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에 와서 한인 이발소를 찾아서 한인신문을 뒤적이다 찾아낸 곳이 매사츄세츠 웰즐리 (Wellesley) 에 있는 린덴 바버라는 이발소(Linden Barbor Shop)이다. 당시 집에서 한시간 거리이긴 했지만 이발 가격이 다른 미용실의 절반보다 싸서 한번 가보았다. 무뚝뚝하신 아저씨 혼자서 하는 곳인데 처음 갔을때 남편의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누워서 머리를 감고 다 하고 나서 동백기름향이 나는게
타임머신을 타고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갔던 동네 이발소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라고 하였다.
너무 바쁘셔서 첫 방문 이후로 머리를 감겨주지는 않으신다.
가끔 동백기름향을 발라주는 것도 잊으시는데다 우리 집을 이사후 더 멀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이발소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젠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빨리 안 자란다고 두 달 반에서 세 달에 한번씩 가기 때문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나들이겸 다닐만하다.
이번 겨울 눈도 많이 오고,
차도 사륜구동으로 바꾸고,
아이치과수술하고 정신 없었던 일이 지나가고
이제 머리가 너무 자라 머리 크기가 두 배가된 남편에게 이발하러 나가자고 하였다.
가는 길에 로얼 (Lowell)에 있는 인디안 뷔폐에서 별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로얼이 매사츄세츠에서 큰 도시인지 맛있는 식당들이 꽤 많은데 인도음식을 좋아한다면 가볼만한 인도 음식 뷔폐 Priya Indian Cuisine (http://bostonpriya.com),
주말에는 좀 더 비싼 것 같으니 평일 점심 뷔폐를 이용하면 그닥 비싸지 않고 좋다.
점심을 먹고 나니 일요일 오후 세시, 혹시나 해서 이발소에 전화를 했더니 일욜은 원래 3시까지인데
지금 손님이 있으니까 끝나고 해드릴게요 하신다. 헛걸음 할뻔 했는데 고맙다.
이발소에 들어서면
"안녕하세요?"
하신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해드릴까요?"
대답 "짧게요."
그리고 침묵...
갈때 "안녕히 가세요"
이러고 마는 이발소 풍경,
참 신기했다.
미용실은 가서 세 네시간 있으면서 그 시간 내내 입이 아프도록 수다를 떨고 오는데 말이다.
늘상 말이라도 붙일까 하다가 이발 장인의 집중을 흐트러트릴까봐 참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말을 걸어보았다.
"멀리서 왔는데 헛걸음할 뻔 했어요."
"일요일에는 전화로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손님들이 와서 골프치러 나가자고 꼬셔서 그냥 문 닫고 가기도 하거든요."
"와, 그런 재미도 있으시구나."
"혼자서 하기 힘들어서 사람 한명 두고 하려구요. 주말에 손님이 너무 몰려서..."
"사람 구하기 쉬운가요?"
"키워야죠.."
"이 가구 너무 예뻐요."
"그걸 이쪽으로 옮기고 의자를 하나 더 사서 놓을꺼예요.
그 의자가 중고로 사도 5천불(5백만원)이 넘어요.
시카고에서 만드는 건데 새거를 사면 6개월이나 걸려서 앤틱 중고로 사려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이베이에서 보면 배송하기가 힘들어서 구할수가 없어요.
1910년 정도에 만든 의자인데 정말 좋지요."
백년된 의자 하나에 5천불(약 5백만원)이라니, 놀랍다.
그러는 동안 면도기로 울 남편의 머리를 아래만 미니까 (촌스러운) 90년대 대학생 스타일이다.
"머리카락이 억세요.
이런 머리는 미국가위로는 안잘려요."
그리고는 가위에 대한 썰도 한참 얘기하신다.
"가위는 힌국이나 일본가위라야 잘나가고 계속 써요.
미국가위는 일주일도 못쓰고 다 버렸고
태국가위는 싼맛에 쓸만하고
한국가위나 일본가위가 좋아요.
한국가위도 20년된 게 있는데 아직도 잘 쓰고 있고,
일본 가위는 모양도 달라서 정말 잘 나가고 오래써요."
일본가위를 보여주는데 물결무늬가 보인다.
내가 지금 주방에서 쓰고 있는 슌(Shun) 칼처럼 일본 사무라이칼 카타나를 만드는 방법인 접이 제작기법으로 만든 가위, 보기에도 달라보인다. 이발소 내부 구석구석 오래되어 보이는 느낌이 모두 이발사 아저씨의 취향대로 연출된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은 평생 이발에 종사해오신, 평소에 말씀은 없으신데 이발소 용품인 가위와 의자에 대해서는 최고의 제품을 쓰시는 장인의 손길을 거쳐 10년쯤은 젊어진 머리로 이발소를 나섰다. 수다를 떠느라 동백기름 향이 나는 로션을 바르는 것은 깜빡하신 것 같다. 남편은 이 곳에서 자른 머리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이런 장인의 손길은 고작 팁을 넉넉히 해서 22불 정도,
이발 가격이 18불 정도 인거 같다.
이발하는 아빠를 지켜보던 딸아이에게 너도 머리 잘라줄까? 했더니, 엄마가 잘라달라고 한다.
집에 와서 저녁에 욕실에 미용실을 차렸다.
수건을 둘러야겠단다. 아빠처럼.
그 밑에 신문을 깔고 오랫만에 머리를 잘라주었다.
자기 친구 중에 머리가 단발인 아이 이름을 대면서 자기가 그 애 같다고 거울을 보며 즐거워한다.
미천한 실력이지만 엄마가 잘라준 스타일을 좋아해주니 너무 고맙다.
어렸을때, 마당에서 엄마가 머리를 잘라준 적이 있었는데 난 안좋아했던 기억이...또르르.
그런데 문방구용 가위로 자르려니 머리가 정말 안잘린다.
나도 일본가위가 필요하다!
* Linden Barbor Shop
153 Linden Street, Wellesley, MA
781-489-5633
'뉴햄프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꽃 나무들의 전깃줄 습격 사건 (0) | 2014.12.02 |
---|---|
할로윈 (Halloween) 2014 (0) | 2014.11.12 |
짤린 CEO를 복귀시키기 위한 동네 마트 직원들의 파업 (0) | 2014.09.04 |
보스턴 미용실, 앞머리가 없어지다. (0) | 2014.03.11 |
스모어(Smore) 만들어 먹기 (0) | 201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