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겆이를 하며 창 밖을 바라보면 마굿간이 보인다.
매끈한 근육질에 빛나는 자태를 뽐내며 유유자적 거닐고 있는 말,
뽁뽁거리며 뭔가를 쪼아먹는 닭,
날다가 잔디에 내려앉아 벌레를 먹고 있는 새...등을 보다보면
마음 속에 걱정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
그런 풍경으로 마음 속의 걱정이 한낱 쓸데 없음을 깨닫는다.
계절에 따라 풍경은 확연히 달라진다.
긴 겨울동안 마른 가지와 하얀 눈이 덮인 풍경,
봄이 오면 연두빛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이 되면 초록잎이 무성해서 이웃집이 보이지 않는다.
가을이 오면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내다가 바람이 불어 다 떨어지고 다시 앙상한 가지로 기나긴 겨울을 난다.
하늘에 별은 맨눈으로 은하수가 보일때도 많다.
뉴햄프셔 주 옆에 위치한 버몬트 주 출신 타일러의 인터뷰 기사에 절로 공감이 된다.
“고향 밤하늘이 맑아서 은하수를 종종 봤는데, 그때마다 인간사의 모든 게 사소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나뭇잎이 낙엽이 되고 거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여겨진다고도 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인생이라면 누군가에게 기억은 안 돼도 거름은 되고 싶다며.
아주 진부하고 유치한 말인데, 뉴햄프셔, 버몬트, 메인주에 살다보면 저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체감으로" 안다.
사실 저런 얘기 외에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한다.
계절이 가고, 반복되는 일상이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삶이기에.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내 안에서 만들어낸 세상사 걱정이 부질없음을...안다.
동시에 이 평범한 아줌마는 아주 자주,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 참으로 먼 거리가 있다.
뒷마당에서 보인 은하수, 2016년 여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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