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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봄비 속에서 산책

by 마미베이 2016. 3. 12.


4월 말에도 눈폭풍을 맞아본 뉴햄프셔 사람들은

3월 초인 지금, 정말 봄이 온 게 아닐거라고, 스노우팬츠를 빨아서 옷장에 넣지 말라고 조언들을 합니다.

겨울동안 사용하던 스노우 타이어를 교체하려고 예약을 했는데, 이게 보통 5월 중순이나 되야 하는 루틴이거든요.

잘하는 짓일까 궁금합니다만....따뜻한 날씨에 스노우 타이어가 망가질 것을 걱정하는 남편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그냥 갑니다~



비가 내리는데,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또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서는

"우산을 쓰고 산책할까?"

게으른 엄마는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가방을 계단에 벗어던져두고 우산 두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게으름 탓도 있지만 길에 곰이 나올까봐(농담 아님) 산책을 꺼리거든요.

얼마 전에 옆집 아줌마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곰이 우리 길 근처의 숲에 있는 것 같다고 걸어다니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곰이 알아서 도망가긴 하지만, 곰이 당황하는 경우가 제일 문제입니다.

사람을 헤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당황해서 한대 치면...사람은 으윽...

아뭏튼 빠르고 힘쎈 곰이 없길 바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는 새로 산 크록스 레인부츠를 신고

(아직 사이즈가 조금 큰데 새거라서 꼭 신어야 되는)

걸었습니다.

자꾸만 더 걸어가자고 조르는 통에 저 집 우체통까지만...저기까지만...


같은 길에 사는 같은 반 친구네 집과의 사이에 띄엄 띄엄 집이 한 열 채 정도 있는데, 

거기까지 천천히 걸어서 30분이나 걸립니다. 차로 1분 거리인데.

뉴햄셔에서 땅은 좀 쓸모가 없거든요. 집집마다 땅은 쓸데없이 넓어가지고..관리만 힘들고...

잠깐 샛길로 새자면, 앞마당에 프라이빗 셉틱(물 정화 시설), 뒷마당에 우물이나 프로판 탱크를 묻어야 되기 때문에

마을에서 얼마 이상의 땅이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는 규정이있습니다. 

물론 공공 상하수도나 도시 개스를 사용하는 집이나 콘도 같은 건 예외이구요.



산책을 하고 집 드라이브웨이에서 지렁이를 발견합니다.


"안녕, 지렁이야!

넌 왜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니?

빨리 가, 안그러면 새가 너를 먹으러 올꺼야"


이러고 인사를 하며 한참을 쳐다봅니다. 지난 번에 지렁이 친화 작전이 성공한 듯 하네요.

저보고 밟지 않게 조심하라고 단단히 조심을 시키고는 들어왔습니다.




아이 덕분에 비오는 날 산책도 하고, 새삼 고맙네요.

정말로 봄이 온건지

나무들이 새순을 틔우더라구요.

벌써 봄 Pollen allergy경고도 떴어요.




산책길에 본 부러진 나무 시리즈,



자연스러운 "자연" 되겠습니다.




20도의 날씨인 엊그제 옷차림입니다.

지나가다 "깃털"을 본 아이는

"엄마, 저거 집어서 놀아도 돼요?"(늘 확인 후 행동하는 편..)

보통 아이들이 크래프트하는 깃털은 소독을 한거라, 이건...좀 망설여지더라구요.

일단 집어서 놀고 들어가서 손 씻자고 밖에서만 갖고 놀고 버리자고 했습니다.





빨간색 배경 그림은 작년 봄방학에 보냈던 아트 프로그램에서 그려온 그림입니다.



고양이 같은데 "여우"라는군요.

그림 색이 좋아서 액자에 넣어줬는데, 집에 오는 손님들마다, 

애매한데 색감이 좋은 저 그림이 어떤 아티스트의 그림인지 궁금해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비슷한 걸 더 그려보자고 생각하고 큰 사이즈의 스케치북을 하나 사왔습니다.



이건 A5 작은 용지의 그림인데,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T-Rex보다 큰 브라케서러스라고 합니다.

(친구가 높은 아파트에 산다는 얘길하면서,

높은 건물 자체를 구경하기 힘든 시골에 사는 티를 내고,

결국은 공룡 얘기로 결론.

그 아파트보다 브라케서러스가 더 크다고합니다.

바로 이 그림의 기린 같은 키 큰 공룡.)



제가 액자에 넣고 싶어서

18*24 인치나 되는 스케치북에 하나 더 그려달라고 했어요.

그 큰 그림에 사인펜으로 색칠을 하고 있더라구요.

작은 그림보다 느낌이 덜나서 이번엔 물감으로 다시 부탁...




이거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엄마가 괜히 끼어들어서 빨간색 "여우" 그림처럼 검은 테두리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바람에

이렇게 망쳐놓았답니다.




참견하지 말아야 하지 말입니다.





지난 번 피아노 치고 얻어낸 새(스트로베리 벨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의

집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아마존 박스로 만들어줬습니다.

박스에 풀칠을 하고 포장지를 붙일걸, 나중에 모서리만 붙였더니 울퉁불퉁..

뭐 저도 다시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말입니다.

아이는 저한테 다 시키고 데코레이션만 합니다.

오른쪽은 원래 있던 햄스터의 집입니다.


예쁜 케이지를 사주기에는...펫스토어에 파는 케이지가 비싸더라구요.

안사줄라고 별 짓을 다합니다.




아침에 장난감 수갑을 갖고 놀더니

(도서관에서 받아온 수갑 장난감...아니 이런 걸 책읽은 선물이라고 주는지...ㅎㅎㅎ)

이렇게 목을 묶어놓고는

"이제 이렇게 묶여있으면, 절대로 서로 떨어지지 않을꺼야!"

뭔가 다정한 듯 하면서도 무서운 이 느낌은 뭐죠.

그러더니 수갑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온 장난감을 다 뒤집고 찾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