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때
아이 핑계로 가는 여행, 일명 태교 여행을 발리의 풀빌라, 오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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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사람의 9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다고 한다. 인도와는 약간 달라서 쇠고기도 먹는 힌두교라는데, 사원들을 들어가는 문이 모두 저렇게 탑을 반 쪼갠 것처럼 생겨있다. 보통 인사를 할때 두 손을 모아서 "아빠 가빠~"라고 하는데, 힌두교는 하나의 생각, 즉 좋은 생각만 하라는 의미로 손을 탑 모양으로 만들어서 인사하고, 저 탑 사이를 지나면서 사원에서는 내내 좋은 하나의 생각만 하라는 뜻이라 한다. 발리 공항에 내리자 마자 보이는 발리 전통느낌의 건축물이다.
오션 블루의 로열 빌리지 풀빌라,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에 작은 수영장이 하나 있고, 그리고 실내는 세 개의 공간으로 칸막이 되어있었다.
아침 식사하는 곳에 로열 빌리지 메인 풀이 같이 있다. 우리 빌라 안의 수영장은 워낙 작아서 실제 수영을 하고 논 곳은 여기, 우리가 노는 시간엔 사람들이 없어서 전용으로 놀아서 좋았다. 밤에 배영을 하면, 아주 아름다운 별이 뜬 밤하늘을 감상하면서 물에 떠다닐 수 있어서 낭만적이었다. 물에 뒤집혀 떠서 하늘의 별을 보니까 내가 하늘을 떠다니는지 물위를 떠다니는지...환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남편에게 해보라고 했더니, 안경 안쓰면 별도 잘 안보인다나...
발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까, 울루와뚜 절벽 사원은 꽤 멋졌다.
인도양의 파란 바다, 센 파도...서퍼들이 좋아한다더니 그럴만했다.
울루와뚜 절벽 사원엔 원숭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입구쪽은 순한데 꼭대기에 올라가면 마치 교육 받은 듯한 사나운 원숭이가 두세마리 있는데, 사람들에게 중요한 안경, 선글라스, 귀걸이 같은 거를 귀신같이 채가는 원숭이가 있다. 그걸 들고 위험한 돌 위에 올라가버리면, 관광객은 빼도박도 못하고, 원숭이 전문 딜러에게 돈을 쥐어주고, 원숭이에게서 소지품을 찾아오는 수고를 해야한다. 아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안경을 겨우 찾았다고 조심하라고 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손에 들고 있는 안경까지 세게 채가려는 원숭이를 보았다. 몇 마리만 그런 짓을 하는 것으로 보아, 전문 딜러가 교육 시킨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울루와뚜 절벽사원 올라가는 중에 졸고 있는 할아버지...더운 지방 사람들은 삼모작도 가능하고 그래서일까, 그냥 편한게 좋은 거라고 느리고 느긋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인다.
오션 블루 전용비치가 있다고 해서 셔틀을 타고 15분 정도 걸려 해변으로 왔다.
우리 딸이 뱃속에 있을 때인데,
남들 만삭 배처럼 나왔다.
만삭때는 정말 '곰'이 따로 없었다는...
회사 앞에서 오랫 만에 만난 동료분이 너무 깜짝 놀라서 내게 미안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푸훗..괜찮아요..지금 생각하니 웃음만 난다.
진짜 곰처럼 살이 너무 많이 쪄서도 먹는 것만 생각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
남편은 신나게 바다에서 셀카찍고 놀다가 비싼 호텔 맥주를 즐겨줘야 한다.
루피아가 없어서 달러를 냈다가 수수료로 바가지를 옴팡 썼다.
거스름돈도 잘못 준 척 적게 줘서 얘기했더니, 웃으면서 "쏘리"하고는 제대로 돌려줬단다.
아주 순진한 얼굴로 웃으면서 바가지 씌워버리는 발리 아줌마~
발리의 바다는 우리 나라 서해안보다 조금 낫다고 해도 될까 싶을만큼 별로이다.
그래서 수상레저를 즐기는 일본인이 많았는데, 자동차 같은 것들을 타는 걸 무지 좋아하는 남편만이라도 하게 해줄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우린 사실 돈을 거의 안들고 비치에 나왔었다.
옵션으로 하는 것들을 할 수가 없었기에, 그랜드 빌리지 메인풀에도 놀러가봤다. 역시나 남편은 콜라를 하나 시켜서 물 속에 있는 의자가 신기하다며 앉아서 마시고 논다. 사람이 없어서 안나와 있던 호텔 직원들이, 우리 둘이 놀고 있으니 얼음 잔뜩 넣은 콜라를 만들어주고는 허니문이냐는 둥 이것 저것 궁금한지 우리보고 물어보고 웃어주고 내내 저길 지키고 있어준다. 심심한가. 오션 블루는 99%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ㅋㅋㅋ
가이드에게 맛있는 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발리에서는 새끼 돼지 바베큐가 유명하니 거길 가자고 한다. 그래서 우붓시장에 있는 IBU OKA 라는 새끼돼지바베큐집을 갔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보여서 이제야 내 눈이 여행 다운 여행에 호강한다고 재밌어졌다. 게다가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가격이 3만루피아(우리돈 3천원)밖에 안한다. 저기다 음료까지 시켜먹었는데 우리 둘과 가이드까지 해서 십만루피아(만원정도)가 채 안나오니, 현지 물가가 이렇게 싸구나 싶었다. 보기엔 별로로 보일지 모르지만 살살 녹는 새끼돼지바베큐가 느무느무 맛있었당!!
보통 패키지 여행은 옵션을 해야 가이드가 돈을 좀 벌텐데, 우리는 사정상 옵션 할 것이 없어 가이드에게 꽤 미안했기 때문에 팁을 매일 별도로 챙겨주었었다. 가이드는 마지막 날 혹시 힌두사원 보고 싶냐고 묻더니 사원에 데려가준다. 힌두 사원 앞에 내렸더니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그날이 마침 6개월에 한번 있다는 그 사원의 기념일이어서 발리 사람들이 가장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하고 음식을 해서 사원에 가져오고 있었다. 아직 카스트 제도가 적용되어 있는 발리에서 브라만계급인 스님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고 하는 의식이 진행될 것인가 보다. 힌두교를 믿는 가이드는 구경꾼이 갈 수 없는 곳곳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고, 더 구경하라고 해주었다.
남편은 아이를 안고 아내는 집에서 해온 음식 바구니를 이고 사원을 들어오는 모습, 사진을 찍다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주었다.
힌두 사원마다 있는 반얀 나무는 나무 위에 또 나무가 자라는 신기한 나무이다. 덩치도 굉장히 크고 나무 뿌리가 가지처럼 우거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서 모든 힌두사원마다 한그루씩 있나보다. 힌두교도들은 매일 아침 먹던 밥과 몇가지 꽃잎 같은 것을 자그만 바구니에 담아 하루의 안녕을 기원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간혹 자동차 번호판에도 저런 것들이 보였다. 비가 와서 길바닥에 저 조그만 바구니와 그 안에 든 꽃잎, 먹던 밥 같은 것들이 마구 널브러져 지저분해졌지만 그들의 믿음과 관계가 없는 타인의 입장에서 봐서 그런거겠지. 새들이 쪼아먹기도 하는 걸 보니, 삶 속에 녹아든 종교의 한 장면을 본 기분, 마음을 경건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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