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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

실리콘 밸리 - 베이 지역

by 마미베이 2019. 11. 27.

 

 

 

 

 

 

 

 

 

 

 

 

 

북캘리포니아

북가주

실리콘밸리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페닌슐라

베이 에리어

사우쓰베이

이스트베이

 

이 곳은 정말 많은 이름을 가졌다.

캘리포니아의 북쪽이고

미국에서 큰 도시에 속하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두 도시 사이의 모든 지역에 사람이 빠글빠글 산다.

미국 전체적으로 넓은 땅에 여유롭게 사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한국의 도시처럼 사람이 많다.

산호세와 샌프란 시스코 사이의 지역을 "베이 지역"이라고 하는데

현지인들에게 가장 정확한 지명이고,

이름이 예쁘기도 하고

좀 있어보여서

이 많은 이름 중 "베이 지역(Bay Area)"을 골라 부르려고 한다.

(실리콘 밸리라는 옛날 별명때문에 밸리 지역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Bay Area이다!

많은 미국 친구들도 "베이에리어"라는 지명은 몰라서 이 근처를 샌프란시스코라고 부른다.)

 

"미국 동부"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하고 놀라운 점은,

이 곳은 유럽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미국"이라기 보다는

아시안 위주의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사는 테마파크 같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정말 골치 아프고 황당할 정도로 집값이 비싼 곳이다.

남편이 이직할 회사에 합격을 하고도 축하한다는 말보다 걱정이 앞선 이유이기도 하다.

렌트 집을 알아보다가, 포기할 생각을 몇 번 하게 만들 정도였다.

Zillow사이트를 보고 또 봐도 답이 안나오고, 좀 싸다 싶으면 살기 위험한 동네란다.

실제로 그 위험한 동네조차도 너어무 비싸다.

2019년 여름 기준, 일단 렌트비는 적당한 학군에 2베드룸짜리가 최소 3500불 이상이다.

 

https://www.propertyshark.com/Real-Estate-Reports/most-expensive-zip-codes-in-the-us

 

미국 내 가장 집값이 비싼 100위 중에 91개가 캘리포니아주이며, 그 대부분이 베이지역 근처라는 사실을 보면 어디 가서 집값비싸단 얘기 하기 힘들다.

한국은 일단 집을 사면 나머지 인생을 좀 편하게 보낼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보유세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집 보유세가 매년 집값의 1-3프로 정도로 매겨지는데

5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다면 2프로 보유세인 경우 매년 만불 즉 천만원, 매달 백만원의 보유세를 내면서 산다.

베이 지역의 경우 작은 콘도 집값은 보통 1밀리언(10억) 정도는 되고(1 밀리언도 많이 낮추어 적은 거고, 실제 1.5밀리언은 되어야 작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평균적으로 1.2퍼센트의 보유세를 매기므로 12,000불, 즉 1400만원 정도의 보유세를 낼 수 있어야한다. 2프로 보유세를 내는 지역의 경우는 매년 2만불, 매달 200만원 이상의 보유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이고 뭐고 그런 개념이 아니고 매매시 소득에 대해서만 한번 내는 양도세도 아니고, 무조건 보유한 집에 대해서 매겨지는, 매달 월급을 받아 내야하는 혹독한 보유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10억 집과 미국의 10억 집은 의미가 다르다.

 

뉴욕도 비싸고 보스톤도 집값이 비싸지만, 근처로 조금만 나가면 좋은 환경과 좋은 집이 대도시만큼의 비싼 가격은 아닌데, 베이지역은 이 일대가 다 비싸다는 것 때문에 미친 집값으로 유명한 것이다. 실제 거리 한 시간 밖으로 나가면 그나마 좀 싸지긴 하지만, 싸도 싼 가격이 아닌데다, 매일 두 시간씩 왕복 네 시간의 출퇴근 교통 지옥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한풀이가 맺혀있는 것 같다.

너무 높은 집값에 치여 살고,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스럽지 않은 조금 독특한 지역,

높은 집값을 감당하며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베이 지역은 뭔가 특별한 곳이란 생각이 드는지

살아가면서 어느 곳에서도 생기는 일에도

"산호세에서는", "베이 지역은" 이라는 말을 붙여서 자신들이 사는 곳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보인다. 

지금 내가 이 글에서 베이 지역에 대해서 쓰고 있는 것처럼.

 

집값 비싼 거에 덤으로 잡도둑이 설치거나 쿵하는 지진을 느끼거나 허구헌날 나는 산불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곳인데,

왜 베이 지역에 사느냐고?

왜 이런 곳으로 이사를 와서 "고생(?)"을 하느냐고?

먹고 사는 직업이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일테고,

미국 같지 않게 덜 지루한 곳인 것도 같다.

막 이사온 내가 느끼기에 여기는 대한민국의 서울 같다.

모두가 "집" 이야기를 많이 하고,

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많고,

서로 여유가 없지만

그만큼 다양성이 많고 잡마켓이 좋고 할 거 많은데다,

여름에 안덥고 겨울에도 10-20도를 유지하는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날씨.

 

재밌는 것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마을이 너무 많다.

스탠포드 대학 앞에 있는 팔로 알토,

애플 본사가 있고 교육열로 유명한 쿠퍼티노,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

서니베일, 산타클라라, 사라토가, 로스알토스, 로스가토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마을은

미국에서 꽤 큰 도시에 속하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사이에 이어져 있는데

이 큰 두 도시가 1시간 운전 거리 이내에 있음에도

이 일대에 엄청난 인구가 몰려 살며 전부 집 값이 비싸다는 의미이며

미국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지역으로 보인다.

사람이 많고 집도 많고 아시안도 많고 전 세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베이 지역에 아시안이 많다.

하지만 "많다"라는 의미를 알아야 하는데

여기서 기억할 것은 한국은 정말 작은 나라라는 것이다.

아시안이 정말 많지만 대부분은 중국인과 인도인이다.  

한국인이 제일 많이 산다는 곳조차 한국인 가정은 한반에 다섯명 이하라고 한다.

내가 이사온 지역은 한국인이 아주 많지는 않아도 있는 편이라는데, 우리 아이 학교에 한국인 가정은 서너집 본 수준. 

 

베이 지역은 테크 기업들의 본사 뿐 아니라 사무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고 정말 열심히 일한다.

뉴햄프셔 시골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달리 전 세계를 이끄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 아닌 거지,

까페에 가면 모두가 맥북을 열고 컴퓨터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다.

한 회사를 평생 다니는 미국 시골지역과 다르게

여기는 짧은 기간 회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게 당연한 듯 여겨지는 듯 하다.

 

아침에 회사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그야말로 공돌이 차림의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한번은 까치머리에 잠옷 같은 옷을 입고 노트북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남자를 봤는데,

자다가 몽유병 걸려서 걸어나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 사람은 유명한 회사의 셔틀을 타러가고 있었다.

이삼십대 젊은이들이 "워라밸런스" 이런거 생각 안하고

열정을 자연스레 펼치며 일을 하는데,

이들이 다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들만 모아둔 것이라면,

당연히 이 기업들은 더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꼭,

나아갈 필요는 없지만,

꼭,

경쟁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이곳은 그렇다.

나는 자연인이라고 외치며

전기도 안들어오는 시골 오두막에 살면서

인터넷이며 컴퓨터며 안쓰고 살 수도 있겠지,

요즘 아이들은 너무 스크린에 노출되어 있어,

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건 안해.

라고 하는 말을 자주 하는 세상에서

기술로 먹고 사는 부모들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IT 기술이 자연스러운 환경,

학교에서도 차이나게 STEM에 치중하는 것이 보인다.

매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고, 구글과 유투브를 즐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이용해서 더 배워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

 

평생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네,

베이 지역에

살게된 게 쫌 신기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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