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을 샀습니다.
이 문장이 주는 의미는 정말 많습니다. 2년간 미국에 살면서 쉽게 해결되는 일이 없다는 문화적 충격을 겪어냈지만 집을 사는 일만큼 부담감이 큰 일이 또 있는지 찾기 힘드네요.
미국에서 집을 사서 그야말로 "내 집"에 사는 것은 "소유"의 개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도시에서 생각하는 아파트처럼 그렇게 편하기만 하면서 내집을 가졌다는 만족감을 선사하지는 않기때문입니다.
소유의 개념은 단지 이사를 안다녀도 된다는 편안함을 줄지는 모르지만 동시에 엄청난 "관리"에 대한 부담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좀 쉬워지겠지만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집 수리나 관리는 대부분 알아서 하고 살구요. 겨울을 제외하고는 잔디를 2주에 한번 깍아주고 정원 관리도 해야합니다. 겨울에는 눈을 치워야 하지요.
집을 사자고 생각했던 이유는
"전세"라는 개념도 없는 미국에서 렌트로 살면 무조건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하고, 한국처럼 일정 부분을 보증금으로 월세를 커버할 수 없으니 매달 나가는 월세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게다가 매년 일정 퍼센트씩 올리는 것이 암묵적 약속이라, 안올리는 주인을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그래서 같은 집에서 이사 안가고 살아도 오래 살면 살수록 렌트비는 비싸지는 것이지요.
결국 계산해보니 집을 사서 렌트비 나가는 만큼을 집대출(모기지)를 해서 갚아나가면 렌트사는 아파트보다 두배의 공간을 "내 집"으로 쓰면서 돈은 덜 내는 결과가 생깁니다. 여기서 계산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Property Tax라고 보유세를 매년 내야하는데 동부의 경우 보통 집 평가가격(Assesment Value)의 2%내외입니다. 이것은 County에 따라 퍼센트도 다르고 집평가가격 기준인 곳도 있고 집구매가격 기준인 곳도 있으나 집 가격이 아주 비싼 캘래포니아 지역의 경우는 1%정도, 그 외 대부분의 주는 2%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만약 5억짜리 집을 샀다면 매년 10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말많은 한국의 종부세는 코빼기 축에도 못끼는 큰 세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처음엔 이것도 참 충격적이었으나 이젠 세금 낼 역량이 없으면 집을 보유하지 않거나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보유세를 내고도 렌트비보다 덜 나간다면 집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죠.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리얼터 수수료입니다.
보통 집을 사는 사람은 이 비용을 직접 내진 않고, 집 파는 사람이 집 가격의 5%정도를 리얼터 수수료로 냅니다. 파는 쪽 리얼터와 사는 쪽 리얼터가 2.5%씩 받게 되는 것이죠. 5억짜리 집이라면 2500만원의 부동산중개수수료를 파는 사람이 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의 경우는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각각 알아서 부담하고 이런 경우 200만원이 채 안되는 걸로 알고 있지요. 엄청난 금액의 차이네요. 이런 문화적 쇼크를 받아들인 다음에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최소한 5년 이상은 그 집에서 살아야 본전이 뽑아질겁니다.
집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부부는 작년 9월부터 집을 보기 시작했는데 대여섯집을 보고 나니 집을 보는 기준도 바뀌고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이 정리가 되더군요. 그런데 사실 작년 하반기엔 매물이 별로 없어서 한달에 한두개 정도밖에 못봤습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때 원하는 집이 나왔고 집 내놓은 첫날 아침에 보고 바로 오퍼를 넣었습니다. 오퍼는 내가 이 집을 사겠다는 서류를 집주인에게 보내는 것인데 얼마에 사고 싶고, 조건은 무엇이고, 대출은 어떻게 받을 계획 등의 내용의 들어간 정해진 서류입니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조금 왔다갔다 하고 최종 수락이 되면 그 다음 단계가 진행이 되지요. 다음 단계는 많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대출을 받는 일일겁니다. 이 과정이 정말 머리 아프고 신경쓰이며 오래 걸리는 일이지요. 이제 단계별로 제가 겪었던 것들 중 기억해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리얼터(부동산 중개인) 찾기, 리얼터 계약>
"리얼터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좋은가?", "리얼터 없이 집을 사면 더 깍아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비싼 리얼터 수수료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대답은 "집을 사는 사람은 리얼터를 통해서 집을 사는 것이 좋다"입니다. 저 역시 겪어보니 동의합니다. 리얼터 수수료를 집파는 사람이 내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고, 굳이 리얼터 없이 집을 산다고 해서 리얼터 수수료만큼 집가격을 깍는 협상 능력이 개인에겐 절대로 없기 때문에 괜히 고생만 하게 된다고들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한국인 리얼터가 딱 한명이 있는데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신 분이라 저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집을 처음 보고 나서 서류를 주시면서 리얼터계약을 해야 우리 같이 일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향후 6개월 내에 집을 사는 경우 본인를 통해서 사야 하고, 리얼터 수수료 2.5%를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집을 파는 사람이 리얼터피를 내지 않겠다거나 2.5% 이하의 수수료를 지불하겠다고 하는 집을 구매하게 될 경우, 나머지 퍼센트만큼의 금액을 우리가 채워줘서 우리 리얼터는 2.5%를 받게 보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서류는 요구하지 않는 리얼터도 많지만, 이 분은 보다 우리에게 충실히 리얼터 역할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며, 이 리얼터과 집을 보고 내가 마치 리얼터 없는 것처럼 계약해버리거나 다른 리얼터와 그 집을 계약하는 배신을 하는 경우 법적보호를 못받기때문에 리얼터를 직업으로 가진 분의 입장에서는 합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인을 하고 시작했습니다. 몇십만불짜리 집을 사는데 한국어가 통해야 한다는 건 우리 사정이었고, 그 분은 유일한 한국인 리얼터라는 강점을 가진 것이었지요.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A라는 집이 맘에 들어 구매를 하고 싶으면 A집을 구경할때 같이 보여준 리얼터와 같이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건 법적으로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6개월내에 이 리얼터가 보여준 집이 아닌 다른 리얼터가 보여준 집을 사더라도 이 리얼터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Exclusive"한 계약에 사인을 한다면,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진행 도중 이 리얼터가 불충실하다거나 손해를 끼치는 등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다는 것이 안전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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