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말 보낸 일기 되겠습니다.
비오고 눈오고 추운 이번 주말에는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보스턴 총영사관에 투표하러 가는 것,
내 한 표가 그닥 소중하게 쓰이는 것 같지도 않아서,
고속 도로 한시간이 넘는 그 거리를 달려서 투표를 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으므로 사명감을 갖고 먼 길 달려 투표하고 왔습니다.
투표하는 동안 아이에게 종이 접기 해주시는 분도 있고,
앞에서 안내해주시던 직원 분이 인증 사진 찍는 것도 도와줬습니다.
보스턴 나가는 길에 동네 학교에서 하는 보이스카웃 거라지 세일에 들러서 구경도 했구요.
이번 거라지 세일은 물건을 기부한 사람들이 거라지 청소를 했는지 물건 정말 상태가 안좋더라구요.
너무 물건이 많아서 정리도 못해둔 것 같고 거기다 가격은 좀 높게 붙여놔서 과연 팔릴까 싶었습니다.
갔으니까 사온 크리스마스 장식은 $5이나 했습니다만, 기부 차원에서 사왔습니다.
그 와중에 앤틱 물건이 놓인 곳이 재밌어보였어요.
정말 오래된 카메라, 어찌 동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관 상태가 꽤 좋은 인형인데 개당 $10
인형 가방 안에 뭐가 있길래 굳이 열어보았습니다.
혹시 돈이라도 숨겨 놨나 해서요.
작은 미술도구들이네요.
장난감 코너에 놓인 지못미 바비들
정말 오래된 선풍기,
그래도 이런 게 시원하긴 하죠.
앤틱이 될랑말랑한 라디오
거라지 세일은 여유롭게 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야 되는데
빨리 투표하러 가야되서 서둘러 나오느라 아쉽습니다.
투표소 들르기 전에 웰슬리에 들러서 남편 이발을 했구요.
저희 가는 웰슬리 바버 샵 이야기는 이 링크로.
또 보스턴 영사관에서 가까운 쉑색 버거 들러서 점심도 먹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투표하러 간 김에 보스턴 리틀 이태리에 있는 The Daily Catch에 가서
블랙 파스타를 먹기로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포기했습니다.
The Daily Catch 는 기본 30분은 줄서서 기다려야 되지만 강렬한 맛 때문에 기억에 확 남는 집입니다.
왜 매운 맛 나는 음식이 다음에 또 생각나잖아요. 그런 식인 듯.
그 옆에 더 유명한 Pomodoro도 있습니다. 뭐 리틀 이태리의 파스타 집은 다 맛있다고 하네요.
결국 파스타 포기하고 쉑색 버거 먹으러 갔는데 유명한 버거 중에서는 여기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슬프진 않았습니다.
쉑색 버거집에서는 다들 프렌치프라이를 시키지만 영혼이 없는 프렌치프라이랍니다. 그냥 버거를 더블로 시켜서 먹기를 추천.
여기가 쉑색인 이유가 쉐이크와 색버거라서 그렇다네요.
맥주랑 먹어도 좋습니다. 레모네이드는 직접 만들어서 나오는지 맹맹한 듯 건강한 느낌이었습니다.
쉐이크는 꼭 먹어봐야 하긴 하지만.....한 두모금은 맛있고,
계속 마시기엔 꽤 달고 느끼하기 때문에 배가 아주 고플때가 아니라면 쉐이크와 버거의 조합은 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집에 오는 길에 또 들른 곳, 한국 마트, H 마트입니다.
한국 마트는 한 두달에 한번 가는데 투표하고 집에 오는 길에 위치하므로 들러서 장을 봐왔습니다.
한국 무가 필요했는데 딱 사려고 하는 무 서너개 가격과 한 박스 가격이 맞먹는 겁니다.
$9.99 한 박스에 작은 게 한 스무개는 든 거 같은데 그거 사들고 왔습니다.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해서 피곤해서 저녁 나절에 달콤한 낮잠까지 잤어요.
그리고 일요일 아침,
토욜은 비가 쏟아지더니 일욜은 눈이 왔더라구요.
4월 맞는데... 다행히 아스팔트는 오면서 다 녹아서 남편이 할 일은 없었고
덱에 쌓인 눈을 아이랑 삽들고 나가서 치우고 눈싸움 좀 하고 놀다가 Lowe's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웹사이트로 미리 red mulch, black mulch, garden soil을 주문해뒀는데,
가다가 생각하니 이 포대들이 다 차에 들어갈까? 궁금한 겁니다.
남편은 제가 미리 주문해 뒀는지 몰라서 가서 고르지, 이러고 있었고,
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총 25 푸대를 미리 주문해두고 실어올 생각을 하며 따라간 거죠.
이렇게 많으면 차 의자를 접거 가져오게 저는 그냥 집에 있으면 될것을.
그래서 남편이 내놓은 해결책은
"멀치를 사기 전에 트럭을 먼저 살까?"
로스에 갔더니 제 25포대를 카트에 실어뒀더라구요.
차를 앞으로 대고 로딩 도와달라고 해서 뒷차 의자 접고 다 넣었습니다.
여차하다간 아이 카시트 쪽으로 포대가 무너질까봐 천천히 집으로 무사히 왔어요.
어쩜 이 아줌마는 이렇게 생각이 없었는지, 배달을 시켰어야 됐는데 말이예요.
그래도 제 정원일을 마무리해줄 수 있는 멀치와 흙이 생겨서 든든하답니다.
멀치는 정원의 흙 위에 덮어서 잡초가 자라는 걸 방지함과 동시에 미관을 예쁘게 하는 것인데요. 올해 꼭 안해도 되는데 제가 정원 끝쪽을 깔끔하게 만드는 일 즉, 에징 처리에 푹 빠졌다는 거 아닙니까, 에징 하고 나서 붉은 멀치로 깨끗하게 덮어줄 거고, 검은 멀치는 나무 밑에 뿌리 근처에 있는 잔디를 뽑고 역시 에징을 하고 뿌릴 겁니다. 색은 집주인이 알아서 정하는 건데, 저희는 붉은 색이 눈에 띄고 예뻐서 사용합니다. 나무쪽은 잔디로 붉은 색이 날라다녀서 지저분하길래 검은 색을 사본거구요.
가든 소일은 제가 커다란 화분에 허브 정원을 만다는 데 쓸겁니다.
차라리 허브를 필요할 때 사다먹는 게 더 싸긴 하겠지만,
햇님이 반짝 나는 여름동안에 허브 자라는 거 보면 괜히 기분이 좋거든요.
태양이 이렇게 많은 생명을 주는 섭리는 깨닫기도 하구요.
그래서 효율적인 비용 그런 거 생각 안하고 일단 키웁니다.
그리고 어제 사온 무 한박스를 각종 무김치로 변신시켰어요.
무를 썰다가 손에 물집도 잡히던걸요? 보통 두어개로 깍두기는 담가도 이렇게 박스로 사본 건 처음이어서
일부는 깍두기, 무생채, 물김치 이렇게 담았습니다.
한국마트에서 사온 땅콩도 호두랑 같이 조림해두니 냉장고가 먹을 것 없이 꽉차버렸네요.
사실 한식 음식을 식구들이 잘 안먹어서 이 고생을 왜 하나 싶은 생각이 좀 들긴하지만...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두통이 좀 있어서 학교를 쉬었는데
마침 눈이 왕창 쏟아져서 스쿨 버스들도 늦어지고 동네가 난리였네요.
방과 후 모든 활동도 취소됐구요.
남편도 집에서 일하고
4월까지 눈오는 동네 살면서 참아야 되는 건데 일찌감치 윈터타이어를 사계절 타이어로 바꿔버려서
저도 꼼짝 못하고( 눈오면 안나가는 게 상책 )
온 가족이 주말의 연장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다른 건 안해줘도
눈에서 노는 건 일등으로 해주거든요.(제가 더 좋아하므로)
썰매타고, 끌어주고, 눈싸움하고...
아이는 결국 맨 몸으로 썰매를 타겠다고
썰매 없이 온 몸으로 굴러다녀서 눈사람이 됐습니다.
동네 아줌마, 농담으로 이럽니다.
Welcome to New England, where we have two seasons: Winter and 4th of July.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서 눈 한번 더 와준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와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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