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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미국 태권도 수업

by 마미베이 2017. 9. 12.

올 9월은 아이가 액티비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외동으로 자라는데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보니 제가 나서서 친구들과 노는 플레이데잇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늘 "boring"하다고 외쳐대기 때문에, 그 소리를 수없이 들으며 혹독한 방학을 보낸 엄마는 엄청난 액티비티 스케줄을 저질러버렸습니다.

늘 하던 테니스와 수영을 등록했더니 벌써 일주일에 3일이 차고, 올해 일년만 흥미 없는 피아노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벌써 4일이 방과후 해야할 일이 생긴겁니다.


그런데 가라데를 몇년간 하고 있는 동갑내기 옆집 아이와 가라데를 하며 놀아서 그런지 자기도 가라데 레슨을 받겠다는 겁니다. 뭐든 해주고 싶은 엄마로서 고민을 하다가 테니스 레슨 받으러 가는 YMCA에서 하는 태권도 수업을 시험삼아 해보자고 했습니다. 원래 일주일에 두 번은 하는데, 다행히 한번만 가는 걸로 등록해도 된다고 합니다. 테니스도 태권도도 아직 어린 나이이고 선수처럼 진지하게 하는 수업은 아니기 때문에 심하게 체력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시도해봅니다.


유치원 때 태권도 수업을 한달 받고 관둔 전적이 있는데 오래전 일이라 잊은 듯 하고, "얍!"을 외치며 신나서 가보았습니다.

YMCA 의 한 교실에 늘 태극기가 걸려 있어서 궁금했는데 바로 태권도 수업에서 태극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가라데는 일본어를 쓰고 태권도는 한국어를 쓰는 거라 태권도를 시키는 게 좋더라구요.




미국인 마스터는 "안뇽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고,

수업 시작은 아이들에게 태극기를 보고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를 시키더라구요.

늘 미국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걸 보다가, 태극기를 보고 "국기에 대한 경례" 비스무레 한 걸 하는 미쿡인들을 보니 괜히 혼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방인으로 몇 년째 살아가고 있는 자의 고국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었죠.


숫자는 "하나, 둘, 셋, 넷..."으로 세는 법을 알려주고,

"차렷"도 가르치고 말입니다.

미국인 마스터의 숫자 세는 발음은 비교적 정확한데, "여덟" 발음은 꽤 어려운지 "요덜"이라고 들립니다.


아이들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질문도 합니다.


태권도는 어느 나라에서 시작된 것인가?  South Korea

태권도는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 About 60 years

태권도는 누가 만들었는가? General Choi

태권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무엇인가? Foot, Hand, Art


이 질문에 오래 다닌 아이들이 대답을 잘 하더라구요.


아이는 제게 그럽니다. 

"태권도를 만든 사람이 Choi 장군이라는데, 아마 엄마의 Great grandfather 아닐까?"

"한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최씨가 있단다."

"그래도 알아보면 your family 중에 누군가였을거야"


보통 부모들이 태권도는 아이들 "discipline"에 좋다고 극찬을 하는데 부모 말은 안들어도 태권도 마스터의 말은 듣기 때문이 아닐지, 또 각 단계별 벨트로 뭔가 멋있어 보이는 것 때문에 보상을 받기 위해 규칙을 따르는 걸 배우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태권도는 개인주의 문화가 강한 미국에서 규칙을 지키게 하는 되게 좋은 수단인거죠.


강사는 다음 벨트를 얻기 위해서는 학교 성적, 부모의 허락을 받고 나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아이들을 협박(?)을 하더니

부모는 너희를 돌봐주고 너희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사람이고 또 나이가 더 많으므로 존경해야 한다, 그러니 부모가 하는 말에 Yes라고 해야 된다, 막 이런 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아이가 더 어릴때는, 뭔가 보상을 주면서 하는 것 보다는 자기 스스로 하게 해라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에 심취해서 저건 올바른 교육이 아니야, 막 이랬을텐데 요즘 자아가 강해지는 시기라 무조건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하는 아이에게 강사가 저런 협박을 해주니 아, 태권도 수업 듣기 잘했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겁니다.  저녁 먹다말고, 태권도 띠 따려면 너 엄마 허락 받아야 된대, 라면서 약을 올려줬더니 정말 약올라하더군요....




첫 수업이라 주먹이 머리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배우는데, 제가 보기엔 흐느적 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동네 태권도장이 아니라서 도복이 없이 시작하고, 띠는 아무 옷에나 두르고 합니다.


스트레칭을 시키다가

"Korea에서는 마스터가 너희들 등을 누르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까지는 안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그런데 마스터님은 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정말 잘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