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에 두 번씩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는데
한 쿼터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 만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뭐 도넛이라도 사갈까, 기프트 카드라도 드려야 될까 고민이 되겠지만
아무것도 안들고 가도 됩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과 성적에 대해서 면담하러 가는 건데 선물을 들고가는 건 정말 이상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시간 맞춰서 교실에 갔더니 다른 엄마가 얘기 중이길래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사진을 좀 찍었습니다.
요즘 한국의 좋은 학교 시설에 비하면 정말 허름하죠?
복도를 보면 좀 더 허름한 느낌 ㅎㅎ
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니까..
기다리다가 풍선모양을 들고 있는 아이들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2학년 동안 배우고 싶은 걸 쓰라고 한 모양입니다.
죽 둘러보니, 우리 따님이 제일 길게 많이 썼더라구요.
반 친구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산수를 잘하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이런 거 하나씩 했는데
우리 따님은 공룡, 화석, 나비, 돌, 필기체, 곱셈까지...뭐 들은 걸 다 쓴 모양입니다.
한 친구는 moutubulcachane.....
모우투불케이션.....
바로 곱셈 multiplication을 적고 싶었던 겁니다.
***
앞 순서의 상담이 끝나고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이라는 안내판을 이마에 두른 듯한
아이 담임 선생님이
역시나 화사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저를 맞이해줍니다.
만나서 반갑다고 안아주시기까지...
1학년때 선생님은 늘 긴장한 표정으로 아이의 학업 진도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줬었습니다.
시험을 봐서 틀린 것을 위주로 이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과목별로 모두 알려 주는 것이 상담이었죠.
그런데 이번 선생님은 들어가자마자
당신의 딸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바른 태도를 가질 수 있냐, 집에서도 그러냐면서
칭찬부터 하면서
아이가 집에서 주로 뭘 하고 노냐고 묻습니다.
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더니,
자기가 몰랐던 부분이라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아이는 Writing을 정말 잘한답니다.
공대 아빠와 이과 엄마를 두었기에 작년에 이어 여전히 깜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엄마 아빠의 영어가 외국인 영어이다보니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넌 어차피 그런 환경이니까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아시안답게 수학이나 잘하라고 수학을 가르치려고 무지 노력을 했거든요.
그래서 Math를 잘한다는 얘길 듣고 싶었는데 한번도 그런 얘긴 못들었고 작년부터 자꾸 Writing을 잘한다는 겁니다.
아이는 더도 덜도 아니고 자기 학년에 맞게 만족하는 수준인데
fluency와 듣는 태도가 Excellent입니다.
이에 대해 엄마로서 분석을 나름대로 해보자면
어리긴 했지만 만 세 살에 들어간 학교에서 잘 모르는 영어를 듣고 이해해야 하므로
유독 아이는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듣는 걸 그대로 외우게 되었고요.
그래서 누군가의 얘기를 유심히 듣는 태도가 생겼습니다.
fluency는 티비를 많이 봐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것과 제가 아이폰에서 매직트리하우스 같은 시리즈물을 반복해서 틀어주면서
그걸 집중해서 들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하도 반복을 하니까 통째로 외우고, 그러다보니 쓰기도 잘 하는 것 같다는 엄마의 분석입니다.
듣기가 되고 나서 책읽기는 보다 쉽게 흥미를 가지더라구요.
어쨌든 그렇게 아이가 잘하는 것을 칭찬 위주로 듣고 왔습니다.
아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무한한 기회가 있으니 잘 지켜보자고 하면서요.
사랑으로 가득 찬 선생님을 만난 것에 매우 감사했구요.
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잘 해주는 아이에게도 고마웠지요.
그리고 집에와서는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산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용이 너무 웃겨서 남겨봅니다.
"제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보라색과 청록색으로 된 드림 캐쳐와 카메라입니다.
저는 크리스마스는 선물 받는 것으로만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당신을 위한 메시지가 있어요.
메시지: 답장을 보내주세요."
이 편지는 캐나다의 산타에게 보냈습니다.
동네 사무실에도 산타에게 편지보내는 함이 있긴 한데
우체국 가서 보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산타 클로스 주소는
Santa Claus
North Pole
H0H 0H0
Canada
이렇게 쓰면 산타에게 갑니다.
한국어로 써도 되고 웬만한 언어로 다 써도 되며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타가 답장을 보내줍니다.
작년에 딱 크리스마스 전날 무지 바쁘다는 장문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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