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왔을때 포터리반 식탁에 어울리는 벤치가 무려 7백불이 넘는 걸 알고
동네 가구 가게에서 나무 벤치가 근사해보이는 게 있길래 사고
직접 스테인과 피니쉬를 한 우리집 벤치는
오는 손님마다 직접 스테인을 했다는 걸 믿지 않을 정도로 포터리반 식탁과 어울립니다.
내가 하겠다고 일을 벌려놓고 결국 남편이 했습니다.
가구 스테인 성공이 마치 내 성공인 양,
여세를 이어 아이키아에서 산 사이드 테이블이 너무 밝은 색인 것 같아서 직접 스테인을 해보겠다고
스테일을 사둔 지 어언 1년이 지나고 나서
어제 드디어 오일 스테인을 해보았습니다.
식탁 벤치는 나무 자체가 아무 처리를 안한 원목이어서 나뭇결을 살리기 위해
수성 스테인 3번 + 바니쉬 처리를 살짝 한 것이라 쫌 뽀대가 나구요.
이번에 아이키아 테이블은 원목이 아닌데다 이미 마감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어서
결을 살릴 게 없고 자연스럽게 스테인이 먹을 것 같지가 않아서
오일 스테인을 사왔습니다. 피니쉬도 한번에 해주는 걸로.
분명 나는 앤틱 월넛 색으로 산건데, (동그란 그림에 지나가는 바로 저 색..)
아무 색이 나질 않아요...
아이는 자기 그림 붓을 가져다가 돕는 건지 훼방을 놓는 건지 그러고 있고,
처음 해보는 스테인이라 암것도 모르고, 날은 너무 덥고 해서 일단 전체를 다 칠하고 남편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아니 왜 색이 안나냐고...잘못 샀냐고...
모르겠다능...
아무 색도 안나는데 그 김에 어제 남편이 로스에서 나무 사다가 만들어준 가든 베드에다가 피니쉬나 해야겠다 싶어
사각 나무에 피니쉬를 한참 하다가
가만 통을 보니....괜히 섞어보고 싶은 겁니다.
아래까지 붓을 넣고 섞었더니 기름 아래로 가라않는 스테인 머드가 섞이는 겁니다.
아하!!
오래 묵혔더니 다 가라앉아있었던 거?
아니면 원래 그렇겠죠.
진흙덩어리와 오일을 섞어 바르는 거니까 말입니다.
알고 보니 페인트도 그렇고 스테인도 그렇고 다 바닥까지 섞어서 쓰는 거라고 합니다.
첫번째 칠하고 나서,
아 가구 버렸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 흉측한 걸 어디다 갖다 놓겠습니까.
그래, 세 번은 반복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나,
날이 더우니 몇시간도 아니고 30분 기다렸더니 대충 마릅니다.
그래서 두번째 칠한 모습, 위의 것.
여전히 추합니다.
또 30분에서 한 시간 후, 세번째 칠을 하니 쬐끔 괜찮아집니다.
유성 스테인이라 번쩍 번쩍...
은은한 맛이 없어 못봐주겠단 생각이...
저녁이 다가오니 벌레가 붙었다가 유성이라 안떨어지네요.
고무장갑으로 쓰윽 했더니, 벌레가 온몸을 테이블에 바쳐버렸습니다.
더 두껍게 칠해서 벌레를 묻어주고..
밤새 두면 벌레들의 시체를 다 테이블에 묻어줘야할 것 같아서
지하실 안으로 조심조심 들여왔습니다.
저녁 먹고 한번 더 칠하니 음...60점 정도?
뭐 이러나 저러나 사용은 가능하겠다 정도입니다.
아침에 보니 말라서 반질반질하던 기름기가 사라지고 잘 마르고 있습니다.
스테인 초보의 유성스테인 소감은
일단 처음에 조급한 마음에 너무 오바해서 두껍게 바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처음 바를때 얇게 살짝 발라줄 껄 후회가 남아요.
롤러를 써서 고르게 칠했어야 하는데 정말 사고를 제대로 칩니다.
유성 스테인은 거의 페인트칠과 같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다시는 하지 말자~~
주변이 너무 드러워집니다.
옷도 버리고 고무장갑도 버리고 붓도 사야되고..
이런 작업이 너무 재밌어서가 아니라면
그냥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남편 영화보는 방에 들여다 놓으니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여전히 테이블 위의 붓자국은 보이지만
이 방이 원래 어두워서 참 다행이예요.
오일 스테인 과정은 괴로웠으나 적어도 버리진 않았습니다.
붓칠한 자국이 그대로 보인다능...ㅜㅜ
기왕 할꺼면 페인트 트레이에 스테인을 잘 섞은 걸 부어서
롤러로 이쁘게 칠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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