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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시작은 애플 워치였다.

by 마미베이 2016. 1. 9.



연말에 베스트바이에서 애플워치 대할인을 하는 걸 보고 애플 워치를 질렀습니다.

(남편이요)

핑크가 좋으면 좋다고 하지, 갖고 놀다 새 버전 나오면 마누라에게 주기 위해서 핑크를 산다고 하면서...

(남자는 핑크!)


애플 워치를 본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숫자로 된 디지털 손목 시계는 보기 너무 쉬우니까

자기도 아날로그 시계를 갖고 싶다고 조릅니다.


아니 크리스마스 전에 얘기하면 산타가 줄텐데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어쩔까 싶어 농담삼아


"피아노 백번 치면 사줄게!"


남편은 아이스링크를 백바퀴 돌리던 김연아 엄마처럼 키우냐고 비웃고

저는 "그냥 농담이지..." 했는데


쭈뼛쭈뼛 나름 바람이 절실했던 아이는 

치다가 몇 번 쳤는지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걱정을 합니다.


"진짜 칠라고?"


그래서 종이 한장 주고 Tally mark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짝대기 다섯개씩 긋는 거 말이죠.

하루에 다 하기 힘들테니 올해가 가기 전까지만 하면 된다고 했고요.




올해가 5일 남았으니 하루에 20개씩 치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피아노를 친 흔적,

이건 피아노 건반의 서너 옥타브를 한번에 쭉 훑는 건데

아이들이 손이 작아서 다칠까봐 피아노 강사가 알려준 겁니다.


종이를 잡고 쭉 훑으라고.

마침 연습하던 곡에 훑는 부분이 많았고

하도 연습을 많이 해서 종이가 다 닳아버렸습니다.


이것 저것 치다가 지겨우니까

그동안 배웠던 연습 책 뒤져서 짧은 것까지 포함해서

한 70번쯤 갔을때, 

정말 지겹답니다.


정말로 그래보여서

'노래'로 하라고 했습니다.

마침 응팔에 진주가 따라 부르던 동요 "노을"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유투브를 한 30번 보면서 따라부르게 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한국말을 너무 안해서 노래로라도 발음을 시키려는 엄마의 음흉한 의도였지요.


결국 백번을 채우고

미리 아마존에서 주문해둔 시계를 받았습니다.

(아마존은 이틀만에 배송이 되는 놀라운 능력이 있기에,

- 한국에선 당연하지만 여기는 주문 후 이틀 지나야 배송하고, 또 일주일 지나야 옵니다.) 



12월 27일에 시작해서 31일까지 안갔고

4일째 되던 12월 30일 밤 11시경 맞습니다.

백번을 채우기 위해 잠도 안자고 버티면서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같이 해줬습니다.)



초1이 백번 채운 놀라운 순간!

저는 아이에게 성취감을 선사하는 "좋은 엄마"입니다.

남편이 쓰던 애플 워치 물려받을 "좋은 마누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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