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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잉글랜드

화이트 마운틴 단풍 - 기차 안에서의 비싼 낮잠

by 마미베이 2012. 10. 7.



화이트 마운틴은 하나의 산이 아니라 여러개의 산을 말합니다. 산맥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개의 산이 모여있는 지대가 높은 곳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냥 마운틴이 아니라 마운틴S 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50개주 중 1, 한효주가 촬영한 화이트 마운틴의 단풍,

딱, 이 동영상의 풍경처럼 예쁜 단풍색은 아주 짧은 기간인 일주일 정도만 볼 수 있는 색이라고 합니다. 

이제 10월 단풍의 계절이 왔구요. 그래서 우린 각종 기술을 동원해 가장 최적의 시기를 찾아서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가장 예쁜 단풍을 보고자 주도 면밀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첫번째, 뉴잉글랜드 지역의 단풍이 가장 예쁜 시기를 알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http://www.yankeefoliage.com/peak-foliage-forecast-map/

 

날짜를 누르면 단풍색이 어떻게 변하며 북쪽에서부터 내려오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뉴햄프셔(NH)의 북쪽에 위치한 화이트 마운틴은 이번 주말이 가장 예쁘겠군요. 

 

이 사이트와 페이스북 화이트마운틴에서 매일 올려주는 사진을 관찰하면서, 단풍이 가장 예쁠때인

바로 10월 첫주 주말이 되었습니다.

뉴햄프셔의 북쪽에 있는 화이트마운틴은 가장 예쁜 단풍을 보여줄거라 기대하고

뉴잉글랜드의 가장 높은 산인 워싱턴 산 정상을 가는 기차이며,

산을 오리는 기차 중 세계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오랜 전통의 코그레일 기차를 예약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집은 날씨가 좋았는데 자꾸 기상예보는 우리가 기차를 예약한 시간에 비가 온다고 합니다.

불안불안 비 따위는 오지 않을거라 주문을 걸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여러개의 산이 모여 이루어진 화이트 마운틴은 여길봐도 저길봐도 나무가 울창한 산입니다.

이 곳 단풍의 특징은, 빨간 단풍인 캐나다와 달리,

주황, 노랑, 초록이 다 어우러진 조금은 부드러운 색감의 단풍이어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사실 그것보단 산에 나무가 울창한데 그 모든 것들이 형형색색 예쁘게 변해서 여길봐도 저길봐도 부드러운 색의 수채화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두시간 넘게 달려도 계속 산이다보니 장관일 수 밖에 없지요.





기차 타러 가는 길.



코그 레일웨이, 뒤에 보이는 빨간 기차가 아침에만 운행하는 증기기관차입니다.



도착해서 기차표를 끊을때까진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만...

 

 

예매한 표를 바꿀때 직원이 그럽니다.

지금 산에 강풍이 부는데 기차를 타지 않겠다면 전액 환불, 타겠다면 할인을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오기 힘드니 그냥 타겠다고 하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래도 뭔가 보일꺼야, 아니면 기차나 타보는거야 하면서.

 

http://thecog.com

 

(참고로 일하는 게 느려서 이런 성수기엔 미리 예매한 표 바꾸는데도 30분 이상 걸립니다. 작은 음식점에서 음식 사는데도 한참 걸리니 넉넉히 한시간 반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고 가서, 기차도 미리 줄 서서 타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입니다.)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높은 워싱턴 산 정상까지 이 기찻길이 연결되어 있으나,

 

산정상에 오르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만반의 준비를 다해 날짜와 시간을 맞춰 갔던 단풍 구경은 처참히 실패!

우리가 탄 기차는 강풍때문에 정상까지 못가고 3/4지점에서 돌아왔습니다. 

구름 위까지 올라가니 산 위에서는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라니, 정상을 가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구름이 빨리 움직이면서 산을 타는 것도 보고,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구경하기도 하면서 비오는 워싱턴 산을 즐겼습니다. 미국에서 이렇게 시장통처럼 북적이는 기차도 타보고, 안에서 다들 일어나서 우왕좌왕하는 경험도 해본거지요. 최고의 기술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서 손을 흔들어 기차를 출발시키는 좀 웃기기도 한 가이드 얘기도 들으면서.

계속 산을 올라가니 올라갈땐 의자가 아래로 향해있고, 내려올땐 의자가 위로 향하게 수동으로 돌려서 바꿉니다. 

 



3/4지점까지 올라가보니 주변에 나무도 별로 없고 돌덩어리들이 많습니다.

 그래나잇 즉 화강암 산이므로... 뉴햄프셔주는 그래나잇 스테이트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비오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놀았습니다.

그러나 산을 계속 올라가거나 내려오기때문에 꼭 옆을 붙잡고 있어야 설 수 있어요.



기차내부는 근사한 나무로 되어 있구요. 앞으로 가던 기차는 내려갈때 의자를 일일이 뒤집어서 그대로 뒤로 내려옵니다. 성수기라 기관차 한대가 양쪽으로 두 개의 객실을 끌더군요. 그래서 예매 사이트에 보면1시 30분, 1시 31분 기차 두개를 예매할 수 있습니다. 

 

내려올땐 구름과 비, 바람으로 보이는 것도 없어 졸리고 멀미가 났습니다. 그래서 60불이 넘는 기차를 타고 잠시 낮잠을 자버렸습니다. 비싼 낮잠.



그 와중에 남편은 아이폰 맵으로 지금 위치를 찍어놓구요.

 

 

다 타고나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 하나는,

대한항공 광고에서 한효주가 촬영한 미국,어디까지 가봤니의 코그레일 기차는 바로,

아침 8시 반에 한번만 운행하는 증기기관차였다는 것입니다. 칙칙 폭폭 소리를 내며 달리는 기차는 너무도 환상적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년엔 꼭 맑은 날 와서 증기기관차를 타기로 하였답니다. 




오는 길에 다시 길가의 단풍을 즐겼습니다. 큰바위 얼굴이 있는 근처의 산(the old man of mountain)이 꽤 높고 울창한 편이어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가장 멋진 사진으로 뽑은 것입니다. 큰바위얼굴이 있는 산 정상의 돌과, 그 아래의 단풍이 잘 찍혔기 때문입니다.

 비오는 날 기차를 탄 아쉬움을 달래며 "The Basin" 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들러서 Basin, 즉 세숫대야 모양의 화강암를 보러 갔습니다.



* 뉴햄프셔주에 몇년 살면서 지켜보니 화이트마운틴의 단풍은 보통 10월 첫주나 둘째주가 가장 피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