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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

자전거 in 캘리포니아

by 마미베이 2022. 1. 21.

토요일 아침,

코비드 부스터 샷을 맞은 아이가 걱정된 딸바보 남편이 웬일로 9시에 일어나서

덩달아 일찍( 평소 주말엔 11시 넘어야 일어남)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베이글을 사러 다녀왔습니다.

 

외곽에 살지 않고 프리몬트(Fremont)에서 팔로 알토(Palo Alto)의 이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온 이유도 집 바로 앞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많은 가게들이 있기 때문이었죠. 이왕 나가는 김에 Town & Country mall에 있는 UPS에 들러 리턴할 물건을 보내려고 자전거 뒤에 박스를 묶어서 나갔습니다. 

이 몰에는 Trader Joe's(트죠)가 있으니 UPS에 들른 후 트죠에 들러서 몇가지 장을 봤죠. 자전거로 장을 보겠다고 뒤에 랙을 달고 가방까지 사서 걸어두었거든요.  트죠 앞에 자전거 주차하는 곳에 놀랍게도 거의 다 차서 딱 하나 남아있더라구요. 옆에 아줌마는 보냉 백팩을 메고 와서 장을 봐가네요. 굉장히 생소하지만 날씨가 늘 좋은 캘리포니아의 낭만적인 풍경입니다. 자전거 헬멧을 그대로 쓰고 트죠에 들어가서 몇개 안집었는데, 생각보다 자전거에 달아둔 가방이 작더군요. 장본 것을 자전거에 싣고 신나게 달려서 오는 길에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해 둔,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Izzy Bagle을 픽업해서 자전거 뒤에 다 묶고 왔습니다.

 

 

아파트에 공용 자전거 보관 방이 있긴한데, 최근에 구매한 자전거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서 차마 거기다 둘 수가 없더라구요. 도둑이 많은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거기에 두면 다 없어진다고 해서, 자전거 세 대가 집 현관에 보관 중입니다. 가장 어려운 건, 집에서 나가는 길에 문을 두 개나 통과해야한다는 겁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 두개를 잡고 통과하면서 자전거 뒷쪽이 무거우니 생각보다 아이가 자전거 뒤의 바구니에 학교 백팩을 넣고 컨트롤 하기가 쉽진 않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중학생이 된 아이가 작년부터 간절히 원하는 일, 혼자서 자전거 타고 학교 다녀오기입니다.

놀랍게도 이 동네(북캘리포니아)는 스쿨버스가 없습니다. 몇몇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용 스쿨버스만 운행하고 기본적으로 스쿨 버스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학교들에 주차장 확보가 불가능하다보니, 고등학생들도 모두 자전거를 많이 이용합니다. 학교에 자전거 보관소가 학년별로 지정되어 설치되어 있습니다.

코비드 이후 일년 반만에 7학년을 시작하면서 학교에서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을 교육하더라구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자전거로 통학을 하기 때문에 가끔 겨울에 비오는 날은 학교 앞에 차가 너무 많이 밀려있습니다. 아이는 이제 스쿨 버스도 없는 이곳에서 또래 아이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해보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가는 길을 연습을 하자고 하고 2021년 작년에는 통학을 안시켰죠. 며칠 전 오후에 학교에 픽업을 아이 자전거를 타고 가서, 아이는 자기 자전거를 타고, 저는 뛰어서 집으로 오는데, 너무 의지에 불탄 아이가 계속 묻는 겁니다. "난 언제 자전거로 학교 올 수 있어?" 평상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가, 자전거로 제 옆으로 지나가면서 소리치며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데, 왜, 뭔가 원할때 엄마에게 조르는 그 높은 톤의 아이 목소리였고, 그런 적이 처음이어서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더라구요. 이 아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구나!

 

수학 문제집을 다 풀면 그때부터? 이런 저런 조건을 걸다가 저의 작전은 실패하고,

결국 그 다음 날부터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로 통학 중입니다.

일단 집에서 학교까지 중간에 기차길 지하 보도가 있는데, 거기까지 찻길을 좀 건너야해서 제가 뒤에서 따라갔더니

제발 엄마, 학교가 보이면 멀리서 그만 집으로 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하네요.

딱 그런 시기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기를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라 아기로 대하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한 때.

학교에 거의 다 가면 아이는 뒤도 안돌아보고 학교로 가고 저는 씁쓸히 유턴을 해서 집으로 옵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는 게 귀찮지만 막상 나가면 상쾌하고 좋아서 아이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게 되네요.

 

아무튼, 저는 오늘 주말 아침 장을 보고 와서

남편과 함께 남편이 업그레드하고 싶다는, 지금 타는 자전거보다 열 배는 비싼 자전거 구경을 하러 다시 나갔습니다.

저는 원래 월마트 자전거 300불도 비싸다고 생각하다가, 동네 가게 Trek이라는 곳에서 700불짜리를 사고 그것도 너무 비싸다고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자전거 세계에서는 저렴한게 5천불, 다음 단계로 가면 8천불, 그 다음은 소형차 값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코비드 이후에 그 마저도 없어서 못파는 게 그 세계라니.

가게를 갔지만 역시나 구경은 커녕 온라인으로 재고 들어오면 바로 사라는 조언만 받고 왔습니다.

자전거 가게가 옆 동네인 멘로 파크(Menlo Park)에 있었는데 주차한 몰에 세이프웨이가 있길래 들어갔다가 지금껏 본 세이프웨이 중 가장 좋은 곳이었습니다. 케익이 얼마나 많던지 참지 못하고 조각으로만 두 개를 집어왔네요.

 

뉴햄셔에서 살땐, 지하에 저렴한 월마트 자전거를 두고 실내에서 운동삼아 타거나,

자전거를 싣고 트레일까지 가서 타야했는데

여기선 그래도 집에서부터 트레일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습니다.

재고가 없어 원하는 새 자전거 구매에 실패한 남편은 자기 자전거 타고 남쪽 옆마을인 마운틴 뷰(Mountain View)까지 이어지는 해변 자전거 트레일에 가서 두 시간 걸려 자전거를 타고 오더니,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길래 저도 같이 나가서 또 2마일을 뛰고 왔습니다.

 

자전거, 차, 뛰어서 엄마 아빠가 집을 세 번을 들락날락 하는 동안

부스터 샷으로 열이 조금 나는 아이는 

온 종일 맘놓고 게임하고 티비를 보았습니다.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가 더 좋은 겨울의 어느 주말 이야기,

위 사진은 친구네 집 뒷마당에서 따서 가져다 준, 싱싱하기 그지없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