장을 와서
뉴햄셔의 할로윈을 보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함께 다녔다.
말 잘 통하는 딩스랑은 1박2일 같이 지내면서 수다를 너무 많이 떨어서 목이 아플 지경...
어쨌든 몬버논 마을을 죽 돌았는데
소방서에서 안전을 위해 야광 목걸이를 나눠주고
첫집에서는 따스한 애플 사이더를 준다.
실제 입장료를 내야할 정도로 재밌고 무섭게 꾸며놓은 귀신집도 있었다.
신기한 건 루미가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계속 되뇌인다.
"저건 다 가짜거든! 그래서 안무서워!"
할로윈 첫해,
나는 할로윈 가게에 들어가서 장식품인 뼈나 징그럽다 못해 혐오스러운 가면 같은 것, 공동 묘지 소품들을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두려워했었다.
이젠 그것들이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사람은 역시 자주 접해봐야 적응하게 되어 있어 그런가.
심지어는 공동묘지를 산책한 적도 있었는데
아주 햇빛 좋은 날 아이 학교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에 차를 돌려 들어가본 적이 있다.
화사한 햇빛에 깔끔한 공동묘지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사이를 걸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관리된다면 동네에 있어도 괜찮을거란 생각도 하면서.
실제로 미국 사람들은 집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는 걸 그닥 꺼리지 않는다고 하고 공동 묘지는 다 집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오히려 조용하니까 좋다고 하기도 한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나라만큼 꺼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해괴망측한 장식을 즐기는 할로윈, 트리커트리팅을 마치고 집에와서
바구니에서 쵸컬릿 하나 꺼내 먹고 다리 뻗고 쉰다.
올해도 10월은 할로윈 행사로 잘 보냈다.
앗, 한가지 더,
신문 기사에 보니 트리커 트리팅 바구니에
비싼 반지를 흘리는 여자들이 간혹 있다던데...올해는 미 전역에 서너명 되는 듯.
혹시나 반짝이는 반지가 들어있으면 장난감인지 아닌지 유심히 보고 주인을 찾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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