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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피아노 레슨

by 마미베이 2016. 4. 14.



아이는 작년 7월부터 3월까지 9개월간 피아노 레슨을 받아왔습니다.




기본 교재는 Piano Adventures 라는 레벨별로 4권씩 나오는 책을 사용했고,

일주일에 한번 30분,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선생님 집에 방문해서 레슨을 받고 한번에 $27정도의 레슨비를 냈습니다.


피아노는 저도 너무 배우고 싶었던 것인데

마침 아이 레슨 시간 내내 옆에서 보고 집에서 연습을 시켜달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의해

자연스럽게 집에서 같이 연습을 하면서,

딸아이는 저를 자연스레 경쟁상대로 삼게 되고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구요.

저도 같은 곡을 연습하니까 가르쳐주기도 좋았구요.






어느 정도 단계가 되자 선생님은 아이패드 앱 중에서 "Piano Maestro"라는 것에 계정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곡을 따라 치고, 음과 박자에 따라서 별3개를 다 받는 건데 이게 승부욕을 자극하는 바람에 아이보다 제가 너무 열심히 친겁니다.

다음 레슨을 갔더니 앱으로 엄청 오래 연습했더라며 아이를 폭풍 칭찬 하길래, 이실짓고 했죠. "실은 제가 친겁니다...."

그랬더니 제 계정을 따로 만들어주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와 저는 피아노 마에스트로 앱에서 서로 더 높은 Rank로 올라가려고 또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러다보니 매주 레슨을 가면 이번 주에 가장 연습을 많이 한 사람에 항상 우리 딸 이름이 올라가있었구요.

(실제 더 많이 연습한 일등은 바로 저.)

그건 결국 피아노 실력이 되더라구요.





피아노 강사가 1분 1초를 다 채워서 30분 레슨도 열심히 해주고, 늘 진지했고,

피아노 마에스트로나, 메트로놈 앱 같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유용한 앱을 잘 소개해주는데다가

아이들이 잘 치는 곡을 촬영해서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칭찬해주고,

전체 학생들에게 100일 매일 연습하기나, 50곡 마스터하기 등의 컨테스트를 만들어서 몇달간 이름을 칠판에 적기도 했습니다.

매주 이메일로 진도 나간 걸 보내주고, 레슨 알림도 보내주고, 레슨비는 정확히 인보이스를 보내주고...

인터넷을 너무 잘 이용해서 고객 관리를 정확하게 하는, 흔치 않은 미국 사람이었기에 저는 만족도가 정말 높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열심히 시키는 것을 아니까 늘 도전할만한 어려운 곡을 줘서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돈이 안아까운 레슨이었지요.

더불어 저까지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는 건, 제 평생의 소원을 이뤄준 거니까 더말할 것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는 작은 손가락으로 만 6살 될때 피아노 레슨을 시작해서 9개월째 거의 매일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9개월을 보내고 열심히 하던 피아노를 관뒀습니다.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 이유 되겠습니다.





제가 장난감을 대가로 피아노를 오십번, 백번 치게 했다는 포스팅 기억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너무 시켜서 아이가 벌써 질려서였을까요? 아이는 점점 피아노 연습을 즐기지 않는 것이 보였습니다.




건반을 훑는 걸 손가락 다칠까봐 종이를 잡고 하게 했는데, 이렇게 헤져버렸던 기억,

이젠 다 지난 일입니다.




제가 겪어보니 악기 레슨은 연습해간 것을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빨리 배우고 다시 집에와서 일주일간 연습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여러번 가서 선생님이 연습을 시켜주는 한국 피아노 학원과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의 레슨은 어린 아이도 1분에 천원꼴의 레슨, 일주일에 딱 30분, 3만원의 레슨을 받고, 집에서 연습해가는 개념입니다.)


연습이 없는 레슨은 거의 의미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연습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계속 레슨을 시킨다는 것은 이상한 상황이겠지요.


피아노 레슨을 중단한다는 게

사실 별거 아닌 일인데

엄마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더라구요.


내가 아이에게 피아노 연습을 너무 강요해서 아이가 지친 상황이면,

덜 강요하면 될건데?

그러면 연습을 안할거고, 연습을 안하고 왜 레슨을 가지?

이 생각이 반복되는 겁니다.


피아노도 좋아하던 아이가 왜 연습을 하기 싫어할까를 열심히 생각해보니

9개월을 열심히 달려왔고 어느 새 수준이 높아져서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겁니다.

최근에 선생님이 골라준 어려운 한 곡을 두 달을 쳤거든요. 

결국에는 잘 치긴 했지만 자꾸 어려운 곡을 배우고 있으니 재미를 못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너무 어렵다보니 저는 아이를 채근해서 더 연습시키려고 안달이구요.


원래 아이가 좋아하는 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인데

그런 아이에게 늘 숙제인 피아노 연습을 하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구요.

이렇게 며칠 고민을 하다보니, 애를 잡고 잔소리만 하고 피아노 치라고 강요하는 못된 엄마의 모습인 스스로가 한심해서 눈물까지 났습니다. 


남편과 진지하게 고민을 나눠본 결과,

피아노를 왜 가르치고 싶은지 목표를 생각해 보랍니다.

스스로를 즐기게 하고 싶은지, 전공을 시켜서 전문가를 만들고 싶은 건지.

전자라면 지금 쉬어가는 게 맞는 거고 후자라고 하더라도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쉬면서 흥미를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결국은 학기 중에 바쁜 지금은 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제게도 천국이네요.

아이를 보면서 뭘 시켜야 되나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놀고 있는 걸 보면서 웃고 있더라구요.

연습 안시켜도 되서 너무 좋습니다.







< 레슨 시작한 지 4개월 됐을 때, 레슨하면서 녹화한 것입니다. Something in my piano >




그리고 한달 후,


피아노 레슨을 포기하고 나니 저도 아이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매일 연습해야 된다는 강박을 떨치니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놀고 싶은 걸 하며 시간을 보내도

엄마가 피아노 치라는 호통을 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레슨을 포기하고 나서도 저는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레슨을 받는 동안 선생님이 알려줬던 아이패드용 앱인 "피아노 마에스트로"를 제가 1년치 사용료를 지불($60정도)하고 구매를 한겁니다.


레슨을 안받으면 피아노 게임이라도 해야되지 않냐,

그래서 제가 포기를 못하고 매일 마에스트로를 해라, 또 잔소리를 시작한 겁니다.

오늘 저녁도 이거 안치면 너 계정을 빼버릴거라는 둥, 당장 한 곡이라도 치고 올라가서 자라는 둥 협박이 난무하다가

아이를 씻기면서 생각하니, 제가 또 다시 악독한 엄마가 됐다는 걸 깨달은겁니다.

아이는 그저 풍선 튕기며 놀고 싶었던 건데 그렇게 다그치며 협박까지 해대다니

정말 스스로가 한심해지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말을 바꿔서,

너가 흥미가 없는 거 같으니까 이제 피아노 연습하지 말자,

너가 언제든 치고 싶을때 쳐라,

아빠가 베토벤 월광이 치고 싶어서 매일 치듯이

엄마가 마에스트로 게임이 재밌어서 치듯이

너도 치고 싶을때만 쳐라.


이렇게 얘길했더니 얼굴이 환해지면서

"엄마, 난 이제 내일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을 준비가 됐어"(원래 선생님이랑)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아니 이런 뻥을 어디서... 


피아노 마에스트로까지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저는 더 이상 피아노 치라는 잔소리를 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는 평화가 깃들었습니다.

잠시...


이제 엄마의 잔소리는 "숙제 다 했니?"로 바꼈습니다.

5분짜리 숙제도 하기 싫어서 뺀질거리는, 미운 7살 되겠습니다.




*********



* 피아노는 몇 살에 시작해야 하는가?


수영이나 체조 클래스 같이 놀면 되는 것은 애기때부터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개념이지만

피아노는 이론이 많아서 이해가 가능해야 하고,  짧은 시간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연습하는 게 다 실력이 되기 때문에

최소한 초등학교 1학년까지 기다렸다가 레슨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딸도 어떤 날은 피곤해서 30분 동안 몸을 베베 꼬고 앉아있었거든요...


* 디지털 피아노와 일반 피아노, 어떤 걸 구매해야 할까?


저희 집에 사이클이 하나 있는데, 이걸 구매하려고 아마존 사이트에서 반년을 지켜보다가 구매를 했지요.

그렇게 사고 나서 한두번 했나, 어느날 사이클을 하고 있었더니 아이가 저를 가만히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구요.

"I've never seen you were there before." 이러는 거 있죠. 

저도 참 뭐 시작하려면 장비 구매에만 관심있고 실제 그걸 활용하는 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

피아노는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자식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야겠다, 는 생각이 들면 먼저 집에 피아노를 들여야하긴 하죠.

이때 드는 고민이 디지털을 살까 일반 피아노를 살까


 저는 망설임 없이 디지털 피아노를 구매했고,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많은 아줌마들이 피아노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디지털 피아노는 건반의 무게가 일반 피아노보다 가벼워서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데 악영향을 준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디지털 피아노의 장점에 비해서 아무 악영향이 없더라구요.


그냥 좋은 악기가 갖고 싶거나,

집에 움직이려면 사람을 불러야 하는 근사한 장식품을 한쪽 벽에 두고 싶으면 일반 피아노를 사는 거죠.

디지털 피아노는 일단 이리 저리 막 옮기기가 좋고,

어린 아이가 손가락에 힘이 많이 없기 때문에 배우기도 더 좋고, 녹음도 되고

가장 좋은 건, 소리를 작게 조절할 수 있어서 치면서도 귀가 안아프고, 헤드폰을 끼고 밤에도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레슨 방에 가서 30분만 있어도 사실 귀가 좀 아팠거든요. 

방이 좁아서이기도 했지만 일반 피아노는 좀 시끄러워서 연습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무 괴롭습니다.  

제가 구매한 건 야마하 P 105 였고, 그걸 올려놓을 가구 받침대와 의자만 따로 구매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피아노를 미치도록 좋아해서 전공하고 싶다고 하면 그때 일반 피아노 구매를 고민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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