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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오늘 일곱 살이 된 딸아이.

by 마미베이 2016. 7. 25.

어깨가 너무 아파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정다연 비디오를 틀어놓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식탁에서 아침을 먹던 아이는


"엄마, 정말 그 옷입고 계속 할꺼야?"


"응 뭐 어때서?"


"오 마이, 제발 옷 좀 반바지로 갈아입고와."


무릎이 나오고 통이 펄럭거리는 펑퍼짐한 잠옷 바지,

상의는 커다랗고 시원한 옷.

중간에 쉬면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갈아 입을 이유가 없다는 "아줌마"의 자유 의지를

아이가 한심해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니.


그래서 내가 한 선택은 펄럭이는 바지를 걷어 올려 반바지를 만들고 계속 운동을 했다.

한쪽 다리가 주르르 내려온다.

그 꼴로 한쪽만 걷어올리고 운동을 계속하니,

아침 먹다 말고 쫒아온다.

정말 못봐주겠다고 계속 잔소리를 한다.

꿋꿋하게 안갈아입고 끝까지 했다.

고작 일곱살인데, 운동할때 예쁜 옷을 입고 하라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오늘의 일기 -  오늘이 일곱살 생일임)




운동을 후다닥 마치고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직접 가서 따는 것이 마트에서 파는 것과 가격에는 차이가 없지만, 혹은 더 비싸기까지 하지만 

나무에서 바로 따서 유통과정이 없이 먹는 과일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기에, 

더운데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주일간 먹을 것들을 따온다. 


방학이 되고 매 주 한번씩 과일을 따러 다닌다.

방학을 시작한 6월 말은 딸기 시즌이 두 주 정도 되었고,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부터 8월까지 블루베리 시즌이 이어진다.

딸기 따러 세 번 정도 가고, 최근엔 매주 블루베리를 따러 다닌다. 라즈베리도 딸기와 블루베리 사이에 겹쳐서 나오고 8월이 되면 복숭아도 나온다니 기대가 크다. 그리고 나서 9월은 애플 피킹 후 호박을 따고 팜은 겨울을 난다.


블루베리를 따면서 잔뜩 먹고, 바구니에 담은 것만 무게를 재서 가져오기 때문에 

많이 따야 7불 정도, 아이와 재밌는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일석 이조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딸은 블루베리 피킹 전문가 수준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더웠다.

아침 일찍 가야 덜 더울텐데, 10시경 가서 좀 늦었고 게다가 비오기 직전이라 습해서 땀이 절로 흐른다.

아이가 너무 더워서 힘들어해서 얼른 바구니를 채우고 나왔다.



블루베리는 씻어서 물기를 말리고 바로 먹을 것을 빼고 나머지는 지퍼락에 날짜와 팜 이름을 적어서 얼려서 두고두고 먹는다.

얼린 블루베리와 메이플 시럽을 요거트에 넣어서 매일 먹기 때문에 계속 소진되고 있다.



블루베리 피킹을 하고 장보러 가는 길에 아이를 아빠 사무실에 내려주었다.

얼마 전에 "엄마 우리는 돈을 어떻게 벌어요?"라고 묻길래

아빠가 회사에 가서 일해서 벌어오는 거라는 설명을 해줬는데

마침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보냈다.



들어가는 길에 1층에서 직원이 재미로 방문객 등록하고 가라고 비지터 명찰도 줬단다.

책 읽으라고 들려 보냈더니 5분 읽고



고구마칩 봉지 안에 쿠키 섞어서 먹고 쥬스 마시며 만화를 봤단다...


세 살 무렵, 까페테리아에 같이 와서 점심을 먹곤 했는데 그때마다 프렌치 프라이를 사줬더니

아빠는 회사에 프렌치 프라이 먹으러 간다고 알고 있더니만

이젠 일곱 살이나 되었고 했으니, 돈을 어떻게 벌어오는지 깨닫고 오라고 보냈는데 

이번엔 고구마칩을 먹으러 간다고 생각할런지.


아이를 픽업해오며 재밌었냐고 물어보니 아빠 사무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엌과 커피 테이블 위주로 한참 설명한 후 

더웠다 추웠다 피곤했는지 잠이 든다.


집에 와서 몇가지 일을 한 후, 5시가 넘어서 동네 풀에 가서 수영까지 하고 왔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동네 수영장이 있어서 마치 뒷마당 수영장처럼 이용중이다.



생일 선물은 인형집을 줬었는데 그게 거라지 세일로 구매한 거라 한가지를 더 주고 싶어서

오늘 코스코에서 구매한 Craft Jar를 생일 축하 엽서와 함께 또 주었다.

한글을 읽기 어려워서 싫어하는데 엄마 아빠의 사랑이 담긴 카드를 열심히 읽더니

고맙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저녁 먹기 전에 아이폰의 노트에다가 이것저것 적길래

아이가 자러 간 후 몰래 봤더니 이런 걸 적어두었다.

Happy birthday to me! 란다.

수식도 한번 적어보고, 자기 이름으로 이메일도 만들고

몇개 수수께끼 같은 것도 내고...

영어 실력이 이미 엄마보다 월등한 것 같다.


일곱살이 된 여름 날을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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