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할로윈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커다란 호박을 현관에 둡니다.
호박 조각을 해서 잭코랜턴을 만들기 위한거죠.
우리집 호박은 제가 Farm에 놀러갔다가 사들고 왔는데...제게는 생각만 해도 슬픈 얘기입니다.
10월 중순 콜럼버스데이때 학교가 쉬어서 아이와 팜에 놀러갔습니다. 회사가 그 근처인 남편과는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구요.
그런데 세상에, 모든 학교가 쉬다보니
(컬럼버스 데이에 학교를 쉬는 것에 대한 것은 미국에서 꽤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점점 학교들이 이 날을 기념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정복자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정말 황당하기 때문인데 동부쪽은 아직 휴일인 경우가 많은가봅니다. 회사들은 거의 휴일이 아니고 일을 합니다.)
학교 쉬는 날 아이들 데리고 뭘 하겠습니까,
가을이고 날씨도 좋으니 바깥 놀이를 즐겨야죠. 그래서 뉴햄프셔주와 매사츄세츠 주의 경계에 있는 Parlee Farm에 갔습니다.
이 팜은 평소에도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각종 과일 피킹을 할 수 있는데,
가을이면 지푸라기를 가지고 미로를 만들어 아이들이 놀기 좋게 해주고,
트레일러를 타고 애플피킹을 하고,
애플사이더 도넛과 크리스피 애플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며,
호박 밭에서 호박을 골라서 사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팜 중에 제대로 상업화된 거대 팜인데 딱 도착하는 순간, 한국에서 주말에 에버랜드에 놀러간 기분이랄까요.
주차장이 꽉 차다 못해 넘치고 있었구요.
이 근처 아이들이 다 모인 게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일단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지푸라기로 만든 헤이 메이즈에 가서 조금 뛰어 놀았어요.
원래는 남편과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 사다가 피크닉 테이블에서 한가롭게 먹자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우리가 버거가게로 갈테니 거기서 만나자고 약속을 변경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다가 호박이나 하나 사들고 가자고 했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펌킨 패치, 호박 밭에 가서 Wheel barrow를 끌고 호박을 하나 골랐습니다.
아이가 밀고 그걸 들어서 가격을 지불하니 10불이 넘는 것으로 보아 20파운드 정도(10키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선 그렇게 커보이지도 않았거든요.
그걸 들고 원래 만나기로 했던 친구 엄마를 잠깐 보고 우린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그 엄마가 저에게 안쓰럽다고 하는거예요.
무거운 거 들고 주차장까지 가야되는데 어쩌냐고...그때도 별 생각없었는데,
막상 차로 가면서 보니, 앗차, 우리 차가 주차장 끝에 있다는 걸 그때 깨달은 겁니다.
그리고 마트처럼 카트도 없잖아요.
10키로를 들고 아이를 데리고 차까지 가는데 욕이 절로 나올 것 같더라구요.
제가 욕을 좀 했으면 막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힘든데 주차장이라 중간에 쉬기도 그렇고 어쨌든 끝까지 가서 겨우 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니 같은 크기 호박이 동네 마트에 5불이면 사는데 이 무거운 걸 왜 여기서 사서 이 고생을 했나 싶은 겁니다.
다시는 팜에서 호박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제 생일이었답니다. 생일날 웬 ㄱ고생을 사서 하는지요.
어쨌든 그렇게 사온 호박으로 잭코랜턴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이 올해는 다쓰 베이더를 하겠다고 해서 제가 미리 속을 파줬거든요.
작년에는 남편이 속까지 다 팠는데 올해 제가 또 속은 왜 파준다고 했던 건지,
이거 파는 게 또 일이더군요.
게다가 호박씨는 아이 학교에서 쓸거라고 반장엄마가 부탁을 해서 호박씨만 골라내서 말리는 작업까지 했습니다.
저녁에 남편이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다쓰 베이더를 만들었습니다.
호박 파는 도구는 하나 사두는 게 편하더라구요.
남편이 아이에게 카빙한 호박을 보여주면서
"I'm your father."
라고 했더니
"...Yes, you are!"
하고는 홱~~자기 할일하더라구요.
작년엔 엘사 잭코랜턴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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