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저녁, 어김없이 딩동 벨소리가 들린다.
우리 딸과 같은 반 친구가 바로 옆집에 사는데 마당에서 같이 놀자는 것,
공놀이도 하고 잔디 깍이 장난감으로 잔디도 좀 깍아주고 노는데 마침 그 아이 아빠가 일을 마치고 온다.
만난 김에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드라이브 웨이에 깔린 아스팔트 위에 코팅을 해주는 것을 "실링"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몇 년에 한번씩 해줘야 하냐고 했더니 2~3년에 한번은 해줘야 한단다.
실링을 해줘야 아스팔트가 구멍이 덜 나고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스팔트에 조그만 구멍이라도 나서 그걸 메우려면 최소 3천불(3백만원)은 든다고 하니,
평소에 실링을 열심히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
본인은 지난번에 업체에 맡겼더니 마음에 안들게 해놔서 올해는 직접 할거라나.
그러면서 우리집 드라이브 웨이 상태가 어떤지 내일 가서 봐주고
아는 업체 몇개 있으니 번호를 주겠단다.
고맙다고 하고 남편에게 이 사항을 전달했더니
갑자기 울 남편,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해볼까?
실링인지 뭔지를 직접 하다니,
괜히 질문을 해서 일 만들었나
유투브를 찾아본 남편은 다음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당장 하겠다고 하더니
로스(Lowes:집에 관한 모든 것을 파는 가게)에 가서 실러 아홉 통과 빗자루, 솔을 사가지고 왔다.
직원에게 실어달래지 그 무거운 걸 직접 싣고...시작도 전에 힘 다 빠져있다.
갑자기 다시 여름처럼 더워진 날씨에 드라이브 웨이를 빗자루로 청소만 하고 나자 탈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러니까 준비물을 다시 정리하자면
1. 버려도 되는 옷, 신발, 장갑을 입고
2. 빗자루 끝에 실러를 끌어 바를 수 있는 유리창 닦개 같은 게 달린 도구(LOWES),
3. 끝처리 에징을 위한 작은 솔
4. 실러
(LOWES에서 파는 3년, 6년, 10년짜리 중 우리는 6년짜리 선택하였고 뭘 따로 섞을 필요 없이 그냥 바르면 된다. 드라이브웨이는 50미터인데 거라지 앞부분은 엄청 넓어서 9통을 다 썼음)
아이와 나는 생일파티 참석차 집을 나가버리고
남편은 실링을 시작하였다.
다녀와보니 주차장 앞 귀퉁이 조금밖에 안했다. 아직 1/10도 못한 상황.
그리고 더위를 먹어서 제정신이 아닌 남편...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러가 시커멓게 묻어가지고 헥헥거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티를 잘 안내는 사람인데
군대에서 행군을 마친 훈련병처럼 뵈는 게 없는 모습이다.
난 더우니까 아이 데리고 집안으로 숑 들어가서 소파에 자빠져 있는데
몇시간이 지나고 전화가 온다.
도와줘~~~
날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플래시라잇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아이는 손으로 플래쉬를 비춰주면서 내가 에징을 도와줘서 마쳤다.
어두워서 뵈질 않으니 마구마구 빨리빨리 발라줬다.
맥주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이 걱정...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무리를 하면 허리가 아파서 며칠 못일어나는 수가 있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그 무거운 걸 들고 쓸고 바르고 무리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날, 깔끔하게 실링된 드라이브웨이가 멋지다.
그런데 군데 군데 안칠해진 곳이 보이니 너무 아쉽다.
게다가 아홉 통 실러 중 반통이 남았다.
(양도 잘 맞췄다고 엄청 칭찬해줌..)
티끌만큼의 티도 용서 못해
못참고 결국 솔을 들고 나갔다.
어제에 이어 80도가 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전히 더운 날씨, 고무장갑을 끼고 솔로 빈 곳들을 마저 메웠다.
이제 안칠해진 곳 없이 완벽!,
"나 완벽주의자인가봐!"
앉아서 바닥 문지른 거 한 30분 했나,
허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고
더위 먹어서 어질어질 비틀거린다.
고무장갑을 벗으니 땀이 물이 되서 흐르고 손은 퉁퉁 불어있다.
아이에게 팝시클 하나 부탁해서 먹고 정신차려 샤워하고 소파와 한몸이 되어 잠들어버렸다.
이걸 어제 남편은 8시간동안 했으니
행군 마친 훈련병 모습을 하고 있었지...
남편의 고생, 제대로 체험하기?!
우리집 드라이브웨이 보다 짧은 집에 사는 남편 친구가
300불에 사람써서 했다는데
우리집은 불렀으면 기본 천불은 넘었을거다.
재료비만 300불 들었으니 말이다.
업체를 쓰면 3년짜리 싼 실러를 쓸텐데 우리는 6년짜리 좋은 재료 썼다고 내심 뿌듯해하는 중.
앞으로 최소 4년간은 안할테다!
진짜 우리가 아스팔트 씰링을 하게 될줄은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다.
사실 이번에 "또" 차를 바꾼 남편은 미안했는지 천불 아끼겠다고 직접 나선 것인데
힘은 들었지만 우리가(?나는 5%해놓고 우리래...) 직접 뭔가를 했다는 것이 꽤 뿌듯하다.
내가 미국와서 살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러고 살고 있지만
드라이브 웨이 아스팔트 실링을 해볼 줄도 상상을 못했다.
눈에 실핏줄 터진 남편도 그런다.
내가 자기랑 결혼해서 애 키우고 살면서 별 걸 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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