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사항: 유명한 Keene Pumpkin festival은 2015년부터 Laconia, NH 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2014년 행사때 대학생들이 일으킨 팻싸움으로 인해 Keene에서 더 이상 개최되지 않습니다.(2015.10 추가)*
뉴햄프셔주의 킨(Keene)이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펌킨 축제가 볼만하다는 얘기를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뉴햄프셔주에서 하는 건데, 이 시골에 사람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
지난 주에 갔던 하버드 옥토버페스트보다는 작겠지.
(이 생각을 하는 이유는,
매사추세츠 주에는 사람이 많이 살아서 어딜 가나 한국처럼 사람이 북적대지만
뉴햄프셔주는 집도 띄엄띄엄 있는 산이 대부분인 강원도 같은 곳이라 늘 이렇게 빗대어 얘기합니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 사람 욕하듯 매사추세츠 욕도 하고...
매사추세츠를 줄여서 여기선 매쓰(Mass)라고 부르는데 운전 매너 없고 불친절해서 애쓰홀 욕을 빗댄 매쓰홀(Masshole) 이라는 욕도 있다는...)
킨 호박 축제는 4시에 호박에 점등행사가 시작되니까 그거나 좀 보고 오자, 생각하고
느즈막히 5시즈음 주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뭔가 잘못 계산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준비된 세개의 주차장 중 하나에 차를 대고 행사장으로 가는 셔틀을 타려고 서서
셔틀로 마련된 스쿨버스 세대를 보내고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지요.
차 탈때 카싯에서 버클을 혼자 매는 습관때문인지
스쿨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발견하고는 꼭 매야 된다고 저러는 딸래미.
미국 스쿨버스는 안전벨트가 없다고 들었는데 앞좌석 몇자리까지는 있나봅니다.
나중에 올때 같은 버스 뒷쪽 좌석에 앉았는데 거긴 안전벨트가 정말 없더군요.
스쿨버스가 오면 양방향의 모든 차들이 정지하는 이 나라에서
스쿨버스에 안전벨트가 없는 미스테리는….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습니당.
참고로 미국 관광버스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더라구요~
알고보니 킨 펌킨 페스티벌은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잭코랜턴(jack-o-lanterns, 동그란 호박 속을 파내고 다양한 조각을 한 후 안에 촛불을 넣어 두는 랜턴)을 모아두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992년에 1,628개를 기록의 시작으로 올해 2013년에 30,581개의 잭코랜턴으로 세계기록을 9번째 세웠습니다. 카운트 다운 하는 바로 그 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것이 영광이로군요. 그러나 호박을 조각 해서 참여하지는 못하였으니 아쉽습니다. 등록하는 호박 하나당 $5씩 받았다니 3만개이면 킨은 15만불을 벌어 행사 진행에 쓰나 봅니다. 주차장도 그렇고 운영하는 셔틀도 그렇고 8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나름 질서있게 진행되었습니다.
킨은 대학도 있는 큰 도시여서 그런지 4차선 대로가 뻗어있는 흔치않은 뉴햄프셔의 큰 도시인 것 같았는데 그 대로를 막고
입구부터 잭코랜턴들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어떤 호박은 정말로 촛불이 호박에 붙어서 검은 연기를 내다가 안쪽 호박이 익었는지 작게 뻥뻥~ 터지고 있기도 하였지요.
대관람차가 꽤 인기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대관람차를 타고 3만개의 잭코랜턴을 내려다보는 것이 꽤 의미있을 거 같더군요.
4차선 대로의 끝에는 탑처럼 쌓아올린 잭코랜턴들이 빛나고 있는데
그 바로 앞에 두그루의 나무가 딱 가려서 이 탑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 나무 앞으로 몰려들어야 했습니다.
참으로…작고 예쁜 나무 두 그루,
호박탑을 보는데 방해가 되지만 그 나무는 그냥 거기 있을 뿐인 것을,
보기 불편하다고 나무를 어찌할 수도 없는 이 노릇.
그걸 그대로 둔 극성맞지 않은 마음이 뉴햄프셔스럽고 좋다고 혼자 막 생각했습니다.
곳곳에 공연이 이루어지고 참여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으나 정말 많은 인파로 인해 그냥 한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어려웠습니다.
아이가 어리니 사람들에게 잘 안보여서 유모차를 태우거나 반짝이는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어야할 필요가 있더군요.
킨의 이 대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어딜가나 있는 던킨 도넛, 스타벅스 같은 것들이 없이 마치 로컬 브랜드의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여행하면서 아는 브랜드가 나오면 내가 문명 속에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참으로 재미없음을 느끼는데 말이죠.
뉴햄프셔는 이렇게 로컬의 것들을 많이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코스툼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족이라 같이 사진 찍자고 하였습니다.
왼쪽 뒤에 보이는 커다란 이를 드러낸 얼굴 모양의 호박을 보고 구경하려고 이쪽으로 왔더니
노란 옷을 입은 첫째 아이가, 이거 우리 아빠가 조각한 거예요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옆을 보니 눈만 뻘건 고스트가 까만 망토를 뒤집어 쓰고 두 눈에 빨간 불을 켰다 껐다 하면서 서있는데 이 분이 바로 아빠이시고,
왕비 엄마와 공주 딸, 그리고 막내가 거기 서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분장도 재밌었지만 엄마가 정말 미인이더군요. 정말 왕비를 해도 되겠어요.
우리 딸은 고스트가 무서워서 안찍겠다고 하는데, 엄마 욕심에 강제로..."치~즈!"를 외치며 건진 사진이랍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Jack 코스툼은 어린 아이였는데 정말 귀여웠습니다~ 인기만점!
헐크
무서운 괴물은 무서워서 사진 작게~
Will you marry me? 펌킨 조각.
* Keene Pumpkin Festival
http://pumpkinfestival201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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