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집 마당은 비슷한 시기에 거의 같게 지은 세 채의 집이 나란히 이어져 있습니다.
그 넓은 마당에 올해 초부터 세 마리의 칠면조가 "뻭~~~벡벡벡" 시끄럽게 떠들면서 돌아다녔습니다.
드라이브웨이에 X도 싸놓고 놀래켜줘도 도망가지도 않으면서 시끄럽게 떠들기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겁니다.
처음에는 시끄럽고 도망도 안간다고 이웃 아저씨에게 불평했더니 아저씨 왈,
벌레도 잡아먹는데 이 동네에서 제일 작고 무서운 진드기(tick)도 잡아먹으니 얼마나 좋냐고 하시더군요.
그렇담 시끄럽고 드러운 건 참아줘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막 가을이 오니 이 놈들이 살이 포동포동 찌고 커졌습니다.
매일 커가는 모습을 보니 벡벡거리는 소리도 정겨워질때 즈음,
지난 번에 언급한 이웃집 아줌마가 말하기를 (링크: 이웃집 아줌마의 빅 팬이 되다)
저건 칠면조가 아니고 '기니 헨즈'라 불리는 "암탉"이라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칠면조보다 작고 생기기는 닭처럼 생겼더라구요.
이 용감무쌍한 아줌마가 덧붙이기를 길 건너 어떤 여자가 이 닭들을 훔쳐가려고 했답니다.
마침 자기가 집에 오다가 현장을 목격하고는
그 닭은 이 마당에서 벌레 잡아먹으며 크고 있는 'Wild'이니 그대로 두라!고 호통을 쳐서 보냈답니다.
아마 달걀을 낳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라고 하네요.
이 집 딸들은 세 마리의 닭에게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퍼득퍼득", "화이트", "꼬꼬(bokbok)" 이런 식의 의성어를 활용한 이름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우리 마당에서 하얀 깃털 무더기를 발견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걸로 보아 무언가가 닭을 잡아먹었나보다 생각했죠.
그리고 오늘 아침 애들에게 아직 닭 세마리가 같이 다니더냐고 물어보니 지금 두 마리가 됐다고 합니다.
화이트가 여우에게 잡아먹혔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이유는 이 집 아이들이 뒷마당에서 놀다가 여우가 닭들을 쫒아가는 장면을 목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여우가 자기 앞을 지나갔는데 정말 귀여웠다나.
(얼마전 뉴스에서 이 근처 동네에서 미친 여우가 열 살짜리 남자애를 공격해서 그 아이 아빠가 물리치다가 여우에게 물렸는데 광견병 바이러스 같은 것이 발견됐다고 하네요..그런 경우는 미친 여우이긴하지만 그래도 야생 여우이다보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닭 이름까지 지어줬는데 여우한테 먹혀서 슬퍼하지 않으려나 했는데, 누군가의 맛있는 먹이가 되었다고 웃으면서 얘길 하더라구요.
이 한 몸을 장렬히 바치는 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를 안봤어도
기꺼이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의 먹이 사슬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시골 아이들 이야기였습니다.
지하에서 가구를 칠하는 동안 구경하는 기니헨즈, 지금은 훌쩍 컸고,
저 하양이는 여우의 먹이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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