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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아이에게 팬트리를 도둑맞다.

by 마미베이 2015. 12. 21.






팬트리(Pantry)는 말그대로 '식료품 저장실'입니다.

부엌 근처에 문을 열면 대략 옷장 크기의 방이 있고 그곳에 먹을 거리들을 쌓아둡니다.

물론 정리를 잘하는 주부는 정리를 해두겠지만, 저는 그냥 던지거나 쌓아둡니다.

사진은 좀 정리가 된 상태고, 좀 지나면 발로 툭툭 치면서 들어가야되요...

가끔 기분 내킬때 샥~ 버리고 또 정리하는 곳이죠.


아이 학교에서 일명 Stuff the Turkey Drive 라는 이름의 행사를 하는데

땡스기빙부터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반 별로 팬트리 안에 있는 캔푸드를 모아서 불우이웃 돕기를 한답니다.

모은 것은 직접 우리 동네의 사람들을 돕는 것이고 캔(고기, 생선, 채소 등), 파스타, 피넛버터, 젤리, 쌀, 밀가루, 설탕, 시리얼 같은 것이면 된답니다. 


아이네 옆반은 200개를 모았는데 자기네는 아직 100개라서 그 반을 이겨야 된다고 제 팬트리의 음식을 내놓으라고 하네요.

맛있는 유동 골뱅이를 줄 수도 없고....이게 모냐고 놀래 자빠지면 어째요.

알바코아 참치는 보통 참치캔 두배 가격인데 일부러 트레이더 조 가서 사다둔거라...줄수가 없고...

그나마 잘 안먹고 있던 연어캔하고 닭가슴살캔 몇 개 줬더니

너무 적다고 그러서리에 가서 자기 돈으로 캔을 추가로 샀습니다.


어차피 캔음식이니, 건강이고 뭐고

가져가는 갯수가 중요해서 1불짜리나 1불이하짜리로 고르기...




학교에 캔을 가져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또 몇번 외치더니 

그날 학교 다녀 와서는 아직도 한참 더 모아야 이백개가 넘을 거고

꼭 캔 아니어도 되고 음식이면 된다고 하면서 

제 팬트리를 뒤져서 컵라면과 맥앤치즈, 스파게티까지 털어서 자기 가방에 또 넣었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에게 들은 얘기로는

그 집 아이가 밥을 잘 안먹고, 가려 먹는데 이 밥 한숟갈 먹으면 20불 준다고 했더니 얼른 먹더랍니다.

20불로 뭘 할거냐고 하니까 아이가 그로서리 가서 캔음식 사서 가져가서 

자기네 반을 제일 많이 가져온 반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같이 그로서리 쇼핑을 갔다네요.

아이가 학교에 그 무거운 캔음식을 낑낑대고 들고 갔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남편은,

어른들은 밥먹고 살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는구만, 이것들은 밥먹고 돈을 받냐고 황당해 하네요.

우리 딸도 밥 잘먹으면 One penny 달라고 해서 모아요...

1년 365일 모아봐야 4불도 안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아이네 반이 일등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연말에 "이기려는" 한마음으로

전교생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려는 마음만은 좋게 생각해줘야죠.



*****************


두둥!

오늘 나온 결과입니다.

1학년인 우리 딸 반은 1등은 커녕이군요.

2학년이 가장 경쟁심에 불타서 전체 837개를 모았지만 몰아주기가 안되서 2, 3등을 했구요.

유치원 한반에서 484개를 모아버렸네요.

어쨌든 기록을 깨고 총 2407개를 모았다니

연말에 이웃 돕기 제대로 했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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