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화씨 -1, 섭씨로는 -18.3도입니다.
한국도 춥다는데 여기도 같은 시기에 얼어붙네요.
바깥에 30초만 있어도 얼어붙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젯밤에 옆동네는 등교시간을 2시간 늦췄습니다만, 우리 동네는 이런거에 인색한 편이라서 제 시간에 학교에 갑니다.
이런 결정은 동네마다 있는 School District 대표가 결정을 하니까 동네별로 다릅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기 생각을 스쿨디스트릭의 대표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해서 괴롭히기도 하죠. 추운데 왜 2 hour delay를 안하냐, 눈와서 길 안좋은데 왜 휴교를 안하냐....대표는 늘 괴로울겁니다.
오늘 정상 등교를 해야하므로 7시 10분에 오는 스쿨버스를 타려면 6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춥다는 핑계로 더 자겠다길래, 그럼 내가 데려다주마 하고 최대 마지노선인 7시에 깨웠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스쿨버스를 타고 나머지는 제가 데려다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인거죠.
추위를 핑계로 1분만 더 자겠다며 늦잠을 잔 아이는
슬렁슬렁 아침으로 준 토스트를 책까지 읽어가며 천천히 먹길래,
이제 시간 없으니 그만 먹고 양치를 하라고 했더니 배고프다고 또 천천히 씹어먹습니다.
서둘러야 해서 이도 닦아주고, 로션도 발라주고, 머리를 묶어줬는데
이 시점에
자기가 머리를 묶겠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너가 묶는 건 나중에 하라고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는데
묶고 싶다고 또 얘기합니다.
바쁜 시간, 여유를 부리는 아이와의 전쟁은 오래전부터 해와서 익숙하지만
이젠 2학년도 되었으니 자기가 챙길만도 하지 않나 싶어서 화가 치밉니다.
내가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너가 지각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 1분이 아까워서 종종거리고 있는데
머리를 자기가 묶겠다니 그건 정말 아니잖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지각하고 싶어?"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때부터 아이에게 중요한 건
자기가 늦게 준비를 했고, 지각을 하고 그런 건 안중에 없고
엄마가 자기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글썽글썽.
차 안에서 이럽니다.
"Why are you yelling at me?
I remember you yell at me almost everyday.
Why don't you not yelling?
If you do it again, I'm telling Dad."
(왜 나한테 자꾸 소리를 질러?
내가 기억하기론 엄마가 매일 그랬어.
소리를 좀 안지르면 안돼?
이제 또 그러면 아빠한테 이를꺼야!)
속사포처럼 쏟아내더니 눈물을 흘리며 웁니다.
아...
서로 열받음.
사실,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서 야단치는 건 서너살때에 비하면 거의 줄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이렇게 급한데 딴짓을 하고 있거나, 말도 안되는 걸 계속 우길 때 한번씩 "너 정말 그럴래?"하고 언성이 높아지는 정도죠.
언성 높이는 사람은 그렇게 화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잊어버리지만, 상대방인 아이는 그게 계속 쌓였을 겁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저 스스로 가장 찔렸던 건,
아이에게 소리 질러서 화를 내고 나면 뭔가 카다르시스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입니다.
소리를 버럭 지르는 그 순간의 느낌은 마치 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거였는데,
권력자가 힘없는 자에게 행하는 안하무인 태도나,
깡패가 위협하는 짓거리랑 같은 급이어서
스트레스 해소와 동시에 매우 기분이 안좋아지는 치졸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쌓인 것이 날아가는 카타르시스의 느낌은 분명 있었던 것이고
그 느낌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또 소리를 지르게 되는 무서운 습관이 되는 겁니다.
또 그렇게 소리 지르는 건 아무도 없을때, 남들에게 보이는 내 인격 유지를 위해 남들이 없을 때,
아이와 나 둘만 있을때 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 비열한 짓이었던 거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스스로의 인격이 무너지다못해 이러려고 엄마 됐나하는 자괴감마저...
또 그러면 아빠에게 이르겠다니, 아이가 아빠라도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다행인건지.
한국 드라마나 정치인들을 보면 '호통치는 장면'이 늘 나옵니다.
나이, 직급,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약한자에게 호통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대부분의 호통은 참으로 추합니다.
아침에 아이가 울며 제게 쏟아낸 말을 들으며
이제 저렇게 논리적으로 나에게 말을 해주니 내가 더 찔리는 거구나.
더 어렸을 땐, 말주변이 덜했을거고
지금은 저렇게 얘기를 해주지만
앞으로 십대가 되면 아이는 "엄마는 원래 저런 인간'이라고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아이를 그냥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내내 '자괴감'을 느끼며 이 생각을 할 것 같아서,
너가 늦게 준비해서 그랬고, 아침 준비하느라 바빴고, 지각 안시키려고 노력했고...이런 변명은 다 버리고
"엄마가 소리 질러서 너무 미안해,
너가 많이 속상했지?
다시 안그러려고 노력할게.
싸랑해~~"
하고 뽀뽀까지 강요한 후 교실에 들여보냈습니다.
아, 정말 부끄럽다.
오늘처럼 엄마와 다툰 날이 아니면 이러고 학교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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