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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리뷰

무한도전을 보고 입양에 관련하여.

by 마미베이 2015. 9. 7.

하도 재밌다고 하길래 한국 떠나온 후 처음으로 무한도전을 본 것 같다.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 배달해주며 느껴지는 감동이 와닿았다.

아프리카 편을 보면서는 참 화면을 감동적으로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 맨날 JTBC 내 친구의 집만 보다가 MBC 방송으로 보니 장비도 좋고 작가진도 좋고 카메라 클로즈업하는 기술도 좋고, 오성급 호텔을 누리는 기분으로 보았다. 남미편은 그냥 봤고, 이번주에 나온 일본편은 무책임한 정부에 화가나고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을 다루는 편에서는....두 번이나 화가 버럭 났다.


홀트 복지 센터에서 만난 아이를 왜 안쓰럽게 표현하는가?

모든 사람들이, 유재석이 지호를 안고 "지호야"만 반복해서 부르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지호에게 얼마나 큰 행운이 찾아온 건지를 알려줘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

"입양"은 행복한 것이다.

태어날 때 어떤 이유로 버림을 받았든, 그건 지난 일이고 다시 나를 키워줄 사람이 생겼다는 "입양"은 그야말로 행운인 것 아닌가.

전 세계에, 어느 시점에나 아이를 '무책임하게' 낳아서 키울 수 없는 사정은 있게 마련이다.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가정으로 입양되는 순간은,

특히나 화면에 비추어진 가족처럼 그렇게 지호를 만나기 위해 설레며 아이를 데리러 간 가족에게 가족과 아이는 행복한 순간의 시작이다.

그런데, 왜, 그 아이를 안스럽게만 바라보는건지.

그건, 아이를 데려가는 가족에게 너무 무례한 시선은 아닌지 말이다.

지호를 불쌍하게만 표현한 무한도전에 아주, 버럭, 화가났다.


두번째, 미국으로 함께 온 선영씨의 부모님을 많은 사람들은 욕을 했다. 아이를 버렸던 주제에 뻔뻔하다고.

뭐, 남 비판할 권리야 모든 사람에게 있다지만, 그 시대에 팽배했던 믿음, 문화가 있었던 것이고 그들은 그 곳에 놓여있었던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내가 잘나서 잘사는 나라에서 여유롭게 고상한 척 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어쨌거나 욕이야 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고, 다음 날 찾아간 입양 가족 모임에서 한 아이에게 질문했을때, 무심코 아이가 '한국에 가면 생모와 나를 돌봐줬던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라고 하고 나서 질문한 사람도, 대답한 아이도 모두 아차, 싶었던 순간,

그때 가장 옳았던 사람은 그 아이의 엄마였다. 괜찮다고 안아준 엄마.

입양아에게, 생모 이야기와 나라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아이가 준비됐을때 그 가족 사이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고 아이도 부모도 서로 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다독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방송이랍시고 하다가 그 순간을 침범당한 것인데, 방송은 무례하게도 거기에서 그저 "한국에서 떠나 보낸 불쌍한 입양아"라는 시선밖에 다루지 못했다. 내가 그 가족이었다면 당황스러웠을 순간이란 말이다.


한국에서 입양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다.

버린 아이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 키운다는.

그리고 잘못된 가정으로 가서 전전할수도 있고, 나쁜 길로 빠질수도 있고.

물론 그런 경우가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잖나.


그렇게 무한도전에 좀 실망스러워하고 있을때, 친한 이웃 엄마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우리 딸에게 동생이 생겼어요.라며.

이 가족은 둘째 아이를 입양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태어났고 입양하게 되어서 아기를 데리러 다른 주로 가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축하한다, 아름답다, 행복해 보인다는 댓글을 달았다.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입양에 대한 이미지는 딱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행복한 가정 속으로 들어가서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

그 다음은 입양 가정이든 아니든 행복과 불행의 인생사 속에 다 일어나는 일이다.


무한도전이 입양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이제는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점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입양에 대한 값싼 동정과 편견을 버려주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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