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 뉴잉글랜드 북쪽에서 성공한 마트인 '마켓 배스킷'은 정말 훌륭한 곳이다.이 마트의 과일 야채는 항상 싱싱하고
이민자의 나라 답게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구비하고 있는데
한국의 농심 라면류과 롯데 과자, 우동 뿐 아니라
중국인들이 많이 먹는 콩나물, 숙주나물, 두부, 배추 같은 것도 있고
심지어는 무슬림들이 먹는 할랄 고기까지 팔 정도로 다국적 제품을 판매한다.
거기에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미국답지 않게 직원들에게 뭐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척척 알려주고
노인이나 학생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며
이미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멤버쉽 카드 같은 건 없다.
일주일에 두어번씩 들리는 이 마켓이 지난 7월말 갑자기 파업을 한다고 했다.
가게 안이 텅텅비고 직원들은 뭘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내용을 들고 길가로 나와있다.
피켓에 씌여있는 이름은 Artie T,
알고보니 형제간 싸움으로 기존 CEO인 Artie T.가 쫒겨났던 것.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직원들이 '아티 티'를 복귀시키기 위해 파업을 했다는 것이다.
아티 티의 복귀를 원하는 것은 직원 뿐 아니라 고객이라며
해고 위협에도 끝까지 투쟁을 해서
결국 한달 만에 아티 티는 주식을 더 사들여 복귀를 하였고
가게는 점차 물건을 다시 들이며 정상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직원들이 왜 그리도 아티 티의 복귀를 원했을까?
그는 마트 직원들에게 이익의 분배, 장학금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제공하였고
직원들을 만나면 가족 안부까지 묻고 다녔던 훌륭한 CEO였다.
직원들이 짤린 CEO의 복귀를 요구하며 생계의 위협에도 파업을 한다는 것은
정의를 잃어버린 자본주의만 판치는 요즘같은 세상에서 참으로 흔치 않은 일이라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결과가 좋게 마무리되어 정말 다행이다.
사실, 직원들은 생계가 달린 투쟁이었기에 더 잘 해결되길 원했겠지만
나는 고객으로서 진정 원했다.
한달 간 근처 다른 마트를 이용하면서 마켓 배스킷의 저렴한 가격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장보러 가기가 싫었을 정도,
물론 동네에서 경쟁 업체인 '하나포드'가 고객들로 붐비면서 직원들 잔뜩 더 뽑아놓고 신났었는데 다시 울상이 되겠지만 마켓 배스킷을 너무 사랑하는 주부로서 이토록 반가운 소식이 또 있으랴 싶다. 작년 여름엔 마켓 배스킷에서 캐나다산 랍스터를 파운드당 4불 정도(작은 거 한마리)에 팔아서 자주 먹었다.올해는 파업 때문에 못먹고 지나가나보다 했는데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먹어줘야겠다.
한국에서 눈막고 귀막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을 바라는 수 많은 시위들..
마켓 배스킷 같은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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