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 댄스 동작 중 하나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Yes 를 새침하게(Sassy)하는 동작이라고 합니다.>
한 학년을 마치는 6월, 아이가 지난 일년 간 다닌 힙합 댄스 학원이 극장을 대여해서 리사이틀을 열었습니다.
발레부터 힙합, 재즈, 탭, 모던 댄스를 다 가르치는데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있다보니
동네 여자아이들은 다 모인 듯한 대규모 학원입니다.
학원은 집에서 5분 거리이지만, 공연을 하는 극장은 집에서 고속도로로 30분 거리의 도시였습니다.
리허설을 위해 공연 전에 극장에 갔는데
도시이다보니 주차 자리를 찾아 빙빙 돌며 겨우 주차를 하고
5시간을 기다려서 고작 5분간 무대에 올랐습니다.
진짜 리사이틀 날에도 역시 4시간의 대기 시간을 거쳐 5분간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이야 친구들과 무대 뒤에서 게임도 하며 내리 놀았지만,
저와 남편은 이쁜 딸 5분 보겠다고 학예회를 4시간이나 관람을 했던 겁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런 수고를 알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춤을 좋아해서인지 두 세 클래스를 듣더라구요.
발레는 기본, 힙합이나 모던, 재즈, 탭 클래스를 추가로 수강하니까
무대에 두 세번씩은 나오고, 애가 둘에서 셋인 집들이다보니, 부모로서 기다릴만한 가치도 상당하지 않겠어요.
저처럼 애 하나에, 하나의 수업을 듣는 부모로서는 참으로 비효율적인 리사이틀이었습니다.
쇼는 정말로 재미없는 발레 신데렐라 한시간 반,(저는 발레나 오페라를 지루해합니다.)
그리고 뒷부분은 각 반 별로 한번씩만 했는데도 반이 워낙 많아서 두 시간 정도,
발레 외의 댄스를 추는 뒷부분은 꽤 멋있고 재밌긴 했습니다.
우리 딸처럼 어린 아이들은 그냥 나와서 다 틀리고 했기 때문에 멋지게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가 본 경험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끝나고 데리러 무대 뒤로 가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죠.
"와, 너 정말 잘하더라.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잘 생각이 안나지?" 라고,
뒷말을 덧붙였다가 애한테 혼났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안된답니다.
자기는 거의 안틀리고 다 잘했다네요.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참으로 억울해지더라구요.
우리 딸은 어찌 저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입니까?
관객이 꽉 찬 엄청나게 큰 극장의 무대에 올라가는 건데 떨지도 않고,
다 틀려놓고도 자긴 잘했다고 큰소리치고,
잘 해낸 자신이 뿌듯해서 기쁜 표정을 짓고.
사실 우리 딸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는 겁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내가 틀리면 어떡하지?
못하면 어쩌지?
떨려 떨려...하면서 내내 긴장했고,
끝나고 나면 틀린 것만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살아왔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얼마 전 수영장에서 생일파티를 한 아이 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수를 제대로 못하면서 "거의 완벽했죠?"라고 얘기하면 스스로 잘 해냈다는 뿌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그래 정말 잘했어,라고 칭찬을 했지만
실은 정말 못했거든요.
근데 자기 스스로는 정말 잘했다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이 아이들의 '착각'이 참으로 샘나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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