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디스크에 파일을 정리하다가
4년 전 시카고 근교의 아파트에서 살 적에 찍은 짧은 동영상을 발견했다.
두 살이었던 아이가 혀짧은 소리로 "앉아쪄"라고 반복하면서 작은 상 위에 올라 앉아서 내려오고 싶어 하는 상황,
기저귀를 찬 아이는 엉덩이가 한 움큼이고
팔다리는 통통하고 얼굴은 더 동그랗고 그야말로 아기이다.
그 모습이 이뻐 죽겠는데, 그 조그만 아이는 지금 잘난 척을 해대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이제 나는 만화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엄마 노릇에 익숙해져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학교에서 더 오랜시간을 보낸다.
<1학년 첫날 스쿨버스 기다리며>
두 살 아가였던 우리 딸, 그때 아이를 안았던 포근한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왜 더 사랑해주지 못했던 걸까.
기억나는 거라고는 '(초보)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훈육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저 조그만 아이를 혼냈던 거,
지나고 보니 더 사랑해주고 예뻐만 해줄 걸 후회된다.
원래도 남에게 피해 안주는 얌전한 아이인데 뭐 그리 훈육을 한다고 붙들고 혼을 내고 그랬던 건지.
마치 할머니가 손녀보는 마음처럼 아이를 돌아본다.
또 조금 지나서 키가 엄마만큼 크면 초등학교 1학년때 얼마나 조그맣고 이뻤는지 추억하겠지.
아이와 함께 낄낄거리고 놀았던 시간을 그리워하겠지.
여섯 살 딸 아이를 둔 엄마는 가슴이 뭉클하고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오늘은 이 녀석이 쌩고집을 피우고 ㅈㄹ을 해대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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