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두 살 즈음에 미국으로 오면서 그제야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좋을 추억을 만들어보겠다고
호기롭게 생각했으나, '좋은 엄마'는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구요.
말이 통하게 되는 네 살 정도 까지는 맘아프게 많이 혼내고, 울면 같이 짜증내고 그랬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난 시간을 생각하니 예쁘기만 했던 아이에게 뭐 혼낼일이 있었던가,
내 안의 불만을 아이에게 표출했던 것 같아서
부끄럽고, 미안해지네요.
하지만, 저도 잘했던 게 두 가지 있는데
수영장에서 놀아준 것과, 눈에서 썰매 타고 노는 것입니다.
지금 보니 둘 다 제가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것들이 아닌가 싶네요.
수영은 아이가 두 살부터 수영장에서 놀아주기 시작해서
거의 일주일에 한 두번은 수영장에 갔습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할 거라고는 유모차 밀고 쇼핑몰 놀이터에서 가거나,
어린 아이들 Gym 클래스를 듣거나
수영장에 가서 놀고 오는 것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만 세 살부터 YMCA에서 레슨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받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하는 레슨이 참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더라구요.
한국에서 수영 레슨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세 달만 배우면 보통 네 가지 영법을 다 배우는데
여긴 일주일에 한 번 30분 레슨이 고작이다보니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3년이 지나도...
자유영 하나 완성을 못하더이다.
그 와중에 제가 그렇게 같이 놀아주며 가르쳤건만,
어려서 그랬던 건지, 강습이 너무 자유로워서 물에서 놀다가면 그만이어서 그랬던 건지.
그리고 이제 4년이 지났습니다.
1년에 레벨 하나씩 올라가더니,
지난 달에 드디어 레벨이 좀 높은데로 올랐습니다.
이번에 3-6세 반에서 나이대가 한단계 올라가면서 7살 반에서 그래도 제가 만족스러울만한 반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이가 대견하다기 보다는
4년간 아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다닌, 제가 감격스럽더라구요.
수영팀에 들어가게 하려는 건 아니고 물에서 안전하게 놀게 해주고 싶어서 계속 했던 건데
최근 아이가 물 속에서 편안하게 느끼며 떠다니는 것 같아서 한 단계는 완성한 기분이 듭니다.
Starfish 반이 6살 마지막 반이었고,
7 살부터 같은 레벨이 Guppy인데, 그 윗단계인 Minnow로 등록하라는 종이입니다.
1년 넘게 계속 starfish만 받다가 이걸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아이가 하는 걸 보고 선생님이 기록해둔 각각에 대한 점수입니다.
그 레벨에서 모든 필요한 항목이 Mastered로 체크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지를 기록한 선생님 Tim이 다음 반인 Minnow반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워낙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 몇 가지 가르치더니 아이가 잘 따라했고 덕분에 레벨도 올라간 것 같아 내심 고마웠습니다.
새로 올라간 반에서 Tim과 같이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유는, 네 살때인가, 아이가 수업을 왔는데 그 반에 다른 아이가 하나도 없었고 선생님이 Tim이었던 겁니다.
Tim이 사실 조금 무뚝뚝한 편인데다 남자 선생님이다보니 아이가 겁을 먹어서 수업 5분만에 수영장이 떠나가도록 울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개인 레슨처럼 받고 해서 좋았는데, 아이는 친구들이 없어서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크게 우는 바람에 반을 바꾸었고
그 뒤로 내내 여자 선생님인 반, 다른 아이들이 있는 반으로 다니기 위해서 다음 반 강사를 확인하고 등록하느라
제가 한참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렇게 피하려고 했던 Tim 덕분에 지금은 더 잘 배우고 있고, 즐기고 있는 걸 보니 아이도 훌쩍 큰 게 느껴지고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좀 높은 반이라지만,
사실 아직도 자유영과 배영만 제대로 하고
평영은 이제 막 배우는 중입니다.
물론 자유영도 숨쉬기 할땐 자연스럽지 않고 반대쪽으로 뒤집어 질 듯하고
배영도 제대로 못하는 애들도 있더라구요.
하지만 그 어설픈 수영으로도 수영장을 끝에서 끝까지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수영을 배우고 수영장에서 놀았던 만큼,
잠수를 하거나 점프로 물 속으로 뛰어들거나 하는 건 잘 합니다.
저는 네가지 영법을 배우고 나서 혼자서 물에 뜨는 걸 나중에 혼자 연습했던 거고,
아이는 반대로 물에 익숙해지면서 영법을 배우는 거죠.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던 겁니까...
빨리 빨리 혼내가면서 가르쳐야 단기간에 배우고 끝낼 수 있을 텐데, 이건 끝이 없네요.
여름 방학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기 때문에
(지루한 방학이 계획..)
동네 풀 멤버쉽을 구매했습니다.
레슨 받는 YMCA는 집에서 좀 멀기 때문에 레슨만 받으러 가고
동네 풀은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답니다.
야외 수영장인 덕분에 아이와 저 둘다 새까맣게 탔습니다.
선크림을 온몸에 발라대니 잘 지워지지도 않고,
반복해서 햇빛에 태운 등이 너무 아파서 래쉬 가드도 구입했네요.
물론 저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수영을 즐기고 노는 건 아니지만
내내 야외 풀에서 노는 여름 방학,
여름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긴 합니다.
지난 주에 하루는 수영장에서 친구가 생일 파티를 하는 바람에,
여기서 수영하고, 또 YMCA가서 레슨 받느라 하루에 수영복을 두 번 갈아입고 두 곳에서 수영하고 그랬습니다.
그날은 땅 위를 걸은 거 보다 물속에서 수영한 시간이 더 많았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레슨보다 일찍 갔더니, 그 새를 못참고 물 속에 들어가서 쉬겠다고 하더라구요.
두 개의 수영장을 다니며 즐기지만,
진짜 바다에 갔던 날도 있었습니다.
애틀란틱 바다, 햄튼 비치에 다녀와서 쓴 아이의 일기입니다.
파도에 날아가는 소녀는 본인이고,
파도타기를 하는 거라네요.
알아보긴 어렵지만 나름 왼쪽은 모래에 쳐놓은 그늘막이고, 선베드 의자입니다.
애틀란틱 바다는, 정말.....
차갑습니다.
계곡 물보다 더 차서, 한번 물에 들어갔다 오면 다시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아요.
차도 너무 차서, 정말 괴롭습니다.
좀 미국스러운 건
여기는 잔디 위나, 수영장 바닥이나, 해변의 모래 위에다
돚자리가 아닌 수건,이불을 깔고 놉니다.
아이는 또 본게 있어서 타올을 깔고 누워서 자더라구요.
그러다 홀라당~ 피부 태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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