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남편의 팀원들이 음력 설을 맞아 한국음식점을 찾는다길래 알아봐주다가
괜찮은 한국 식당은 이 근처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잠시 고민 후,
"그럼 내가 한국 설음식 요리해줄게"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열명의 점심을 직접 하겠다고 입밖으로 얘기해버리고
뒷일이 걱정이 되었지만...
저는 좋은 마누라니까요.
짜잔!
메뉴는 재료비만 백불이 넘게 들어가는 갈비찜,
눈오는 날은 치맥이지? 라고 전지현이 그랬다던가요. 그래서 중국인 사이에 유명해진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
직접 만든 만두와 감자전,
남편에게 말으라고 부탁했다가 야채를 김 끝까지 싸버려서 끝이 안 붙은 김밥,(밥 붙여서 긴급 구조로 살려냈습니다.)
직접 담근 가장 심플한 오이지와 김치,
흰밥과 현미밥,
그리고 떡국.
이 많은 걸 12시 초대니까 오전에 다 해야되다보니
거의 프로젝트를 하나 했습니다.
전날 미리 동선에 맞게 준비를 해놓고
아침에 다다다~~
얼마나 바빴는지 글씨건 종이건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니까요.
아침에 치킨 튀기고, 감자전까지 한거는 좀 오바였지만(메뉴를 다른 걸로 선정했어야..)
맛있게 먹었으니 된거죠.
갈비찜의 고기가 부드러운 것에 모두 감탄을 하길래
신나서 한국인의 시크릿 소스인 "페어~~~Pear...배"가 바로 그 부드러움을 만드는 것이라고 누설해버렸습니다.
그 주 주말, 이 분들은 갈비찜 만드는 걸 공부해서 직접 만들어먹었다고 전해졌습니다.
갈비는 미국 마켓에도 많이 팔긴하는데다 한국마켓 가격의 절반이지만
손님 많이 오는 경우에 갈비 한 개가 클 필요가 없다보니
갯수로 따지면 결국 한국마켓이나 가격이 비슷하더라구요.
게다가 한국마켓은 컷이 더 예쁘거든요.
갈비구이보다 갈비찜을 한 이유는 서빙하기가 더 편해서랄까요.
소고기 떡국은 처음 끓여보았습니다.
지단을 노란색 흰색 따로 만들면 더 예쁘겠지만 그럴 시간이 어딨나요
김밥에 쓸 지단 만들면서 꼬투리 썰어서 담아뒀다가 써야죠.
방문하신 분들이 선물을 들고 오셨습니다.
미국 직장에서는 같이 밥을 먹는 일조차도 흔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
집에 초대를 하는 일은 좀 과장하자면 평생에 있을까말까한 희귀한 일이다보니
다들 너무 고마워하였습니다.
고다이바 위에 있는 향초꽂이는 인도분이 선물해줬는데 연꽃 모양이라 너무 너무 예쁩니다.
꽃, 쵸컬릿, 연꽃 향꽂이.
친구들과의 파티 후 이틀 뒤였는데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더 큰 프로젝을 하나 마치고
성공리(?)에 치른 외국인을 위한 한국 음식 파티,
5년차 주부의 실력을 제대로 뽐냈던 날이었습니다.
결론은,
저는 정말로 좋은 마누라, 내조의 여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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