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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이웃의 빅 팬이 되다.

by 마미베이 2015. 9. 4.

저는 어제부로 이웃집 엄마의 빅 팬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주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스쿨버스로 인해 문제 아닌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작년에 아이가 반 년동안 스쿨버스를 이용했는데, 앞집 남자아이와 같이 우리 집 드라이브웨이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앞집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른 학교로 가고 결국 이 길에서 버스를 타는 아이는 이웃집 자매 둘과 우리 딸 이렇게 세 명이 되었습니다.

스쿨버스 오피스에서는 매 년 어디에 몇시에 선다는 공지를 하는데 첫 날 그 곳을 찾아갔더니 우리 길에 그 번호의 주소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작년에 이용하던 우리집 드라이브웨이 앞에서 스쿨버스를 세우고 아이를 태우면서 운전기사에게 그 주소는 없는데 여기로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그러자고 오후에 여기서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이 날 아침 이웃집 자매는 이용을 안하더라구요.


그리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나갔는데 버스가 서자 앞에서 이웃집 아줌마가 마구 달려오더니

버스에 올라가서 기사에게, 그 주소는 없는 것이라 내가 오피스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네 집 드라이브웨이 앞으로 스탑을 정했다고 이제 거기 세우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자기집 드라이브웨이 앞에 세 명의 아이들이 내릴 거고, 차가 진행하는 반대방향이고 커브이다보니 반대편(자기네 드라이브웨이)에 서 있다가 버스가 오면 길을 건너가서 타면 된다고 정리를 해주고 갔습니다.

그러라고 하고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침에 운전기사랑 정리한 사항을 이웃집 아줌마가 다 바꾼 상황인데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반 년간 버스를 타면서 한번도 타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타지도 않으면서 그 쪽으로 이동을 시키는가,

그리고 거기는 커브로 도는 차가 오면서 스쿨버스를 못 볼텐데 안전상의 문제도 신경쓰이고 해서 갑자기 기분이 좀 상하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그리 먼 곳도 아니고 3분 정도 일찍 나가면 되는 거고, 그 집은 지금 껏 더 내려와서 버스를 탔었던데다 애가 둘이고, 나는 하나이고 하니 여러모로 이해는 되었지만 목소리 크고 단호한 아줌마가 공지하듯 그렇게 얘길하고 가니 좀 상황이 그랬습니다.


억울한 기분에 다음 날 버스 기사에게 혹시 두 번 설 수 있냐고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오피스에서 정하는 거라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 걸 본 이웃아줌마와 아저씨가 두 번 서는 거 물어봤냐고 하면서 겨울에 추우면 차를 여기다 대고 기다리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기 먼 것도 아니고 산책하는 겸 오면 되니까 괜찮아요. 작년에도 우리 드라이브웨이 나오기 추워서 차로 기다려서 그 방법 알고 있다. 괜찮다..." 이러고 막 떠들고 왔습니다. 물론 기분 나쁜 티를 내려던 건 아닌데, 오다가 생각해보니, 겨울에 자기네 드라이브웨이에 차를 대도 된다고 "허락"해주는 멘트였는데 내가 서운했던 감정이 있어서 잘못 알아듣고 나도 안다는 둥 떠들어 댄 게 속이 다 보여서 민망하더라구요.


다음 날 오후에 다시 만났을때 이 이웃 아줌마가 내니와 옆에 있다가 제가 오니 돌려서 얘길 꺼냅니다. (이웃아줌마는 풀타임 일을 해서 내니가 있음)

오피스에서 공지한 주소가 없는 주소인 2 여서 전화롤 그냥 "물어"보았더니, 그 길에서 첫번째 주소가 뭐냐고 물어서 3(이웃아줌마네 집)라고 대답했고, 그럼 그 집에 몇명이 타냐고 해서 2명이고, 그 길에서는 총 몇명이 타냐고 해서 3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 집 앞이 버스 스탑이 된 것이다.(내가 임의로 바꾼 게 아니라는 의미) 여기 차 속도가 빨라서 걱정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 있다는 교통 표지판이나 천천히 달리라는 표지판을 달아달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잘 안되었다. 그래도 난 계속 얘기할거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 아이들이 겨울에는 스쿨 버스를 안탔는데 올해는 5분 더 늦게 나가도 되기 때문에 계속 이용할거라고 합니다.(작년에 이용하지도 않더니만...했던 내 궁금증 해결)


이렇게, 제가 가졌던 의문을 다 얘기하는 겁니다. 아마 제 속마음이 다 읽혔던 듯 하고, 이 분의 성격은 굉장히 직선적이고 쿨했는지 서로 간의 오해는 풀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점잖게 주장하는데 그게 참 고맙더라구요. 옆에 살고 아이 학교 보내느라 아침 오후에 두번이나 만나야하는데 괜히 불편하면 골치아프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어쩜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읽고 다 얘길하는지 저는 속으로 참 멋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서로 언짢은 표시 같은 건 전혀 없었네요.

그리고 일주일간 이렇게 버스를 타보니 엄청난 장점들이 보입니다.

우선 아침에 그 집 아이들을 만나면 밝고 맑게 인사를 하고, 학교 생활 얘기도 듣습니다.

점심 시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물으면서 우리딸이 줄 설때 어디 섰었는지도 얘기해줍니다.

스쿨버스가 도착하고 버스 기사가 엄지 손가락을 들면 이 두 언니는 우리 딸의 손을 양쪽에 하나씩 잡고 길을 건너 버스를 탑니다.

우리 딸은 제 당부대로 맨 앞자리, 버스 기사가 볼 수 있는 자리에 앉고 언니 둘은 맨 뒷자리로 갑니다.

스쿨 버스에서 어른들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 괴롭히고 힘든 일이 일어나는데 언니들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이 좋은 상황을 괜히 조금 안 걷겠다고 어렵게 만들려고 했었나 싶은 게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이 아줌마의 팬이 되었냐면,(이제 시작이라능..)

어제 오후에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서 그 집 드라이브웨이에서 이웃집아줌마, 그 집 내니, 그리고 저 셋이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도착하기 3분 전,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교통사고가 크게 난 겁니다.

앞 차가 커브를 틀려고 속도를 줄였고 뒷 차는 그걸 못본 겁니다. 뒷 차가 엄청 찌그러지고 에어백이 터지고 기름이 새고, 연기가 조금 났습니다.

뒷 차의 어려 보이는 여자가 떠는 게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저도 갑자기 떨렸구요. 그런데 우리 이웃아줌마, 망설임없이 그 차에 다가가면서 내니에게 911에 전화하라고 지시하고, 앞 뒤로 오는 차 다 손으로 세우고는, 그 여자에게 "You are okay. Can you turn the engine off?" 를 반복하며 여자를 안심시키고 엔진을 끄게 하더군요. 뒷 차 운전자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시동도 못 끄고 울며 떨고 있다가 곧 시동을 끄고 진정하고 있었고, 순식간에 경찰차 두대, 앰블런스와 소방차가 도착했습니다. 앞 차는 멀쩡했고 뒷차가 거의 찌그러졌네요. 경찰이 오자 이웃집 아줌마는 witness라고 얘기하고 정리 다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스쿨버스에서 도착했고 저는 아이들이 못 보게 그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내니와 그 집 큰 딸은 우리 아이와 놀아주고 저는 다시 사고 현장으로 가서 조금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네요.


가만 생각하니, 그 상황에 그 아줌마가 있었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당황한 운전자가 엔진을 계속 안껐으면 기름이 흐르고 연기가 나는 차에 터진 에어백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끔찍합니다.

이 아줌마가 제 눈엔 수퍼히어로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오늘 아침 이 아줌마는 못보고 이 아줌마의 남편분을 만났습니다. 

"나 너 와이프의 빅 팬이 됐어!"

라고 하며 어제 얼마나 멋있었는지를 설명했더니, 알고 있다고, 자기집에서 와서 보라고, 늘 보스가 되고 싶어한다며 농담을 하더군요.

더 웃긴 건 이 아저씨는 직업이 FBI 입니다....

울 남편과 이 아저씨가 처음 만났을 때 난 FBI에서 일한다고 얘길해서, 울 남편이 크게 웃었대요. 농담인 줄 알고.

근데 나중에 생각하니 너무 진지하게 얘길 했다고 진짜면 미안해서 어쩌지? 했는데 진짜 FBI였어요.

그래서 그 얘길 아저씨에게 했더니 괜찮다고 다들 그런다고 합니다.

우리만 FBI 를 신기해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도 똑같이 신기해할 뿐더러, 이 아저씨의 누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누나인 자기도 신기하다고 하더라구요. FBI는 영화에서나 보는 존재라는 인식이 똑같더군요. 근데 매일 만나는 우리 이웃...

사실 이웃 아줌마의 말투가 워낙 강하고 빨라서 조금 거리감이 있었거든요. 

근데 위기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완전 팬이 되어버렸답니다.

용감한 당신은, FBI의 보스...아니 아내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운전할 땐 잊지 말자, 안전 거리 확보와 전방 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