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커트릿 Trick-Or-Treat!
이사 왔던 첫해의 할로윈 날에 저는 집에 있고 아이는 아빠와 함께 동네를 돌았습니다.
이 동네는 일단 가로등과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웃집과의 간격이 넓어서 옆집 가려면 5분에서 10분을 어둠 속에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삼십분에 한 번씩 오고, 와도 사탕주고 보내는 거라 지루하기 짝이 없더라구요.
동네를 돌고 온 남편도 다니기가 너무 힘들더라고 하구요.
그래서 다음해는 집 앞에 캔디 박스만 놓아두고 우리는 다른 동네 다운타운으로 놀러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국에서 트리커트리팅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장소라고 꼽히는
보스톤 다운타운 부자 동네 Beacon Hill 로 가보았습니다.
4시 반 시작인데 사람들이 벌써 꽤 있었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할로윈 장식 수준이 뭐 말할것도 없었고
사람들 코스튬 구경도 재밌고
비컨 힐의 콘도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어두워지자 가스등 분위기의 가로등도 멋지고...
도시는 정말 재밌고 신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비컨힐에서도 할로윈 장식으로 제일 유명한 장소입니다.
여기는 어두워지면 오픈한다고 아예 팻말을 붙여놨구요. 들어가려면 줄도 좀 서야될 정도입니다.
이 아저씨는 진짜 '사람'입니다.
직접 연기를 하고 있는 건데, 같은 복장의 사람이 다섯명 정도 되는데
스르륵 일어났다 숨었다가 합니다.
비컨힐 내에 Acorn Street인데 미국에서 가장 사진이 자주 찍히는 거리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돌길이라는 것은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돌을 판판하게 깎아서 깔아 두는것이 일반적인데,
Acorn Street은 진짜 울퉁불퉁한 조약돌을 그대로 사용해서 포장을 해둔 특이한 경우라고 하네요.
여기는 마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라서 그렇다는데
옛날에는 마부들이 살던 뒷골목이라고 합니다.
실제 걸어보면 냇가의 돌을 밟으며 걷는 것 같이 정말 힘이 들어서 아이도 남편도 한번씩 넘어졌을 정도입니다.
Louis burg Square 인데 가운데에 이렇게 멋진 공원이 있고 같은 모양의 집이 공원을 중심으로 죽 둘러져있습니다.
옛날에 마차로 주인을 여기에 내려주고 Acorn street에 있는 마부의 집으로 걸어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여전히 이 집들이 비컨힐에서 제일 비싼 곳이라고 합니다.
자기들끼리 와인마시며 파티하며 사탕을 나누어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길 세개를 죽 돌고 서둘러 집으로 왔습니다. 우리 동네 트리커트리팅 시간은 6시부터 8시라서 아직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봤자 심심할 것 같아서 우리 동네에서 그나마 집이 모여있는 거리에 가보았습니다.
아이가 피곤해서 잠들었기 때문에 그냥 드라이브만 하고 왔는데
가로등 많은 밝은 도시에 있다가 우리 동네로 오니 왜 이리 어둡고 한적하게 느껴지던지.
만약 똑같이 2밀리언(20억원) 집인데 우리가 방금 다녀온 Beacon Hill의 콘도와
우리 동네의 궁전 같은 집 중에 어디에 사는 게 좋을까 하는 얘길 나누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2밀리언만 되도 집이 궁전이 되어버리거든요.
도시는 같은 가격에 아주 평범한 복층 아파트가 되는 거죠.
대신 문 열면 누릴 수 있는 도시의 온갖 시설이 가까이에 다 있겠죠.
우리 부부는 둘 다 도시를 너무 좋아해서 참 어려운 질문이더라구요.
그런데 좀 지나니 다시 가로등 없는 어두운 길도 익숙한 느낌이 들고
조용하고 한적한 게 다시 좋아졌습니다.
그저 '지금' 내가 사는 '익숙한' 곳이 최고지요.
집 앞에 둔 캔디박스를 보니 거의 다 가져가고 몇 개가 남아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오늘 벌어온 캔디를 몇 개 SHARE하겠다며 박스를 좀 더 채워주었습니다.
10월 할로윈을 보내고 나면
올해의 큰 숙제를 하나 한 것 같습니다.
이제 11월 땡스기빙에 터키 사다가 먹고, 12월 크리스마스 보내고 나면 새해가 오네요.
반복되는 계절 속에 반복되는 명절,
그 안에서 커가는 아이와 보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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