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요정은 없어."
아빠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왜 그런 망언을!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말과 같은 수준의 폭로를 한 셈인데
아빠는 투쓰 페어리를 생각 못하고 얘기한 겁니다.
설겆이를 하던 제가 바로 정정해서
"어, 페어리는 없는데 투쓰 페어리는 있어."
그제야 사태를 깨달은 아빠는 "아, 맞다 투쓰 페어리가 있었지?"
산타와 투쓰 페어리는 한 열 살까지는 믿어줘야 합니다.
아홉, 열 살쯤 되면 아이들은 두 패거리로 나눠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산타와 투쓰 페어리는 있다와 없다.
없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 아이들은 이제 믿는 척을 합니다...
그래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에게 더 받으니까요.
이제 막 이 빠지는 미운 일곱살의 마음을 짓밟으면 안되죠.
투쓰 페어리에게 이 하나 빠질때마다 챙겨야할 게 얼마나 많은데 유치 다 빠질때까지는 믿어줘야줘.
오랫동안 기다린 투쓰 페어리에게서 동전을 받기 위해서 흔들리는 이를 실도 묶어보고(이가 작아서 실만 빠져나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흔들어보고(손에 있던 균이 묻어서 플루 걸려서 고생했습니다.) 했습니다.
문제는 이가 빠지기 전에 그 안쪽에 새로 올라오는 영구치가 이미 많이 올라와 있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두 줄이 되었단 말이죠.
가운데 아랫니 두개가 제일 먼저 빠지는데, 안쪽에 하나는 이미 올라왔고, 그 옆에 허옇게 올라오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한국에 있는 애 여럿 키우는 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런 경우 한국 치과에서는 마취하고 이를 뽑아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치과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한 달만 더 시간을 줘보자고 하네요.
웬만하면 유치를 강제로 뽑지는 않는답니다.
뿌리가 다 녹기를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안쪽에 이가 먼저 다 올라왔는데 괜찮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유치 빠지고 이가 지그재그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울 딸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이가 흔들린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오더니(친구들은 벌써 4개 이상 빠졌음..)
"엄마, 친구가 그러는데 요즘 투쓰 페어리는 종이 돈을 준대. 동전이 아니고.."
뭐시?
"그리고 선물도 받고 싶은데, 투쓰 페어리에게 편지를 쓸까?"
갈수록...
동갑내기 치고 좀 늦게 빠지는 편인데,
결국 이가 거의 누울 듯 흔들릴 때 제가 키친 타올로 물기 없게 이를 잡고 살에서 뜯어냈습니다.
뿌리가 다 녹았기 때문에 이만 살에 살짝 붙어있는 거라 많이 아프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저만..
이가 빠진 날 이와 함께 편지를 써서 베개 위에 두고 잠들었습니다.
5달러 지폐와 함께 이렇게 생긴 비니부 펭귄을 받고 싶다고 투쓰페어리에게 그림까지 곁들인 편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빠진 이와 편지가 사라졌네요.
투쓰 페어리가 가져간 모양입니다.
편지를 보고 갔으니 비니부 펭귄 인형 구하는데 이틀 정도 걸릴거라고 얘기해줬는데 진짜로
이틀 뒤에 투쓰 페어리는 편지와 함께 선물, 그리고 5달러 종이돈도 두고 갔습니다.
요정이 없다고 할 뻔 했던 아빠는 구글로 찾은 이미지로 밤 늦게 이런 거 막 잘 만듭니다.
그리고 중요한 결론,
안쪽으로 올라왔던 영구치는 빠진 이 자리로 밀려나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동 교정이 되더라구요.
영구치가 올라왔는데도 유치가 안빠지는 경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답니다!
유치가 자연스럽게 녹아서 빠지길 기다리면 됩니다.
유치 하나 빠지고, 안쪽에 나 있던 이것이 Before 모습
두 달 지난 모습입니다.
가운데 영구치 두 개가 뒤로 올라왔던 건데 유치 두 개 다 빠지고 나자
앞으로 밀려나와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다 잡았습니다.
(안쪽으로 없는 이는 4살때 썩어서 빼고 스페이서로 고정해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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