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싱글홈에 살기

가스통 이야기, I know someone in headquarters.

by 마미베이 2015. 11. 19.


오늘은 도시 가스(Natural gas)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살이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우리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프로판 가스통이 묻혀있습니다.

이걸로 난방도 하고 요리도 하고 물도 데워요.



<출처 구글>



이런 커다란 프로판 가스 '탱크'가 땅에 묻혀있다는 겁니다.

여기는 겨울에 영상만 되도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추운 지방이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 위해서 가스통을 채워놔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어요?






프로판 가스 탱크는 집주인 소유가 아니라 연료를 배달해주는 회사의 소유입니다.


지난 여름, 저는 우리가 이용하던 E회사가 가스 가격을 너무 비싸게 받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같은 양의 프로판 가스에 대해 작년 기준으로 다른 회사보다 연간 30만원 정도를 더 지불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과감히 회사를 옮기겠다고 했죠. 그제서야 E회사는 얼마를 원하느냐는 둥 묻기 시작했습니다.(미국은 자유 경쟁 시장 맞죠?) 거기서 싸게 해 줘봤자 옮기는 거보다 싸지는 않을거고 또 다음해는 다시 올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거절하고 새로운 회사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 상황이, 순조롭게 잘 진행이 됐다면 일년에 300불을 앉아서 버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작.은. 이슈가 있답니다.

우리집 탱크는 500갤런짜리가 땅에 묻혀있는데, 이 크기의 프로판 탱크는 

주변 건물에서 최소한 10피트 이상 거리가 있어야 한답니다. 

우리집은 너무 애매하게도 8피트 떨어진 곳에 아주 작고 예쁜 쉐드가 있습니다. 

쉐드(shed)는 잔디깍이 기계, 눈치우는 기계, 전기톱 같은 넓은 마당을 소유한 서버브 싱글홈에 필요한 도구들을 넣어두는 작은 건물입니다. 이웃과 수다를 떤 결과 알아낸 바로는 집을 지으면서 탱크를 묻었겠죠. 

이전 주인은 나중에 쉐드를 따로 사서 설치하면서 10피트 룰을 몰랐던 겁니다. 

우리도 당연히 모르고 잘 쓰고 있었죠. 

그래서 결국 옮기려고 했던 회사에서 쉐드를 조금(고작 60센티) 멀리 옮기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다고 애매해하다가 거절을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이용하던 E 사로 그대로 유지하려다가, 

혹시나 하고 이 지역에서 그나마 대기업격인 I 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대충 검사하더니 탱크 구매절차가 완료되었다고 하면서 신규 고객으로 등록을 해주었습니다.


사용할 가스양을 선구매해서 할부로 내면 된다길래 납부도 시작했구요. 

보통 여름에 선구매(pre-purchase)를 하면 여름의 오일 가격을 고정으로 해서 1년간 배달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보통 오일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비싸지기 때문에 여름 가격으로 사는 게 괜찮습니다. 단, 이변이 생겨서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처음 정한 그 가격에 구매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약간의 도박인 셈이죠. 

결국 I 사에서 600갤런을 선구매 하기로 하고 그날의 시장가로 Fixed rate을 정한 후, 

할부로 내기로 하고 새로운 고객이 되었습니다.

그게 지난 8월이었습니다.


역시, 대기업이 좋아, 

쿨하게 쉐드 거리도 신경안쓰고 이렇게 탱크를 사버리고 말야, 

급급 칭찬을 하면서, 난방비를 몇백불 아낀 주부는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며 여름을 보냈습니다.





10월이 되어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500갤런짜리 가스통은 40%의 가스가 남아있었고 갑자기 가스통이 비지는 않겠지만

다음 배달 날짜를 알아야겠기에 전화를 했죠.

10월 중순에 배달이 갈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탱크의 거리를 체크하러 다시 나오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10월 중순이 지나고 전화를 또 하니, 

그제서야 건물 거리가 가까워서 아직 탱크 구매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뭔 딴소리?)

그래서 배달을 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 

자기네가 전화를 주겠다길래 그러라고 하고 기다렸죠. 

그런데 11월이 되도록 연락 한번 없지 뭡니까.

그 사이 다시 전화를 하니, 아무것도 진전이 없이 상황 파악도 안되어 있는 상태, 

그래서 좀 언성을 높였더니 다시 인스펙터를 보내주겠답니다. 

그것도 2주후에 말이죠. 

그래서 또 기다렸습니다.



11월 중순이 되고 인스펙터가 세 번째 방문을 하고 

오피스에서 다시 연락을 줄거라고 했지만

아무 연락없이 다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더 기다리는 게 의미가 있겠냐는 남편의 얘기에 또 전화를 했더니, 반응이 똑같았습니다.

당연하죠, 여긴 미국이니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또 직원 연결을 하고 돌아오는 답은 누군가가 전화를 줄거랍니다.

무슨 고장난 테입도 아니고 이 상황이 반복되자 무기력 상태에 빠졌습니다.

계약한 지 세 달이 지나도록 이게 뭐랍니까.

게다가 날은 추워지고 있고 Thanksgiving은 다가오니 요리도 많이 해야되는데

만약 가스통이 비면?....

운전을 하면서 가는데 주유소는 안보이고 차 가스는 얼마 안남고, 그런 기분이랑 같은데 좀 더 심각하죠.

집이 얼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가스 회사가 탱크를 살지 말지 얼른 결정을 해줘야 우리가 다음 할일을 할 수 있는데 

정말 너무 애매한 그 거리 8피트는, 살지 말지 망설여지는 애매한 거리인가봅니다.

아무도 이 건에 대해 결정하지 않은 채 공중에 붕 떠있는 건인 것 같았습니다.


'어른스러운' 우리는('우리'라고 쓰고 '남편'이라고 읽음) 문제가 생겼다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해결하기 위한 여러 옵션을 생각했죠. 상대적으로 가스 값이 저렴하고 크레딧까지 주는 I 사에서 쉐드를 옮기라고 하면 비용이 들더라도 옮기는 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끼는 거다라고 생각해서 컨트랙터인 옆집 아저씨한테 쉐드 옮기는 비용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도 해놓았습니다. 쉐드를 옮기고 나면 그 자리에 이것 저것 심어서 화단을 만들어야겠다고 일부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구요. 



추운 날씨가 되니 오일 가스 회사들이 집집마다 배달을 하느라 길에 많이 보입니다.

지나가는 가스탱크 트럭만 봐도 하트가 뿅뿅 날라갑니다.

제가 프로판 가스 트럭을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보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저 많은 탱크 트럭 중에 우리집에 배달할 트럭은 어디로 간 거랍니까.

이러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이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진겁니다.





거실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우리집과 우리집 마당, 예쁜 쉐드,....

"웬수같은" 프로판 탱크 뚜껑이 보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이렇게 달라보입니다. 

안되겠다, 뭔가 머리를 좀 써보자....

내 일을 해결 하지 않고 있는 I 사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그러는데 똭!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남편이 주말에 보여준 "Inside Out" 영화에서 빙봉이 한 말입니다.


<출처 구글>



"I know someone in headquarters!" 


라고 외치면서 꿈을 훼방 놓은 혐의로 잡혀서 잠재의식 동굴로 끌려들어가죠.

헤드쿼터에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샅샅히 뒤졌습니다.

Leadership Group이라는 게 보입니다.(왜 이제서야?!)

그 중 뉴햄프셔에 산다고 써있는 사람의 이메일로 자초지종을 마구 썼습니다.



Hi Mr. (name of the manager),

This is M. My account number is 123456.

After I signed up I-energy last Aug, I-energy told me that they bought the propane tank from E-energy which was my previous fuel supplier. So I’ve been paying my monthly bill since Sept, however, I-energy has never delivered propane gas to my house. 
I contacted I-energy, and a representative said they found an issue with my propane tank. There is a small shed near the tank, and the distance between them is 7 ~ 8 feet, while my town regulation is at least 10 feet from any structure. 
I-energy told me that they didn’t buy the tank yet because of this issue.

The inspector from I-energy visited my house three times so far, and he was also wondering why I-energy office people kept sending him to my house again and again.
Anyway, the inspector said he didn’t see any problem with my tank because it is just a small shed, no one lives in there, no electricity, movable, etc. 
After his inspection, he told me that an I-energy office guy should call me soon, but there was no phone call until now.


For the last three months, I have been making tons of phone calls to I-energy asking a phone call from someone who was supposed to be in charge of this matter, but no one has ever called me back. 

Mr. (name of the manager), I found your email address among the company leadership group on I-energy web page, and believed you might help me to resolve this matter.
I believe I-energy is a big and nice leading company in this region, that is why I decide to switch my propane supplier.

It’s getting colder, and I’m going to have to cook a lot with my propane gas stove as Thanksgiving is coming next week. But, my family is running out of propane gas. I’m afraid I-energy isn’t doing anything for me.

I hope you understand my situation. I’m tired of worrying about my propane tank, and tired of the same response from I-energy I’ve been listening over the phone for the last three month. I just hope I-energy make a decision quickly, and tell me what I have to do to get my propane gas before my tank goes empty.

Thanks!


M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1시간 내로 해결책을 찾아서 연락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정말로 한 시간만에 신뢰가 저절로 가는 리더의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는 

탱크에 대한 10피트 룰이 있지만 예외로 해서 우리가 탱크를 구매할거고

내일까지 구매 완료 후, 이번 주 금요일 전까지 가스 배달이 되도록 하겠다는 명쾌하기 그지 없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직원들에게 줄줄이 전화가 와서(세 달간 한번도 전화를 주지 않던) 

수요일에 가스 점검을 하고 그날 바로 배달을 해주겠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가스 점검을 받고 나서 5분도 안되어 가스 탱크 트럭이 떡하니 집앞에 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역시 문제 해결은 매니저랑 얘기를 해야 뭐가 풀립니다.

세 달간 참아온 덕에, 쉐드를 안 옮기고도 가스 회사 옮겨서 난방비를 아낄 수 있게 된 얘기입니다.

탱크 빵빵, 겨울 준비 완료!




이제 눈금이 85프로를 가리킵니다. 든든!

보통 프로판 탱크는 100프로 채우지 않고 85프로만 채우거든요.






 문제가 닥쳤을때 내게 왜 이런일이 생겼나 고민하거나

언어차별, 인종차별을 당했나 생각하는 등

이런 쓸데 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무엇을 해서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거지요....

하지만,

이번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겠다고 해결 방안을 생각을 해도 해도 

그 회사 직원들이 일을 안해서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이럴 땐,



매니저에게....연락을! ㅎㅎ


매니저에게 가스 배달 오늘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Hi M,

I’m happy to hear that. Thank you for bringing the issue to my attention and I am glad I was able to help. We do appreciate your business.

Let me know if I can be of any assistance in the future.


"잘 받았다니 기쁩니다. 이슈를 제가 알게 해서 고맙고, 도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고객이 되어주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또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저는 이제 헤드쿼터에 아는 사람이 있답니다.

문제 해결은 매니저와 상의하세요!

가끔은 기다리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