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햄프셔 일상

마음 전하기

by 마미베이 2016. 1. 22.

아침에 아이가 손에 종이 한장을 들고 나갑니다.

뭐냐고 물으니까 스쿨버스 기사에게 줄 카드랍니다.

가운데 커다란 하트가 있고 그 안에 이렇게 써있습니다.


Dear Miss Sarah,


We like you and the bus.


From L




스쿨 버스 기사도 좋고 스쿨 버스도 좋답니다. 

버스 기사는 젋은 애기 엄마인데 항상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이들에게 무섭게 하지도 않거든요. 

게다가 오늘 필드 트립을 가는데 미스 새라가 같이 갈거랍니다. 그래서 버스 기사 미스 새라를 우리가 다 좋아한답니다. 

게다가 이번에 버스가 새걸로 바뀌어서 안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버스 기사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서 얘기할 필요가 없어서 새 버스도 좋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이 카드를 받은 스쿨 버스 기사의 행복한 표정을 본 사람만이 이런 카드의 소중함을 알겠죠.

쑥쓰러워서, 귀찮아서 표현을 안하는 것보다 이렇게 그때 그때 마음을 전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을 준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국 문화 중에 굉장히 낯설었던 것이 편지(Mail)을 아주 중요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문서는 다 우편으로 오기 때문에 매일 우편함을 비워야 하고, 이사를 가면 우체국에 주소 변경을 해서 포워딩 서비스도 해주고, 집의 우편함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부가 알아서 가져갑니다.(물론 무게를 잴 필요 없는 국내 규격우편인 경우만 가져갑니다. 그리고 싱글홈의 경우는 우편함에 가져갈 편지가 있다고 깃발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편지 문화 중에서 한국과는 좀 다른 편지 문화라고 꼽을 수 있는 것으로 생일 카드 외에 크리스마스 카드와 Thank you 카드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아이나 가족 사진을 넣은 엽서를 만들어서 보냅니다.

보낼 대상은  "그냥" 아는 사람에게 다 보내도 되고, 소중한 사람에게만 보내도 되는 거죠. 미국답게 그냥 알아서 정하는 겁니다.

저의 경우는 첫 두 해는 몰라서 주변에서 받기만 했고, 다음부터는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 위주로 보냅니다.

처음엔 조금 많이 했는데 받는 사람이 "잘 받았다"는 얘기가 없으면 그 다음해는 리스트에서 뺍니다.

계속 보내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 같아서입니다.

한국은 편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그냥 카톡으로 인사하는 게 문화이다보니 카톡 답장만 해줘도 보내는 입장에서는 고맙습니다. 

간혹 친구들 중에 자기도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하며 미안해하는데 그냥 잘 받았다고, 보내줘서 고맙다고 카톡 하나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다들 아이키우고 직장다니며 사느라 바빠서 한국에 살았어도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번 만나지만 미국에 사니 더 못만나서 나를 기억해달라고 잊혀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몇 년에 한번은 만나게 되는데 그때 덜 어색하기 위함이기도 하구요.

연말에 이 작업을 하는 시간이 되면 돈도 많이 들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감에 가슴 속이 따스해집니다. 가족들과 친구들 이름을 하나 하나 적으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거든요.


Thank you 카드는 아무 거나, 고마운 일이 있으면 집으로 보냅니다.

생일 선물 받은 사람들에게 선물 잘 받았고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써서 보내기도 하고요.

특히 학교 선생님에게 연말이나 학년말에 선물을 하면 꼭 Thank you card를 보내줍니다.

어떤 일이건 고마운 일이 있으면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한두줄 써서 보냅니다. 

이게 받다보니 꽤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항상은 챙기지는 않지만 명목이 생기면 보냅니다.


마음 속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알수가 없죠.

요즘 같이 풍족한 시대에 내가 뭐 해주는 것이 오히려 눈치보이는 때는 고마운 거 있으면 말로 꼭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Thank you card를 쓰면 더 좋겠지요.

아이가 버스기사 새라에게 보낸 것처럼 아무 종이에 고맙다는 내용만 있으면 그게 땡큐카드지요.







엄마 생일는 다이아몬드를 그려주기...





절친에게 받아온 카드,

하루는 이 친구에게 Could you marry me when we are grown-ups?

이렇게 카드를 써서 보낸 바람에

이 엄마가 메시지를 보냈더라구요.

애들 결혼시키기 전에 플레이데잇을 하자고...


이 아이랑 유치원때 놀이터에서 결혼하고 왔다고 했던 그 아이입니다.

한창 Frozen이 나오는 바람에

"Will you marry me?"

이 대사를 아이들이 써먹더라구요.

저 카드를 쓴 날도 다른 애가 울집 가까이 사는 A에게 저렇게 얘기했다고 전하면서

자기도 한번 카드에 슬쩍 써본겁니다.

그리고는 학교에 가서 그 친구에게 줬으니 저는 몰랐지요.

아이에게 "프로포즈를 받아야지 너가 하면 어떡하니?"

라고 한마디 해줬더니 그 뒤로 "엄마, 카드 이렇게 써서 줘도 되요?"라고 물어보네요.

검열 시작?

유치원때부터 1학년까지 같은 반이 되서 서로의 Love, 단짝 남친,

친한 아이가 한 반에 있으니 편안함도 느끼고 그래서 좋답니다.



학교에서 Recess 시간이라고,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있습니다.

영하 5도 이상이면 바깥 놀이터에서 노는데 

그 이하 온도이면 Indoor recess를 하는데 할게 없으니 그림이나 그리나봅니다.

한 아이가 써준거라는데

U r fun (= You are fun )

이랍니다.



더 추운 지역에서 자란 한 엄마는 자기네는 자랄때

영하 10도를 기준으로 밖에 나가서 놀았다고 하네요.

영하 5도도 충분히 추운데 그게 추운거냐고 웃기답니다.



가까운 이웃인데 한 반인 A에게 받아온 하트,

A를 너어무 좋아하는 다른 여자아이 C가 있는데

아주 의미없이 우리 딸은 A에게 이런 카드를 씁니다.

"Hey A, who do you like the best, C or me?"

이 말을 전해들은 A 엄마가 박장대소를 하더라구요.

A를 좋아하는 C는 정말 티를 많이 내거든요.


카드를 교환하며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아주 귀여운 녀석들입니다.







'뉴햄프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맞이 굴파티  (0) 2016.02.18
Little red riding hood 빨간 모자  (0) 2016.02.11
시작은 애플 워치였다.  (0) 2016.01.09
Happy New Year!  (0) 2016.01.02
연말 보내기  (0) 201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