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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초등학생이 되다.

by 마미베이 2015. 8. 27.


두 달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어제 오후 학교에 가서

새로운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와서

오늘 아침 새벽 같이 일어나 7시 15분에 오는 스쿨버스를 태워 학교에 보냈습니다.

자기 키의 절반만한 책가방을 멨습니다.

가방 안에는 물통과 간단한 스낵이 있어요.


설레는 표정 보세요.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같은 초등학교에 있는 병설 유치원을 다녀서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스쿨 버스도 이용을 해본 터라 아이도 저도 그다지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아침부터 오후 두 시 까지 엄마와 떨어져 학교에서 생활하는 거라

챙겨줄 게 뭔지 모르는 엄마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점심 식사를 위해서 금액을 충전해줘야 되는데 방법을 몰라서 좀 헤매고

뭘 챙겨 보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또 헤매고

아침에 6시 반에 일어나야해서 비몽사몽 헤매고..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고 안내문을 읽어보고 아침에 바쁠까봐 미리 가방을 챙겨두었습니다.


스낵은 NUT-FREE로, 절대 넛류는 넣으면 안되구요.

과일이나 골드피쉬 같은 간단한 과자 넣어줍니다.

가끔 보면 음식을 나눠먹는 게 미덕이라는 믿음 가지고 자꾸 나눠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는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음식을 나눠먹지 말라는 것이랍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알러지가 많기 때문이니까 절대 아이에게 음식을 나눠먹지 말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물론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 알러지를 알기 때문에 알아서 하니까 조금은 나눠 먹어도 됩니다.


까페테리아에서 주는 점심을 사먹기 위해서는 학생 고유 번호에 금액을 충전해두어야 합니다.

한끼에 기본 $2.5 네요.

저는 선생님께 체크를 보냈는데 아마도 알아서 충전해주실 것 같구요.

다른 방법은 https://sendmoneytoschool.com 사이트에 들어가서 계정을 만들고

아이 학교에서 부여받은 고유 번호를 넣고 신용카드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fee가 $2이 붙습니다.

학생 고유 번호는 우리 동네의 경우 아이 학교 등록하면 나오는데 온라인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1학년이 되면 이 번호를 외우게 해서 까페테리아에서도 쓰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릴때도 쓰고 한답니다.


선생님이 보낸 안내문을 읽어 보니 

아침에 학교에 가면 오늘 hot lunch를 먹을 건지, cold lunch를 먹을 건지 

선생님에게 얘기를 하라고 합니다.

hot lunch란 스쿨 런치,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얘기하고

cold lunch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선생님이 hot luch or cold lunch 중에 뭘 먹겠냐고 물어볼거라고 했더니만

"Warm lunch!!!"

라고 서슴없이 외치더군요.

뜨거운 건 싫은 게 당연하죠....ㅜ.ㅜ




스쿨 버스 서는 장소는 보통 바로 집 앞이 아니라 몇 집 건너 서는데

안내문에 나온 장소가 없는 주소로 되어 있어서 아침에 집앞을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은 작년에 타던 바로 집 앞에서 기다려서 버스에 탔습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그냥 여기로 하자고 하십니다.

(나중에 옆집 아줌마가 스쿨 버스 오피스에 전화를 해서 위치를 자기 집 앞으로 옮겨버렸습니다.

거리가 많이 멀지는 않아 그닥 상관은 없는데 

그쪽 길이 커브라서 안전상의 이유로 조금 부담스러워서

기사에게 두 번 서는 게 어떨지 얘길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렇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홀로 집에 들어와서 먹다 남긴 아침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이와 나, 그저 하나 처럼 6년을 보내고

정말로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게 아직 덜 믿깁니다.

집 안 어딘가에서 "엄마!"하고 불러대는 환청도 들립니다.

아이가 아침 일찍 학교에 갔는데 오후 두 시가 넘어서 온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며칠 지나면 얏호~~ 하며 신나게 즐기겠지만

당장 오늘은 이 엄마의 마음을 묘한 감동의 눈물 외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어젯밤부터 1학년이 되니 너무 기쁘고, 스쿨버스 타고 학교가고, 집에도 스쿨버스 타고 온다고, 

새로운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도 만나고 놀이터에서 놀고 까페테리아에서 점심도 먹는다고 열 번은 넘게 외치고 

알아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깨우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또 다다다다 너무 기쁘다고 외치고는 학교에 갔습니다.

저도 아마 1학년이 될때 그렇게 기뻤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참으로 뻔한 엄마 마음이지만

학교 가는 걸 좋아해줘서 참으로 고맙구나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